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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작가 May 19. 2024

꼬물이

영화 '소울'


  ‘영화 소울의 주인공이 떠올라요. 꼬물대는 무언가 연진씨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네요…’ 코치님이 말씀하셨다.

  소울의 주인공은 자신 안의 예술가를 억누르고 살아가보지만 결국 꼬물대던 내면의 힘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 사랑스럽고 평화롭고 안온한 주인공 ‘조’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것도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 뿌연 세상에서 나는 무감각했다. 두려움에 똑바로 앞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곤 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을 때, 내가 붙잡았던 것은 삶이었다. 나는 못미더웠지만 삶은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혼란 속에서 묻게 되었다. 

  “삶이 나에게 알려주려는 건 뭘까?” 이 질문을 품고 마음을 열기만 하면, 삶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어린아이가 되어 단 하나의 진짜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에 몰입할수록 나는 평화로워졌다. 자신 안의 꿈틀대는 보이스를 따라 기타를 튕기던 ‘조’의 표정이 내 얼굴에 겹친다. 혼란 속에서도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자체만으로 인생이, 내가 괜찮게 느껴졌다. 그 안내를 따라 걷는 여정을 멈추지 않고, 무거운 한 발을 다시 떼는 것이 내가 삶에 돌려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리 여기게 되었다.

  단 하나의 진짜 보물은 멀리 있지 않았다. 아이의 미소, 고객의 이야기, 책 속 한 문장, 따뜻한 된장찌개 속 두부를 넘기는 순간들에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순간이 오고 있다. 나 자신으로 바로 서서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상으로 나아 가야겠다. ‘괜찮을까?’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괜찮아~그렇게 앞을 향해 가.’라는 삶이 주는 목소리를 따르기 위해,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결국 또 다른 나임을 일깨우기 위해 나는 고개를 들고 앞을 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의심을 던져준 목소리가 없었다면 의심에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을 거다. 실험대에 오르지 않았을 거고 그럼 지금의 사랑스러워진 나도 없겠지… 상상만으로도 두둥실 떠오를 것만 같다. 그래서 오히려 두 발을 땅에 단단히 지탱하고자 한다. 삶의 목적지에 가 닿기 위해 지금 여기 깨어서 살아내고자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상을 한 발 한 발 꾹꾹 눌러 걸어야겠다.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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