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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이Noni Mar 13. 2023

채식하면 뭐 먹고살아요?

풀만 뜯는 게 아닙니다.  채식화가의 자연식물식 식단 공개

채식을 하기 전, 채식주의자들은 풀 말고 먹을 게 없어서 삶의 즐거움도 없고 밋밋한 식생활로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뭐든 잘 먹던 과거의 전 엄청난 식탐으로 배가 항상 나와있어 별명이 5개월, 돼지, 곰녀였던 잡식성 대식가로 닥치는 대로 먹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었고, 오로지 먹기 위해 사는 곰이였죠.


그런 제가 9년의 시도 끝에 채식주의자가 되고 작년부터 비건이 되자 저를 아는 친구들의 반응은 다채로웠습니다.


"야 너 그러다 열반하겠다."

"그렇게 아무거나 잘 먹던 애가 채식을 하다니 너무 이상해. 고기 좀 먹어!"

"채식을 해서 동안인가? 어떻게 예전 그대로야.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너무 말랐어. 살 다 어디 갔어?"

"너 그러다 건강에 이상 생겨. 고기를 먹어야 건강하지."

"도대체 뭐 먹고살아? 미쳤다.“


곧 열반하겠다며 농담하던 친구부터 채식을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고기를 권하던 친구, 살이 확 빠진 제 몸을 부러워한 친구, 하나도 안 늙었다며 놀라던 7년 만에 만난 친구, 당뇨병으로 투병 중인 육식마니아 친구의 염려까지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비건이 되기 전까지 혀를 위한 걱정을 많이 하던 사람이었으니 친구들의 우려 섞인 반응들이 이해가 갔습니다.


'비건이 되면 그 맛있는 치즈, 오징어, 케이크랑 아이스크림도 못 먹을 텐데 과연 삶의 낙이 있을까?'


그런데 살아집니다.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행복하게.


제가 어떻게 먹고사는지 매일 먹는 음식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아침에 먹는 음식들. 종이 위에 수채. 노니 그림



아침에 먹는 음식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 다녀온 뒤 가장 먼저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십니다. 노폐물 배출에 좋은 물을 마시고  창문을 열어 상쾌한 아침 공기로 집안을 환기시키면 뇌가 서서히 깹니다.


창밖 풍경




제가 아침에 먹는 음식들은 다양해요. 우선 식초물에 깨끗하게 씻은 사과 하나를 공복에 먹고 천연수세미로 박박 닦은 고구마를 쪄서 먹거나 온라인 쇼핑몰로 주문한 쫀득쫀득 현미 가래떡을 냄비에 쪄서해동해 먹어요. 마트에서 사 온 유기농 옥수수 콘 플레이크를 세일 기간에 잔뜩 사다 놓고 직접 만든 아몬드 우유를 부어 먹기도 합니다. 가끔 마시는 홍차 얼그레이 위에 갓 갈아낸 거품이 풍부한 아몬드유를 살며시 부으면 카푸치노 뺨칠만한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소복하게 쌓여 눈처럼 예쁩니다.


노니표 아몬드 우유 만드는 방법 : 구운 아몬드 40알에 물 500ml와 소금을 조금 넣고 블렌더에 넣어 갈면 끝. 이틀 치 아몬드유가 순식간에 만들어집니다. 건강을 더 생각한다면 아몬드를 물에 하룻밤 불린 뒤 갈아 마십니다. 눈처럼 하얀 순백색의 아몬드유를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은 껍질을 까서 갈아보세요. 껍질 까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순수하고 하얀 아몬드유를 드실 수 있어요. 아몬드는 하루에 20알 정도만 드시는 게 적정량 이라고 합니다.


https://health-benefit.co.kr/almond-benefits/

  


케일, 바나나, 생강, 레몬을 넣고 갈아 만든 연둣빛 상큼한 스무디도 일주일에 두세 번 마셔요. 가끔 블루베리딸기를 넣어 보라색, 분홍색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스무디를 마시기 전에 치아씨를 뿌린 뒤 잘 휘저어 마시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재미있는 식감의 슈퍼푸드 치아씨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져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치아씨드 한번 드셔보세요. 밥 한 숫가락 정도가 하루 적정량입니다.


https://jini-us.com/162#:~:text=%EC%B9%98%EC%95%84%EC%94%A8%EB%93%9C(Chia%20Seed)%EB%8A%94,%EC%8A%88%ED%8D%BC%EA%B3%A1%EB%AC%BC%EC%9D%B4%EB%9D%BC%EA%B3%A0%20%EB%B6%88%EB%A6%AC%EC%9B%81%EB%8B%88%EB%8B%A4.




