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선배 Apr 13. 2024

수다는 물음표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

이 말을 쓰면서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개의 물음표를 본다

질문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은 어떤 것일까?

언제, 어느 때에 찾게 될까?

어디서 발견하게 될까?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됐을까?

그다음에는 무엇을 질문할까?


같은 질문에 또다시 답하라고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다'이다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답을 할지라도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지난주 <후엠아이 프로젝트> 질문 중 하나였다

더불어 이어지는 질문들이 있었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릴 적 친구들이 불렀던 별명은?

새롭게 닉네임을 만든다면?'


지난 과정에서 내 대답은 별슴, 민송, 그리고 편 J였다

고등학교 때 시모임에서 지와 고뇌의 상징 같던 선배가 붙여준 '별슴'은 별의 가슴을 줄인 말이었다

'민송'은 사관학교 서예반 선생님이 낙관에 새겨주신 이름이었다

원래 이름이 너무 순해서 강한 이름을 지었다고 하셨다

옥돌과 소나무, 민송은 그렇게 생겨났다

'편 J'는 블로그 닉네임이다

편들어주기 달인 Jackie.

어려서부터 소속이 불확실한 것이 싫었던 나는 편을 너무 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편이 없는 사람은 다 편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생각해 보니 본래 이름은 외면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같은 질문을 마주했을 때, 나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답이 달라진 것이다

본래 이름이 아니라 굳이 다른 이름들을 먼저 고집한 건 지금까지도 내 이름을 마음 밖에 두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스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나를 부정하고 불안하게 했던 것일까?

기쁘다, 순하다

부모님께 받은 이름의 뜻이다

그런데 나는 옷에 붙은 도꼬마리씨처럼 두 사람에게 붙어 있었다

희순이 큰엄마였고 희순이 엄마였다

내 이름의 소유를 두고 큰소리가 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두 사람 모두 내가 원하는 애정에서 거리가 멀었다


나는 내 이름이 싫었고 슬펐던 것 같다

아빠에게 왜 나를 낳았냐고 화를 냈던 기억도 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

 번째.

이제야 나를, 그리고 이름을 쓰다듬어 주었다

큰엄마와 엄마가 내게 있었다는 것과 생명을 주시고 돌봐주신 은혜를 생각했다

하나의 존재로 이제는 뿌리째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는 쾌감이었다

이름에서 감사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질문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의 시간 속에 있다

나는 원래의 나로서 자유로워지고 있는가? 내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

물음표에게 놀이터가 되어주기로 허락하는 일

수다는 그런 시간일 거다


말이나 분류표로 세상을 덮지 않을 때 잃어버린 감각이 삶에 돌아온다.
삶에 깊이가 돌아온다.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무엇이 내가 아닌가를 아는 순간,
'나는 누구인가'가 나타난다.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작가의 이전글 수다쟁이는 필요한 순간에 말을 넣어두는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