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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숙 Jul 03. 2021

비가 와도 환영합니다

- 뒷북 여행기 : 원주 ‘뮤지엄 산’

비가 와도 좋은 곳?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에 외부활동은 꿈도 못 꾼다. 지금처럼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 괜찮은데, 만약 여행을 갔는데 비가 온다면? 생각만 해도 짜증이 솟구칠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비가 와도 좋았던 곳이 있었다.


SNS 속 핫플 '뮤지엄 산'.


갈 때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다. 점점 도착지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흐려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망했다...'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실내 전시라도 즐기자라는 마음을 갖고 안으로 들어섰다. 


뮤지엄 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곳이다.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담은 공간으로 어디에서든 자연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안도 타다오
- 현대 건축의 거장
- 건축의 특징 : 건축물 속에 자연을 끌어들임 / 빛, 바람, 물, 나무가 공존
- 유명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 제주의 본태 박물관, 혜화의 메종, 오사카의 빛의 교회 등

입장권을 구매하고 받은 안내도에는 이곳이 왜 핫플인지가 잘 드러났다. BTS, 엑소, 공유 등 이미 유명 인사들이 다녀간 곳이자, 여러 광고와 드라마에도 등장했다. 인기 스팟들은 모두 야외라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실내 볼거리도 많았다.


길부터 예사롭지 않다

본격적으로 뮤지엄 산 탐방을 시작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걷는 내내 다양한 조형물과 그 뒤로 펼쳐진 자연경관에 넋이 나갔다.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안도 타다오가 의도한 대로 자연과 하나 되는 문화공간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흐린 하늘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흐려지지 않았다.


지루할 틈 없는 전시

실내에는 미술관도 있고 박물관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다양한 체험이 있었던 박물관이었다. 종이의 역사와 의미를 전시하고 있었다. 여러 공간 중에서 하얀색 종이가 가득한 곳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흰 종이를 들고 있으면 그 위에 글이 쓰인다. 먹으로 쓴 듯한 글자가 나타나고, 먹이 물에 풀어진 것처럼 스르르 사라진다.


창만 바라봐도 재미있을 일?

그런 말이 있다. 공부할 때는 벽만 쳐다봐도 재밌다. 공부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정말 박물관 안에서 창만 봐도 재밌었다. 창 밖으로 비가 쏟아지고 물에 빗방울이 투둑 투둑 떨어지는 풍경을 한없이 쳐다봤다. 


복도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창이 있으면 꼭 몇 분 서있었다. 한 번은 안개가 자욱한 산을 보다가 한 번은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인 연못을 감상했다. 이곳에 오니까 비 오는 풍경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비가 그치고 드러난 핫플의 위엄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실내로 들어가면 비가 내리고, 밖으로 나가면 비가 그쳤다. 덕분에 포토 스팟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많은 포인트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십자 게이트와 카페 테라스.

십자 게이트
뮤지엄 산의 시그니처. 이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빨간색의 커다란 조형물이 문처럼 서 있고 그 옆으로 연못이 있다. 때문에 마치 물 위 놓인 길을 따라 박물관으로 향하는 듯하다.

카페 테라스
비가 그치니 삼삼오오 테라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테라스의 묘미는 바로 작은 연못과 그 뒤로 펼쳐진 산맥과 하늘. 한 편의 그림 같은 풍경이 물에 반영되면서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힙한 인생샷 한 컷

건물 한켠에 자리했던, 삼각형 모양의 공간. 크고 작은 돌들이 바닥에 깔려 있고 옆으로는 콘크리트 벽이 둘러쌌다. 천장은 뻥 뚫려서 빛이 들어온다. 이곳 역시 뮤지엄 산의 인기 스팟이다. 엑소의 수호가 왔을 때, 여기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여러 형태의 돌들 때문에 조심해서 걸어야 하지만, 사진에서는 힙한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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