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일지 #04] 황금연휴는 다른 나라 이야기

나만 없어 황금연휴

by 나대리


어느 외국인이 한 예능에 나와 이런 얘기를 했다.

한국 귀화 시험을 볼 때 나오는 문제 중에 한국 5대 명절이 있다는 것.

나는 그때 머릿속으로 설, 추석, 한글날(?), 크리스마스(?) 등을 떠올리며

수치스러움에 혼자 조용히 얼굴을 붉히고 있을 즈음, 아무렇지 않게 답을 얘기해 주었다.

정답은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저만 몰랐던 거 아니죠? 이제라도 알면 됐죠.)


그리고 올해는 역대급으로

상반기에

설 (1월 25일~30일, 6 DAYS)

가정의 달&부처님 콜라보 (5월 3일~5월 6일, 4 DAYS)

하반기에

개천절&추석 콜라보 (10월 3일~10월 9일, 7 DAYS)

등 등 굵직한 연휴가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인 연차나 휴가 등을 종합해서 보자면

황금연휴라 할만한 시즌이 상당히 많다는 것.


누가 반기지 않을까, 이 황금연휴를.


(저요.)


나를 포함 수많은 항공업 종사자들

아니, 여행업 종사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성수기라는 단어로는 느낌이 부족했는지

극성수기라는 단어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을 보면

여행업 종사자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이지 않을까 싶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황금연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공항에서 일하며 느꼈던 10년 동안의 황금연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풀자면 이 한편으로는 부족하다.


오랜만에 나서는 해외여행에 여권을 두고 온다든지,

너무 오랜만이라 만료일이 지난 여권을 들고 온다든지,

새 여권을 받았음에도 구 여권을 들고 온다든지,

저번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관광지 도장을

여권 비자란에 찍어 온다든지 등 등

대체로 오랜만에 나서는 해외여행에 들떠 여권과 관련된

특이사항들이 항상 발생한다.


단순히 승객들이 많은 것 또한 문제가 된다.

평소 각 공항 출국 입장 대기시간이 1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이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황금연휴에 여행하려는 승객들은

평소보다 일찍 공항에 와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항공기 좌석도 마찬가지.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해외여행에

미리 자리를 잡아두지 않아

4시간가량을 멀리서 지켜만 봐야 할 수도 있다.


항공기 좌석지정은 선착순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특히 유소아 동반 승객)는 여유 좌석이 있다면 어떻게든

같이 앉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엔 좌석 변경이 어렵다.


혹시나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사전좌석지정을 하고 공항에 가길 바란다.

운에 맡기기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4시간 동안

불편한 동석을 하실 우리 부모님이 너무 힘드실 것이기 때문.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어도,

나 또한 황금연휴를 좋아한다.

몸이 힘들 뿐이지 금융치료(수당)를 받다 보면

어느새 비수기의 저렴한 티켓을 구매하고

혼자 떠날 계획에 웃음이 절로 나기 때문.


개인의 성격과 그 외의 환경만 맞다면

스케줄근무의 특성과 장단점을 받아들이며

적응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말로는 힘들다 힘들다 하며

10년을 군말 없이 다니는 걸 보면,

어느새 적응을 넘어서 공항과 혼연일체가 된 것 같다.


내가 공항이고 공항이 나(?)인 지경에 이르렀으니,

일반 9 to 6 근무는 절대 못할 것 같다.


아무튼, 모두가 좋다면 좋다.


모두 오랜만에 나서는 해외여행에 큰 설렘을 안고

공항에 오는 만큼, 그 마음의 반이라도 헤아려

여행의 시작을 아름답게 꾸며줄 수 있다면,

성수기가 됐든 극성수기가 됐든 초초극성수기가 됐든

모두 모두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