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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Dec 17. 2023

풋사랑 추억


부산 범일동에 가면 조방앞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부터 1968년까지 조선방직이라는 방직공장이 있었다. 공장안에 철도가 들어가 운송할 만큼 엄청난 부지에 세워진 공장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이곳 일대는 조선방직앞이라 불리우다 지금은 조방앞이라는 지명이 되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여기에 시외버스터미날이 있었다. 그때 사겼던 여자애가 고등학교를 마산 한일여실을 갔다. 낮에는공장에서 일을하고 밤에 공부하는 학교였다. 그 시절 여자아이들은 집안의 남자아이들을 위해 공장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소위 공순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 애도 그랬다. 


그 애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기숙사로 가던 날 새벽 조방앞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배웅을 갔었다.

그당시 하남석이 부르던 '밤에 떠난 여인'이라는 노래가 유행했었는데 그 가사가 얼마나 가슴에 와 닿던지....



밤에 떠난 여인 - 하남석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예쁜 미소 짓지만

커다란 검은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보았네

차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나의 손을 잡으며

안녕이란 말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


그녀 실은 막차는 멀리멀리 사라져 가버리고

찬바람만 소리내어 내 머리를 흩날리는데

네가 멀리 떠난후 나는 처음 외로움을 알았네

눈물을 감추려고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


예전에는 너와 나 다정스런 친구로만 알았네

네가 멀리 떠난 후 사랑인줄 나는 알았네

네가 돌아오는 날 나는 너를 맞으며 말하리라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 말을 할테야...



 그 아이와는 그 해 가을에 헤어졌다. 몸이 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랬던 걸까?

그 아이의 이별편지에는 자기가 오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떠난다고 했다.


그렇게 헤어진 후 몇년이 지났을 때였다. 서울 도곡동 시장에서 친구들과 술을 한잔하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을 때였다.


"오빠~. 오빠~~"


하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그 아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몇 년 만일까?? 5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둘이서 손을 맞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아이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때 이미 결혼을 했다고 했다. 시장에 왔다가 나를 보고 달려온 것이다. 친구들이 버스가 왔다고 재촉을 했다. 그 아이가 급하게 내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오빠~  꼭 전화주세요~~ 꼭이요~~~"


버스가 떠나갈 때까지 그 아이가 창밖에서 두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나는 그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내가 하숙집에 돌아와 세수를 하면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벌겋게 상기된 눈시울로 거울로 쳐다보며 그 아이의 행복을 빌었다. 이미 결혼까지 한 그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내게도 한 여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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