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깬 건 그녀였다. 나도 별동별을 봤지만 아무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무거워진 분위기를 깨려고 일부러 더 크게 호들갑을 떨었다.
“근데 어떡해요. 소원을 못 빌었어요.”
“.....”
그녀는 내 팔을 흔들며 말을 이어 갔다.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아쉬움이 가득한 애절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뭔가를 얘기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별똥별한테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말하는 순간순간에 슬로우비디오처럼 애절함에서 환한 미소로 바뀌어 갔다. 신기했다. 그건 내 표정을 읽고 변하는 그녀의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내 얼굴에서 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짓는 미소를 본 것이다. 그랬다.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마음 한편에 있던 망설임과 우려가 걷히고 있었다. 이 여자의 마음을 밀어낼 수 없다. 그녀의 말대로 나무처럼 그녀의 곁에 서있어 보자. 그냥 지금의 나로 있으면 되는 거니까. 그녀를 아프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좋은 것이다. 그냥.... 그냥 마음이 그렇게 가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어느 순간 훅 들어와서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녀가 일어나 창가로 갔다. 상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목까지 길게 빼고 창밖 위 하늘을 보고 있었다. 뭔가 신기한 걸 본 것 같이 무언가에 홀린 듯 계속 하늘을 탐색하고 있었다.
“쌤~ 이리 와보세요. 별들이 있어요.”
그녀의 빨리 와보라는 손짓에 이끌려 나도 창가로 갔다. 지영이가리키는 하늘을 봤다. 그 곳에는 정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법 큰 녀석부터 아주 작은 별들까지 반짝이고 있었다. 반짝반짝 자기가 거기 있음을 알리려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늘에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게 어릴 적 외는 없었지 않았을까? 나도 지영이처럼 목을 빼고 이마를 창에 붙일 듯하고 별들을 쫓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가 내 팔뚝을 두 손으로 잡고 몸을 기대어 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다. 이렇게 가까이서 그녀의 향기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처음인 듯 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마음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향을 맡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허리에 왼팔을 두르고 살짝 끌어 당겼다. 그녀의 몸이 자연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나를 올려 보았다. 사랑이 가득한 눈빛이다.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이었다. 내 눈을 빤히 보고 있는 그녀의 눈을 나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내 입술로 가는 것이 보였다. 내가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 쪽으로 내 얼굴을 가져갔다. 그녀가 눈을 감으며 내 아랫입술을 입술로 살짝 물었다. 그리고는 윗입술로 옮기더니 이번에는 살짝 빨았다. 그녀의 코가 내 코에 닿았다. 내 입술을 열고 그녀의 혀가 들어왔다. 달콤했다. 키스가 이렇게 달콤한 것이었을까?
“내게 줘요”
키스를 하던 그녀가 입술을 붙인 채 이렇게 말했다. 내 혀를 밀어달라는 것 같았다. 내가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밀어주자 그녀가 내 혀를 빨았다. 아니 흡입을 했다. 혀뿌리까지 당겨가는 것 같았다. 격정이다. 그런 그녀를 살짝 밀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이번에는 그녀가 가만히 있었다. 내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기는 듯 했다. 그녀가 내 입속으로 조용히 혀를 밀어주었다. 달콤했다. 우리는 한동안 각자의 혀를 탐닉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들고 있던 그녀가 키스를 멈추고 내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녀가 미소를 띠었다. 눈이 웃고 있었다. 눈은 내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시익하고 웃는 듯했다. 그러더니 다시 두 팔을 내 목덜미 뒤에서 깍지를 끼고 나를 당겨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이번엔 팔을 내 등 뒤로 내리고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행복해요. 사랑해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깊은 강물이 흐르듯 그렇게 흘러가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