1일 1 현미채식

무농약 찰현미에 하룻밤 불려놓은 율무와 서리태를 냄비에 넣고 구수한 현미밥을 한솥 만들어 냉장고에 소분해 넣어두고 쌈채소, 김치, 나물 등의 반찬과 함께 먹습니다. 하루에 한 번 식사하는 1일 1 식이지만 현미채식이 워낙 든든한 식사라 먹고 나면 다섯 시간 넘도록 간식생각이 안 날 만큼 배가 부르고 든든합니다. 신선한 쌈채소현미밥을 싸 먹거나 액젓대신 사과, 유기농간장, 매실청을 넣어 만든 김치, 데쳐서 조물조물 만든 나물, 무침, 김, 두부 묵 등과 먹으면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소박한 나의 풀밭 위의 식사. 뱀 나오기 일보직전



요즘은 브로콜리 김치에 빠져서 자주 만들어 먹는데요, 브로콜리는 항암효과, 관절염, 시력회복 등에 아주 좋은 녹황색 채소입니다. 삶은 브로콜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브로콜리 김치는 밥도둑입니다. 총각무보다 살짝 말랑거리지만 아작아작한 씹히는 맛이 별미인 브로콜리 김치 강력 추천합니다.


https://beyondtop01.tistory.com/54



반찬

고소한 참깨와 들깨가루를 넣어 시금치, 깻순, 참나물, 취나물, 콩나물, 오이지 등을 무쳐먹습니다. 기름대신 물로 볶고 간장과 마늘, 설탕을 조금 넣고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만든 버섯이나 우엉 등을 먹기도 합니다. 고추장과 간장은 전통방식으로 만든 유기농 장으로 사다 먹습니다. 설탕은 약간 누런빛이 도는 유기농 원당으로, 소금은 천일염과 히말라야 핑크솔트로 먹어요. 맛소금, 사카린, 뉴슈가, 미원, 다시다 같은 화학조미료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식품 첨가물 범벅 초가공식품도 멀리합니다.


선진국에서 주로 먹는 식단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초가공 식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제가 아닌 기계식으로 생산한 빵


도시락처럼 미리 포장된 식품


아침식사용 시리얼


소시지 등 육류를 재구성한 식품


과자류


비스킷


파이 등 빵류


수제가 아닌 기계식으로 만든 감자튀김


소프트드링크, 과일을 가공해 만든 음료


짭짤하게 만든 과자류


소스, 드레싱, 그레이비(육즙을 사용해 만든 소스)


구운 콩이나 수프 같은 통조림 식품


육류대체식품


콩의 부산물로 가공한 식품


대체 유제품


https://www.bbc.com/korean/news-49056163


비건이 되면서부터 식품의 성분표시를 꼼꼼히 살펴본 뒤 구입하는 버릇이 생겼고, 과자를 끊고 난 뒤 굳는 돈으로 좋은 먹거리를 먹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20대에 제과회사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을 정도로 과자를 사랑하고 거의 매일 먹었던 제가(툭하면 과자로 끼니를 때우고, 오예스 한 박스를 사 와 폭풍 흡입하고 5일 만에 끝장낸 인간) 과자를 독하게 끊고 나자 기적처럼 입맛이 돌아와 자연식물식으로 혀를 만족시키게 되었고 더 이상 과자를 갈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젠 마트에 가도 과자코너는 가지 않게 된 제가 저도 놀라울 지경입니다.



매끼 밥을 국과 먹지는 않지만 콩나물국, 미역국, 된장국 등을 끓여 같이 먹기도 합니다. 다시마와 말린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낸 뒤 마늘과 간장, 연두로 맛을 내고 주재료와 파 등을 넣어 팔팔 끓여 만듭니다. 비건이 되며 생선마저 끊게 되면서 국멸치와 이별을 하기까지 미련이 많았습니다. 멸치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채식 공부를 하고 나서 멸치에 혈관의 적인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과감히 미련을 버렸습니다. 멸치를 먹을 때마다 마주쳤던 세상을 뜬 멸치들의 슬픈 눈알들을 쳐다보며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구요. 멸치의 목숨을 앗아 얻었던 칼슘은 아몬드와 케일, 치아씨드 등의 슈퍼푸드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채소와 과일에 칼슘함량이 높다는 걸 알게 되니 굳이 멸치 목숨을 뺏을 이유가 없었지요. 우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 통곡물, 잡곡으로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https://www.myfooddata.com/articles/high-calcium-vegetables.php


Denise Jones https://www.flickr.com/photos/bestforjuicing/8451673121/in/photostream/



