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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r 01. 2024

로리 맥길로이가 LIV로 갈 거 같죠?

골프 그 재미와 의미

로리 맥길로이가 LIV로 갈 거 같죠?

 

  

갈 거 같아요.


1. 제이 모나한과 키이스 펠리는 아주 유능한 커미셔너로 선수들로부터 지지가 높아요. PGA, DP와 LIV가 갑작스러운 협상을 선언했을 때, 선수들의 그들을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면, 거의 풍지박살 났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한 선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다독이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잖아요.


2. 모나한과 펠리는 메리토크라시의 신봉자들이죠. 우수 선수들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이 골프 발전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3. 맥길로이는 합병 선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선수로 보였죠. 3억 불 이상을 받고 LIV로 갈 수 있었지만 포기했는데, 합병이 돼버리면 우습잖아요.


4. 그러나 합병 선언 이후 맥길로이는 조금씩 조금씩 LIV에 대해 온건한 발언을 이어 갔는데, 마침내 직접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까지 왔죠. 이것은 모나한, 펠리와의 교감에서 이뤄지는 거예요. 그들은 아주 친하거든요.


5. 어차피 합병할 텐데 LIV는 존 람이나 해튼을 비싼 돈을 주고 데려갔죠. 합병이 잘 진행이 안되나 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닐 거예요. LIV는 합병과 무관하게 LIV 브랜드를 유지하려고 하는 거죠. 협상의 결과로 별도의 투어를 유지할 수 없다면, LIV 팀 같은 것을 만들 거예요.


6. 어차피 LIV는 현재 자신들 리그에 있는 하위 60%의 선수에는 관심 없어요. 그들을 버리고 쟁쟁한 선수 20명 위주로 팀을 꾸려 나가고 싶을 거예요. 그리고 팀원들끼리 대회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증권사 사내 파티를 큰 상금 걸고 한다는데 금감원이 개입할 일은 아니죠.


7. 20명 정도로 구성되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맥길로이, 존 람, 히데키 마쑤야마, 켑카, 카메룬 스미스 같은 선수죠.


8. LIV는 합병 조건으로 어거스타와 R&A 회원권까지 요구했죠. 그건 PGA나 DP 소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요. 그들 대회는 디테일이 부족하지만, 협상 디테일은 아주 세밀하죠. 협상 이면의 조건에 어쩌면 맥길로이를 LIV에 넘겨주는 것이 포함될 수도 있어요.



9. 맥길로이는 손해가 없죠. 지금 가격표가 8억 불까지 붙었는데요. 그것 받고, 통합 리그에서 대회를 모두 뛸 수 있고, 자체 대회까지 뛸 수 있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죠.


10. 문제는 팬심인데, 팬심을 달래기 위한 작업도 나름 진행하고 있는 거예요. 얼마 전 자선대회 상금 1.6백만 불을 모두 기부했죠. 민심을 얻는 제스처죠.


11. 맥길로이의 영입 발표는 PGA, DP와 LIV의 합병 발표 직전에 나올 거예요. 그러면 맥길로이에 대한 비난이 커지기도 민망하죠. 어차피 합병하는데, 당연한 선택 아니냐? 는 상식론과 동정론이 퍼지죠.


12. LIV는 맥길로이를 얻음으로써 영국이라는 큰 시장을 먹는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의미가 크죠. 그렇다면 미국을 먹기 위한 카드도 준비되고 있을 거예요. 그게 스카티 쉐플러겠죠. 모르죠! 누구를 접촉하는지는.


13. 일본도 큰 시장이기 때문에 히데키 마쑤야마를 꼭 영입해야 하는 거죠. 그의 몸값 오르는 소리가 들리죠.


14. 문제는 한국 시장이죠. 한국이 시장으로 엄청 크다는 것을 그들도 알아요. 그래서 선수로서는 큰 의미 없는 안토니 김을 헐값에 영입하는 것이죠. LIV가 간과하는 것은 안토니 김을 한국 선수로 인식하는 한국 골프팬은 한 명도 없다는 거죠. LIV가 상대적으로 가장 잘 모르는 시장이 한국이죠. 처음 출범할 때 케빈 나를 중심으로 미국 교포팀을 만들었죠. 팀이름이 아이언 헤드인가요? 한국 스폰서를 물어 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택도 없는 생각이었죠. 실력도 최하위였던 재미교포팀은 사실상 깨졌죠. 그런 것을 모르고 한국 언론은 ‘비운의 천재 안토니 김이 돌아왔다’라는 의미 없는 뉴스를 실어 나르고 있어요. 안토니 김 영입은 그냥 변죽 울리는 거예요.


15. 문제는 한국 선수 중에 탐나는 선수가 없다는 거예요. 남자 선수들이 잘하는데, 다들 그만그만하고 스타성이 뛰어난 선수가 없죠. 만일 김주형, 안병훈, 임성재나 김시우가 마스터스를 우승하면 그 선수도 거의 1억 불 이상에 LIV에 영입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마스터스는 우승 상금 이외에도 보너스가 1억 불 이상 되는 대회라고 할 수 있죠. 맥길로이가 우승하면, 맥길로이 영입 비용은 10억 불이 넘을 수도 있어요.


16. LIV가 골프를 망치는 것은 골프를 오로지 돈의 문제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영입 대상이 되는 선수는 좋죠. 영입 대상이 안되더라도 전체 상금이 증가하니 다른 선수들도 나쁠 것은 없죠.


17. 사람을 망가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돈을 주는 것이라고 하죠. 골프를 망가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도 같은 것 같아요.


18. 맥길로이는 특별하니까, 그들은 맥길로이를 사려고 하지만, 맥길로이를 사는 순간 맥길로이의 특별함은 사라질걸요.


19. 그러니 그들은 뭐를 사든 비싸게 사는 셈이 돼요. 맥길로이를 1조에 사면, 그의 가치는 그 순간 푹하고 떨어진다니까요. 합병 발표 직전에 영입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20. 언젠가 그들이 그걸 깨닫고 골프에 손을 놓는 순간이 올 거예요. 사우디는 역사를 이해 못 해요. 사우디 석유의 역사가 골프 역사의 1/5나 되나요? 그들이 골프계를 떠나는 순간 골프계는 한 동안 아주 허망할 거예요. 그걸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거예요.

  

  

모든 것이 돈과 메리토크라시가 결합해서 생기는 부정적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골프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요. 희한한 자들이 하필 골프에 들어와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사우디 LET 대회 보니까 모래 바람도 일어나고, 관중수는 선수들 숫자보다 적더만요. 잔디에서 하는 스포츠는 우리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좋겠네요.


미국의 테크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고,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이제 수억 불 수십억 불도 별 감동이 없는 세상이죠. 어차피 별 것도 아닌데, 가난한 골프팬들이 괜히 유난을 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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