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SNS를 시작한 것은 작년 8월이었다. 글을 읽으러 자주 가던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9개월이 흐른 지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전에도 SNS 심경을 담은 글을 썼지만(SNS를 끊었다) 나는 온라인 세계를 참 버거워했었다. 지금도 완벽히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다른 각도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9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길거리에 지나가면 흔하게 보이는 아기 엄마이다. 지금 잠시 일을 쉬고 올케 일을 도와주고 있다. 예전에는 “윤정 선생님”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나에게 직함이 없다. “저기요”,“아가씨”(목소리가 어려 보였나), “아줌마”, “어이”(나이든 아저씨들ㅜ), "채린이 어머님", “사장님” 등 요즘 내가 듣는 호칭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윤정님”, “작가님”(아직은 부끄럽지만)이라고 불러준다. 출판사 편집자님도 매번 작가님이라고 호칭해주신다. 어떤 분들은 내 이름 뒤에 하트를 넣어서 불러주시기도 한다.(감동이네요^^)
내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공감이 간다며 댓글도 써주시고, 깨달음과 배워 간다는 글도 써주신다. 매번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난 부끄럽다. 못난 내 생각을 글로 쓰고, 경험하면서 들었던 내 생각들을 썼던 것일 뿐인데 사람들은 선한 댓글을 써주신다. (가끔 악플도 있지만)
사실 직장에서 칭찬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유아교육학과를 나와 매년 강의를 듣고 전문적으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 서로에게 칭찬하는 게 익숙지 않다. 칭찬을 할 만큼 여유도 없다. 아이 여러명을 돌봐야하므로 눈, 손, 발이 여러 개여야 한다.
또한 직장이기 때문에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거라 실수가 없어야 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해야 한다. 원장님께 잔소리만 안 들어도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일상을 살면서 칭찬 들을 기회가 없는 나에게 인터넷 세계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유일한 창구다. 내 글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데 사람들은 나를 멋지게 봐준다. 내가 육아 글을 많이 올려서 완벽한 엄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사실 실상은 나도 다른 게 없다. 이론은 알지만, 현실에 대입하는 게 쉽지 않고, 화가 날 때는 소리가 먼저 나가고, 짜증이 나는 날에는 육아를 쉬고 싶다. 그러다 금방 풀려 아이와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그런 엄마다.
다른 엄마와 비교해서 특별할 것도 다를 것도 없는 엄마다. 근데 글을 쓴다는 만으로 나를 좋게 봐주는 분들이 있어 항상 감사하며, 행복을 느낀다.
가끔은 너무 많은 정보와 글들, 기분 좋지 않은 사람들, 내안의 시기심, 질투 등과 싸워야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터넷 활동이 좋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다. 일상을 살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은 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이 교육 때문에 이민이나 1년 살이를 하는 사람, 진료실에서만 봤던 의사선생님의 심경을 쓴 글, 나만 우울한 것 같고, 힘든 것 같은데 10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분, 남다른 상상력으로 소설을 쓰시는 분,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일기, 주식이나 부동산 요즘은 가상화폐로 대박을 치신 분 등 정말 나이대도 다양하고 직업도 천차만별, 그들만의 경험을 글을 통해 나는 접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보며 소통한다.
이번에 이모 상을 치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내가 인터넷 생활에 집중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책 홍보였다. 1년 동안 힘들게 쓴 내 원고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인터넷 활동을 하였다. 그러던 중 슬픔이 내게 찾아오면서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팔아야겠다는 욕심 자체가 오만이었고, 쓸데없는 생각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정말 좋은 책은 굳이 홍보를 안 해도 사람들이 안다)
처음 책을 내는 사람의 허영심이었다. 책을 한 권내고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목적이 있어 접근하면 사람들은 다 안다. ‘이 사람은 팔로우, 이웃 수 늘리려고 나에게 먼저 말을 거네’ ,‘내 글에는 아예 관심이 없네’. 반대로 목적을 갖고 열심히 한 사람도 그 목적이 달성되면 의욕이 사라진다.
마음을 비우고 인터넷 활동을 하니, 한결 편해졌다. 목적이 사라지니 이제는 잘 보이고 싶은 사람도, 너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다.
그냥 나는 내 생각과 경험을 글로 써서 올리는 것뿐이다. 어떤 사람은 공감을 못 해서 내 공간에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내 글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 받아서 하루를 더 풍성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웨인 다이어의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어>> 중에서 “세상 어딘가엔 당신이 가진 장점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뛰어들어야 한다.” 구절이 있다.
내가 보기에 허접한 장점일지라도 어떤 이가 보기에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인터넷에 내 이야기를 올려보자. 누가 아는가? 몇 년 후에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에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찐 팬이 많은 사람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과 관심을 두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