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북 여행기 : 군산 '근대화 거리'
8월 15일 광복절.
우리에게 있어 뜻깊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아프지만, 그렇다고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역사. 그 역사의 현장을 엿볼만한 곳으로 '군산'을 추천한다.
군산은 우리나라의 주요한 개항 도시다. 비옥한 호남평야와 가까워 일제가 쌀을 가져가기 위해 눈독 들이던 항구였다.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일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군산에는 '근대화 거리'가 형성되었으며, 각종 문화 행사도 열린다.
지금부터 군산이 간직해온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파헤치려 한다.
#1. 근대화 거리
군산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눈을 뗄 수 없다. 곳곳에 눈에 띄는 건물들이 반기기 때문. 자세히 살펴보면, 근대화 유산들이자 가슴 아픈 흔적들이다. 그래서 한 곳도 허투루 지나가지 못한다. 지금은 박물관, 카페 등으로 여러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2. 옛 군산 세관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군산 세관. 개항과 동시에 세워졌다. 적벽돌을 사용한 양풍 건축양식으로 대칭이 살아 있다. 무려 역사는 110년이 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손꼽힌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 당시 세관 검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전시했으며, 흥미롭게도 여러 밀수품까지 만날 수 있다. 또한, 군산 세관으로 가는 길까지 놓칠 수 없는 묘미. 옛날에 사용하던 농기구나 마차를 전시해 놓아 군산의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진다.
#3. 미즈 커피 & 장미 갤러리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한 미즈 커피와 장미 갤러리. 미즈 커피는 1930년대 무역 상사 건물을 사용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2층이 하이라이트다. 당시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2층을 가지는 못했다. 2층은 전통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져 특별한 티타임을 선물한다.
미즈 커피 바로 옆에는 '장미 갤러리'가 자리를 지킨다. 과거 일제가 수탈해간 쌀창고였으며 지금은 각종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로 변모했다.
#4. 신흥동 일본식 가옥
영화 <타짜>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진 명소. 영화 속 조승우가 기술을 배웠던 스승이 살던 곳이었다. 사실 이곳이 너무 궁금했다. 갔을 때는 안타깝게도 휴관일이어서 문 앞의 작은 구멍으로 밖에 보지 못했다. 겉으로나마 이곳의 위엄만 확인했다.
군산에 살던 일본인 '히로쓰'의 집으로 '히로쓰 가옥'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일본의 전통 목조 가옥으로 건물 2채와 일본식 정원까지 갖췄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곳으로 겉에서만 봐도 큰 규모가 느꼈다. 그 규모에 왜인지 모르게 쓸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5. 영화의 거리
이곳은 일제의 흔적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멈춰있는 지역인 만큼 많은 영화가 군산에서 촬영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군산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타짜>, <화려한 휴가> 등 여러 영화에서 군산을 찾을 수 있다.
역시나 줄을 길게 서 있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 사진관'. 영화를 보지 못해서 전해지는 감동은 덜했다. 만약 영화를 보고 갔다면 이곳이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올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곳이다.
#6. 경암동 철길 마을
일제 강점기에 만든 철도로 해방 이후에는 판자촌이 형성되며 마을을 이루었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SNS에서 유명한 포토 스팟이다. 특히나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게 인기가 많다. 철길 양옆으로는 추억의 간식과 놀이 체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