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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Aug 11. 2017

누군가에게는 낮의 햇살이 하루중 가장 온도가 낮다.


창에 주홍빛이 스민다.

주홍빛이 검정빛과 자연스레 어울리며

새벽의 안개 퍼지듯 그렇게 서서히, 잔잔히.


마침 해가 져서 귀뚜라미도 목청껏 울어댄다.


벽 하나 너머에서 빛타고 들어오는

그 소리는 평소같지않게 정스럽고 반갑다.


저들 소리 낸다고 일정한 규칙따라

르르르 째르르르 재잘스럽기도 한데

빛하고 한데 뒤엉켜 왈칵 안겨오니

괜히 또 저 먼 곳 흐릿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던가,

오늘따라 유독 생각하는 걸 눈치 챘는가,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한참 고생하던 찰나에

빛들고 빛따라 귀뚜라미 소리가 함께 왔다.


일정한 소리, 그대로인 불빛이

어딘가 익숙하고 따스한 게 괜히 기분 좋고

반가워서 저녁 바람 찬데 창을 활짝 열었다.


주홍 빛에 숨긴 마음 머금고 검은 밤과 뒤섞여

몰래 숨어 오려다 그만 내게 들켜 쳐다보니

더이상 방안에 퍼지지 못하고

창가 어딘가 끄트머리에 걸터 내려앉아

귀뚜라미 소리 흥얼거리는 듯 하다.




그랬으면.


그랬으면.



보내 온 마음에 미안하기도 하여 배시시 웃으며

누인 몸을 반대로 뒤척이니 그제서야 미처 퍼지지 못한 반대쪽 구석으로 주홍 빛을 밀어넣는다.




밤이 차다고 덮어주는 듯,

안아주는 듯


따뜻한 빛 가지고 들어와서는 참

생긴 값 못하고 차기도 하다.



따뜻해질때까지 이불을 덮지 않기로 한다.






울컥.





빛의 색이 저리도 따뜻한데

온도가 낮다.




이만큼 모르는 척 하고 돌아 누웠으면

못본 체 하고 내려앉을만도 한데

내려앉지는 않고 주위를 맴돌기만.



새벽 다섯시가 되면 사라질 색으로

찾아들고 날아들어 그저 주위를 서성이기만.




...그랬으면,





이불을 바짝 끌어다 가슴 아래로 덮는다.


뺨위로는 무심코 내려앉을까싶어

얼굴을 바짝 내놓은 채.



눈을 감아도 아른거리는 이 색이

네가 보내온 색이 아니라면 난 어쩌지?





또 울컥.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지고

생각에 잠기고 허우적대는 새벽.


새벽빛따라 네가 찾아들면,

네 마음이 찾아들면.



나는 뒤척인다.

잠들지 못한다.



저 주홍빛 가로등이 푸르고 뜨거운 아침 해에

쫓겨 형체없이 사라질 새벽 5시까지 나는

네가 찾아들어 잠들지 못한다.




방안을 온통 뒤덮은 네 마음빛이

주홍색이라고 정해둔 그 순간부터

나는,


새벽 다섯시까지

얼굴을 내놓고 이불을 반만 덮은 채

잠들지 못하는 날이 반복 되었다.




불면증은 아니고

그저 빛때문에.

색깔때문에.




창에 달아둔 암막 커튼을

열어두는 시간이 되면

네 마음 빛이 어김없이 찾아든다.



네 마음 빛을 감쪽같이 흉내낸

내 마음 빛이 나타난다.




귀뚜라미 소리가 부르는

익숙한 음계의 노래가,

그 목소리가 주홍빛을 타고 찾아들면


난 어김없이 푸른 해를 기다린다.



내가 거둘 수 없는 마음이니

저 빛을 가져가주길.

그렇게 속삭이며

숨소리조차 내지않고.




네 시간이 네 마음 빛이 되기까지

나는 너무나도 많은 밤을 잠들어 있었다.


네가 주홍빛에 의지해

뒤척였을 그 밤새 나는

푸른 해로 있었고


네가 아침 푸른 빛이 된 지금

나는 창가의 주홍 빛을 기다린다.





너였으면 한다.





저 빛 어딘가에 네 밤이 묻어왔으면,

저 귀뚜라미 소리에 네 마음이 섞여왔으면.




방안 가득 퍼지는 두가지 색과 음이

네 마음 귀퉁이 어딘가를 머물다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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