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훈 Apr 29. 2023

잃어버린 기억

나의 첫사랑 이야기 2

 며칠 뒤였다. 그 날은 사진을 찾는 날이라 녀석들과 또 남포동에서 만났다. 그녀와 찍은 사진이 이쁘게 나왔다. 그녀가 수줍게 장수의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싸
그나저나 이 사진을 어쩐다. 그래도 두장을 인화했다. 뭐 기념으로 갖는 거지머. 인연이 되면 만나겠지.
장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친구들과 점심 먹을 곳을 찾아 남포동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 저 여자 그 여자 아니가?"

친구가 마주오는 여자를 보고 말했다. 그녀다. 어찌 이런 일이??
이건 운명이다. 장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저 알겠죠. 며칠 전..."
"아, 안녕하세요?"
"여기 그날 찍은 사진이..."

장수가 그녀에게 사진을 건넸다. 그녀가 보더니 얼굴이 밝다.

"네 잘 나왔네요. 저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저기 잠깐 차 한잔 합시다"
"아 저기 제가 지금 어디를 가야 해서..."

이런 젠장 글렀나 하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말을 잇는다.

"저 오늘은 안되고... 사진을 받았으니 제가 토요일에 커피를 살게요. 저기에서 토요일 2시에 뵈요"

그러면서 그녀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커피숖을 가리킨다.

"아 네... 그럼 토요일 뵙겠습니다."
"네, 사진 고마워요"

그러고는 그녀는 발길을 돌렸다. 친구들이 초를 친다. 

"야 토요일 올 거야?"
"당연히 와야지"
"저 여자 안 나와. 왜 나와 임마"
"야 시끄러. 밥이나 먹으러 가자"






토요일이 되었다. 마음이 설렌다. 그녀는 과연 올까? 올 거야. 나는 온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날 좋아할 거란 생각보다 그녀의 선한 눈빛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약속 시간은 2시였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갔다. 그 당시 나는 시간 약속에 대한 철칙이 있었다. 딱 정시에 만나는 장소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서성이다가 2시가 다되어 올라갔다. 2층에 있는 다방이었다. 왔을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있다. 그녀는 먼저 와서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 자수를 놓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뻤다. 그렇게 화사한 얼굴의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일찍 오셨네요."

"네 시간이 비었어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어딨어요"

 

그녀는 정말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듯한 눈치다. 약간은 이지적이었다. 우리는 커피를 시키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인 것처럼 얘기를 나눴다. 이런 게 어른들이 말하는 궁합이고 인연인 걸까 싶었다. 그녀는 근처에 있는 여성회관에서 자수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나도 식사를 하고 왔고 그녀도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한자리에 앉아 거의 2시간을 얘기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장소를 옮겨 그 당시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인 탁구장엘 갔다. 둘 다 잘 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다음 주 토요일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다.


다음날 친구들이 찾아와 난리가 났다. 뭐했냐? 손잡아 봤냐? 집까지 바래다줬냐? 전화번호는 알아냈냐? 여자들 마냥 호들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집도 전화번호도 몰랐다. 다만 다음 토요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한 것과 그녀의 이름이 다였다.  아 또 있다. 그녀가 여성회관에 자수를 배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지난번 토요일이 마지막이었다고 들은 것 같다. 그러면 내가 아는 것은 그녀의 이름뿐이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잃어버린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