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신장병 치료제 연구에 기부하기
어느 날 유튜브에서 한 다묘 집사가 신장병을 가진 고양이를 위해 일본까지 날아가 신장병 치료 연구를 진행 중인 일본의 한 연구소를 방문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사람도 아니고 고양이 때문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일이야?"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일지언정 오랜 시간 정을 주고 함께 산다면 내 아이, 내 자식, 내 가족이 된다. 외국에서는 반려동물은 'fur baby(털아기)'라고 부를 정도로, 내 자식같이 여긴다. 내 자식이 아프다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뭐든 하려는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유튜브에서 소개된 고양이 신장병 치료 연구센터는 일본의 AIM라는 연구소다. 미국에서 공부를 한 토오루 미야자키 교수는 혈중 단백질인 AIM를 발견하였고, 이 AIM이 혈중 단백질로 몸속에 쌓이는 쓰레기를 청소해 뇌경색 등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 특히 고양이에게 자주 발생하는 신장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 연구에 따르면, 제대로 기능하는 AIM을 투여하면 신장병의 진행을 멈추고, 젊은 고양이에게 투여하면 신장병 발병을 억제할 수 있어, 고양이의 수명이 평균 2배로 최장 30년간 살게 될 수 있다. (*1. MANLAB 기사 중 발췌)
"그래서 고양이 신장병 치료제 연구가 왜 중요한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하다. 고양이 사망 원인 1위인 질병이 바로 신장 질환이다. 고령묘(7세 이상) 10마리 중 3마리 이상이 신장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고양이에게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조용한 살인범'이라고도 불린다. 혈중 크레아티닌과 BUN 수치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2기까지는 초기로, 진단 후 평균 3년 정도 살며 잘만 관리하면 8년 이상을 살 수 있다. 3기 진단을 받았을 경우, 평균 2년 더 살며 관리를 잘했을 때 6년 더 살 수 있다. 4기 진단을 받으면, 평균 한 달 정도밖에 살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2. 홈페이지 theveterinarynurse 중 발췌)
이처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고양이 신장병 치료제는 아직 없다. 대부분 의료 및 치료제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생명을 동물의 생명보다 더 위로 두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생명이 더 돈이 된다. 돈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도 많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정적 지원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진들도 어쩔 수 없이 동물 치료제를 포기하고 인간 치료제로 연구방향을 전향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순수과학 영역에서도 자본주의의 이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장병 치료제 연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니, 인간의 신장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토오루 미야자키 교수는 왜 AIM 기술을 사람 치료제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고양이 신장병 개발에 연구하게 되었을까? 사람 AIM와 사람 신장병을 연구하면 토오루 미야자키 우연히 한 수의사로부터 모든 고양이들이 예외 없이 신장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부터 시작됐다. 연구 결과,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AIM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많은 실험 끝에 AIM 주사를 통해 고양이 신장 기능이 회복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올해 중 관련 과학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상을 본 후, 며칠간 고양이 신장병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제 곧 3살이 되는 우리 집 털아기 루나가 4,5년 후 신장병에 걸린다면, 치료를 해줄 수 있을까? 만약 그때까지 치료제가 없다면 루나는 남은 생을 평생 식단관리를 통해 절제된 삶을 살 것이고, 나는 매년 신장병이 악화될 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의 털아기의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기부라는 방식으로.
바로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갔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일본 현지 내에서만 입금을 할 수 있는 기부 계좌 정보만 나와있었다. 해외에서 입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그만둘 수 없었다.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내용으로 홈페이지에 영어로 문의메시지를 남긴 지 이틀 만에 토오루 미야자키 교수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해외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업데이트를 해줄 것을 약속을 해줬고, 약 한 달 후 업데이트가 되었다고 소식을 전해줬다. 우리 집 털아기 루나의 미래를 위한 첫 '투자금'을 보냈다.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은 토오루 미야자키 교수는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많지 않을 해외 기부자 중 한 명의 나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기부 문의에 영문 기부 창구를 마련했다. 또 해외 은행 이체라는 번거로운 방법보다 해외 기부자가 쉽고 반복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Paypal 계정 개설을 제안하니,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주시고 팀에 전달한다고 답장을 줬다.
2021년 9월에 발표된 한국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인구·가구 부문 표본조사에 따르면, 총 2092만7000가구 중 약 15.0%인 312만9000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 이는 7가구 중 1가구 꼴이다. 그중 242만3000가구는 개를 키운다고 응답했으며, 71만7000가구가 고양이를 키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3명 중 1명 이상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뒤늦게 고양이의 매력이 알려져 소셜미디어에 시크하면서도 멍청미가 넘치는 고양이 영상들이 늘고 있다. 고양이의 인기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요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털아기 고양이가 치료제가 없어 신장 질환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는 일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우리 소중한 털아기 10년, 20년, 30년 같이 우리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발췌
*1. https://www.manzlab.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