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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Oct 22. 2023

[덴탈 프리즈너] 서문

덴탈 프리즈너

故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 [인연]에는, 글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수필은 독백이다. 소설가나 극작가는 때로 여러 가지 성격을 가져보아야 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도 되고 폴로니아스 노릇도 한다. 그러나 수필가 램은 언제나 찰스 램이면 되는 것이다.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하게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 피천득, '인연'


과거 3년간 공중보건의사로서 교도소에서 근무하면서, 다시금 책을 읽고 생각과 글을 적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삶을 기록하는 일은 작은 취미가 되어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고, 그간의 글 중 몇 편을 모아 이렇게 엮어봅니다.


가끔씩 본질을 벗어나긴 하지만, 아무래도 역시 제 글은 수필입니다. 시사-정보 글처럼 과히 부산하지도 않고, 인문-교양 글처럼 과히 파고들지도 못합니다. 수필가 이동훈은 언제나 이동훈이었으면 했습니다. 깨어있는 많은 시간에 진료를 보았고, 일이 끝나면 지인들과 술을 마시곤 했으며, 여러 곳에 시선을 두며 걷기를 좋아해 잡다한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글들의 주제도 각각 그만큼의 비중을 차지할 것입니다. 진료실 이야기를 담은 글이 많고, 지인들과 나눈 대화에서 시작된 글도 있고, 소소하게 파고든 취미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읽으시는 분들이 제 글을 문장이 아니라 사람으로 느껴주신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제 독백을 읽는 일이 글로 잠시 살아보는 경험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 시선과 표현이 흥미롭고 신선해서, 안으로는 공감을 자아내고 밖으로는 나를 넓혀가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2023.10.22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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