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강,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를 읽고, 말하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리허설 없이 ‘초연’을 치르는 배우들이다.
출판 시장의 트렌드가 ‘성공 방정식’에서 ‘마음 돌봄’으로 이동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서점가에는 “더 노력하라”는 채찍질과 “다 괜찮다”는 무책임한 위로가 혼재한다. 이 범람하는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휴먼큐브를 통해 펴낸 에세이툰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투박한 말투의 진심으로 인생의 길목에서 바쁘게 재촉하던 독자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저자 서범강은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이자 만화·웹툰 분야의 굵직한 커리어를 가진 산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화려한 타이틀 뒤에 선 그는, 뜻밖에도 가장 평범하고 어수룩한 캐릭터 ‘봉구’를 내세워 자신의 내면을 고백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별 탈 없어 보이는 삶에 가까워 보이는 인물조차, 실상은 매일 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 앞에서 작아지고 흔들린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창한 정답 대신, ‘보통의 공감’을 택하다
이 책은 인생의 해답지를 훔쳐보고 싶은 어른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우리를 대변하는 책 속의 캐릭터 ‘봉구’는 1,000원짜리 펜으로 꾹꾹 눌러쓴 그림처럼, 우리의 일상을 날것 그대로 투영한다. 열심히 살지만 늘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 관계 속에서 오는 피로감, 그리고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 저자는 이러한 감정을 애써 포장하거나 “힘내라”는 말로 덮지 않는다. 대신 “나도 그렇다”며 조용히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특히 ‘인생도 연습하는 만큼 잘하게 되면 좋을 텐데’라는 독백은, 삶이 연습 없는 실전의 연속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3040 세대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저자는 절대 독자에게 가르침을 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낸 당신의 고민이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그 불안이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진통임을 ‘봉구’의 입을 빌려 담담히 전할 뿐이다.
불안한 오늘을 껴안는 가장 단단한 방식
이 책을 평가하자면,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는 ‘공감의 서사’가 가진 힘을 증명하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작화나 유려한 문장 대신,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기록들이 모여 독자에게 강력한 치유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은 묻는다. 남들과 속도를 맞추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진 않았냐고.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불안함이 사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몸부림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나는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맞추느라 정작 ‘나’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 책장을 덮을 때쯤, 당신은 “이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단단한 확신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많은 책들과 작품들의 인연 속에서 작가와 봉구가 건네는 따뜻한 악수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