단백질도 식물성 식품만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성인 남자에게 필요한 하루 3000칼로리에서 38그램인 5%의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권장합니다. 오히려 단백질을 과잉섭취 시 암, 심장병, 뇌졸중, 신장결석, 골다공증, 소화장애 등의 질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처:https://www.drmcdougall.com/misc/2007nl/apr/protein.htm


단백질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들러보세요.

https://www.drmcdougall.com/misc/2007nl/apr/protein.htm


 

https://www.myfooddata.com/articles/vegetables-high-in-protein.php
출처:https://www.myfooddata.com/articles/fruits-high-in-protein.php




가끔 별미로 만들어 먹는 채소김밥

제가 주로 만들어먹는 김밥 주재료는 현미밥, 깻잎, 당근, 시금치나 깻순무침, 사카린을 넣지 않은 발효식초 단무지(풀무원), 우엉입니다. 가끔 유부를 넣기도 합니다. 계란, 맛살, 햄, 어묵이 없이도 맛있는 채소김밥이 만들어집니다. 채소김밥엔 깻잎을 많이 넣을수록 상큼하고 맛있습니다(저는 여섯장 넣어요).


군것질

날밤이나 삶은 밤을 까먹거나, 삶은 고구마, 현미가래떡, 현미쌀튀밥, 미숫가루, 우유와 계란 없이 만든 빵(치아바타 등),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유기농 시리얼이나 팥양갱, 곶감, 귤, 바나나, 베리류 등의 과일로 궁금한 입과 허한 속을 달래줍니다. 매일같이 자극적인 맛의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으로 허기를 달래던 과거의 저는 배탈과 과식으로 불편하고 더부룩한 배를 부여잡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속앓이를 한 적이 많았습니다. 비건이 된 지 10개월, 배탈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계란과 유제품을 먹으면 벅벅 긁던 알레르기증세가 점차 사라져 일상이 한결 평온해졌습니다.


외식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제주도에 놀러 온 경우 두부집이나 비빔밥집에 갑니다. 저를 배려해 주는 지인들에게 감사할 뿐이죠. 얼마 전엔 처음으로 비건 라자냐를 사 먹어봤는데 굉장히 맛있고 양도 머슴 고봉밥처럼 꾹꾹 눌러 담아주셔서 대만족 했습니다. 가격은 꽤 비쌌지만(계산하면서 부들부들) 신선하고 훌륭한 샐러드까지 서비스로 주셔서 좋았어요. (좋은 식당이라 한번 홍보해 봅니다. 제주도에 오시면 들러보세요. 서귀포 신시가지 테이크아웃 전문점 '스퐁스퐁'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신서귀로 32 1층 (서호동). 광고 아님)




주의해야 할 점

자연식물식을 할 때 반드시 골고루 다양한 채소와 해조류, 통곡물, 잡곡류, 과일을 함께 먹어야 합니다.

현미는 적어도 50번 이상은 꼭꼭 씹어 액체상태로 삼켜야 소화흡수율이 높아집니다. 성질이 급한 저는 잘 안 씹어 삼켜 종종 화장실에서 통현미를 잔뜩 발견하고 눈물을 떨구며 자기반성을 하기도 해요..



운이 좋아 80세까지 산다고 할 때 인생의 반인 40년을 아무 음식이나 입속에 처넣으며 배를 불리고 혀를 만족시키는 데에만 급급했기에 나머지 40년은 좋은 음식들을 벗하며 가볍고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비건이 되고 난 후 관절염, 변비, 알레르기, 여드름, 생리통, 생리 전 증후군, 배앓이, 불면증 등이 많이 개선된 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클릭해 보세요.


https://brunch.co.kr/@shinyartist/119



제 남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Nimai Delgado 출처 : Q&A With IFBB PRO Nimai Delgado – Vedge Nutrition


미국의 비건 보디빌더 Nimai Delgado는 식물성 식품으로도 근육을 멋지게 키울 수 있고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셔서 그가 하루에 먹는 음식들을 살펴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reel/CofQt1op8S7/?igshid=MDJmNzVkMjY=




"응, 나 비건이야. 내가 단백질을 어디에서 얻는지 나랑 토론해 볼래?"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육상 동물인 코끼리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황소처럼 강해질 거라 생각하면서 황소가 풀만 뜯는다는 걸 잊어요. 출처:https://www.pinterest.co.kr/pin/eat-plants-to-be



채식화가의 그림 감상 시간

제가 먹는 음식들 밑그림 그리는 중입니다.



더 많은 그림 보러 놀러 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nonichoiart/


Watercolours on paper by Noni
Oil on canvas by Noni Choi


Acrylic on linen by Noni


Watercolours on paper by N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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