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 이야기 2
토요일이 되었다. 마음이 설렌다. 그녀는 과연 올까? 올 거야. 나는 온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날 좋아할 거란 생각보다 그녀의 선한 눈빛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약속 시간은 2시였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갔다. 그 당시 나는 시간 약속에 대한 철칙이 있었다. 딱 정시에 만나는 장소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서성이다가 2시가 다되어 올라갔다. 2층에 있는 다방이었다. 왔을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있다. 그녀는 먼저 와서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 자수를 놓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뻤다. 그렇게 화사한 얼굴의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일찍 오셨네요."
"네 시간이 비었어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어딨어요"
그녀는 정말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듯한 눈치다. 약간은 이지적이었다. 우리는 커피를 시키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인 것처럼 얘기를 나눴다. 이런 게 어른들이 말하는 궁합이고 인연인 걸까 싶었다. 그녀는 근처에 있는 여성회관에서 자수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나도 식사를 하고 왔고 그녀도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한자리에 앉아 거의 2시간을 얘기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장소를 옮겨 그 당시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인 탁구장엘 갔다. 둘 다 잘 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다음 주 토요일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다.
다음날 친구들이 찾아와 난리가 났다. 뭐했냐? 손잡아 봤냐? 집까지 바래다줬냐? 전화번호는 알아냈냐? 여자들 마냥 호들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집도 전화번호도 몰랐다. 다만 다음 토요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한 것과 그녀의 이름이 다였다. 아 또 있다. 그녀가 여성회관에 자수를 배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지난번 토요일이 마지막이었다고 들은 것 같다. 그러면 내가 아는 것은 그녀의 이름뿐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