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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Aug 15. 2017

늘 스무걸음 뒤에 당신이 미워서요


정리되지 않는 혀와 마음을 다그치고

그립지않다, 그립지않다 쉼없이 되뇌인다.


쏟아져 나가려는 나의 어린 마음이

혹시 당신에게 닿을까, 또 해칠까.



뿌옇게 흐트러지려는 시선을

간신히 붙잡아두고 저 앞,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없는 가로등 불빛을 차례로

하염없이 스쳐 걷는다.



하나, 반짝.

둘, 반짝.

셋, 반짝.

넷, ....




숨겨야 하는 내 마음이 아파 속이 상해서,

뱉고 주워 담을 수 없는 내 마음이 안쓰러워서


'지금 걷는 이 거리 동안만

빛이 환한 어둠 속인양 지나치자'

얼른 다짐한다.


당신이 서있는 이 거리만.

이 즐거운 거리위 홀로 눈시울이 붉은

당신 곁을 빗겨갈 그 시간만큼만.



아득히 멀어진 기억인줄로만 알았더니

참지 못하고 발걸음 한 것이 딱해서

곁을 스칠 때 당신 손을 힐끗.



그 채로 걸으며 한참을 멀어지고나니

그제서야 조금 전 얼굴이 머리에 들어왔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풀썩 내려앉는 마음을

잠시 숨을 참는 것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니

곧 스무걸음 전만큼의 진공이 되었다.



무엇도 전해지지않고 무엇도 느낄 수 없는

무한의 어둠속에 나홀로 덜컥 갇히고 말았다.



걸음을 떼어야하는데 걷지도 멈추지도

못하는 인력이 사방으로 나를 잡아끈다.

나의 마음, 어디로도 보내지 못하고

붙잡아둔 그 마음들이.



나는 그 상태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

'바람이라도 한손가락만큼 더해지기를' 하며

내 생각 아닌 남의 생각을 빌려다가 한다.



당신때문에.

당신을 길위에서 보아서.

당신이 가로등 아래 서있어서.

당신이 딱 스무걸음 뒤에 있어서.




이 길을 돌아가면 나는 보이지않았던

사람이 될수도 있겠고 존재하지 않는

물체가 될수있겠으나 그 무엇도

원할수가 없어서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어둠이 될까봐,

발을 떼면 붙잡고 있던 평형을 끊고

반대로 뒤돌아서 스무걸음을 뛸까봐.




행복하시라고 소리내지못하고 빌었으니

핑계삼아 혹시 듣지못한 축언 전하

욕심내서 그 눈 길을 다시 또 걸으려할까봐.

그리고는 다시 뒤돌아설 수 없을까봐.

웃는 낯으로 또 보자고 몌별하지 못할까봐.




향나는 사람, 고운 색 내는 사람 만나

곁에 두고 귀하게 여기며 다정히 살랬더니



어느 날, 이런 날

새까만 어둔 길 위에 혼자 서서.



우뚝 서서 주홍 가로등 빛에 파묻혀

그 정답던 색 다 흐리고,

왔던 길 되짚어가려는 듯

우왕좌왕하는 시간

어디에도 매어두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스무걸음 앞으로 뛰쳐나가려는

그 마음 어쩌지를 못해서

어쩌자고 그러는지.



가시라 소리치지도 못하고

오시라 손내밀지도 못하는

그 대상없는 마음 받아다가

어디에 묻어두시려고 그러는지.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등떠밀린 듯이 급하게

길을 꺾어들고나서




스물 한걸음만큼 서럽게 운다.


꼭 스무걸음에 한걸음 더한만큼만

 힘내서 소리없이,



되돌아 가시는 길 환해질때까지.




왔던 길처럼 어둡지 마시라고

환해질때까지 그저 운다.


다시는 오지 마시라고

그저 밝은 빛 따라 왔던 길 험하지 않게 가시라고

마음 길 그 앞에 드리우며 서럽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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