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가 익고 있어 메이플 쿠키는 먹어버렸지
마음이 열려야 입이 열린다
일요일 오전
익숙한 이름이 전화기 화면에 찍혀 있었다
늦잠을 자느라 진동소리를 놓쳤다
지난번 소식을 전한 것이 작년 10월쯤이었다
사업하시는 분이라 전화 가능하신지 문자를 드렸다
언론보도가 될 만큼 큰 사건을 겪느라 고생하신 사연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잘 해결됐다고...
사업하다 보면 그런 일들은 자주 겪는 일이라고...
그 와중에도 내 안부를 걱정해 준다
인간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혈연은 아니지만 이모 같은 분의 아들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는 사이인데 고등학교, 군대 그리고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변하는 모습을 다 보았다
신기하게도 그는 늘 어른이고 항상 진중한 모습이다
부족함이 없고 넘치지 않게 배려를 한다
작년 4월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날 때 장학금까지 보내주었다
50이 넘은 나이에 공부하러 간다고 기특하다고 했었다
요즘 균형이라는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삶의 균형이란 어느 한 점이 아니라 스펙트럼처럼 연속적인 상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비하나 자기 과시가 아닌 건강하고 무해한 균형,
그건 마음을 여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열린 마음에서 좋은 말이 오가고 진심을 더 깊이 헤아리게 된다
제자리에 있으면서도 나누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균형일 거다
놀러 오라고...
건강하시라고...
그렇게 전화를 마쳤다
여운이 있었다
한 번씩 건너는 삶의 고비에서 다시 보통의 삶으로 돌아온 감사를 생각한 때문일까?
아이에게 전해 줄 메이플쿠키는 이미 한참 전에 내 입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를 위해 토론토 공항에서 산 술이 아직도 장에 들어있다
과자는 유통기한이 지나진 않았는데 신선도가 떨어졌을 거라고 결론지었던 것이다
'양주가 익고 있어 메이플 쿠키는 먹어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