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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Nov 16. 2023

단골카페 이야기

단골이 되는 이유

  어쩌다 보니 카페가 참 많은 동네에 살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 생기는 것들이 많겠지만, 그중에 최상단 밴드에 있는 것이 카페가 아닐까. 이러니 카페 많은 동네가 우리 동네만은 아닐 테지. 박땡땡 커피도 있고, 강릉에서 유명해진 테라땡땡 커피도 있었고, 어마어마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던 커피 템땡도 있었다. 물론 브랜드커피전문점도 골고루 다 있다. 과거형으로 쓰인 커피전문점은 경쟁과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뜻이다.

  옛날 사람이라서 가게 주인의 얼굴상과 표정을 보고 다시 갈지 말지 결정을 하는 편이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 커피벅스가 있다. 커피벅스를 만들어 낸 창업자의 스토리를 책으로까지 펴내면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각인시키고, 이 브랜드의 성공스토리에 사람들이 공감한다. 게다가 심지어 커피맛도 좋다고 칭찬을 한다. 남의 성공에 몹시 배 아파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커피맛도 별로이고 의자도 불편하다며 투덜거린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커피벅스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주커버그가 오버랩된다. 청문회에 나와서 ’사생활의 노출’을 우려하는 위원의 질문에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같은 표정으로 있던 장면이 생각난다. 왜 상관관계가 없는 둘을 연관 짓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냥 주커버그의 그 백치 같은 표정을 떠올리면, 덩달아 커피벅스도 싫어진다. 이러니 주인의 얼굴상을 살피는 나에게 커피벅스는 그저 어쩔 수 없을 때 가는 곳일 뿐이다. 물론 약속장소로 이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냥 찾기 쉬운 ‘시계탑’밑 같은 기분이다. 아무것도 안 마시고 사람만 찾아서 나오기도 한다.


주말에 다른 작은 카페들이 문을 닫아도 꾸준하게 문을 열고 손님을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동네카페가 있다. 손님이 있거나 없거나 쉬는 날 없이 문을 여는 ‘근성’ 있는 카페이다. 주말에는 풀타임으로 여는 것 같지는 않고 오후에 여섯 시간 정도 문을 여는 것 같다. 문을 열자마자 입장해서 문 닫을 때 퇴장하는 것은 몹시 ‘모양이 빠지는 없는 짓’이므로 오후 2시쯤 점심산책을 하고 들러서 차를 마시고, 책을 조금 보는 척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홍여사와 수다를 떨다 온다.


이게 어쩌다 보니 주말 루틴이 되어버렸다. 중년의 부부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주중과 달리 주말엔 한가한 카페라서 눈치는 덜 보인다. 홍여사말로는 주중엔 북적거린단다. 카페사장님의 생활리듬이 우리와 비슷한 것도 마음에 든다. 예를 들어,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인 오후 세시가 되면 믹서기를 돌리고 쿠키를 만들 반죽을 쿵쾅거리며 치대는 소리로 우리의 졸음을 방해해 주신다. 이 광경을 보고 심약한 홍여사는 심각하고 은밀하게 묻는다.


“우리더러 그만 가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닌가? “


그럴 리가. 카페 사장님에게 아무리 쿵쾅거리셔도 우리는 금방 가지 않을 거라 너스레를 떨었더니 깔깔 웃으신다. 그러면서 붕어빵 하나 구워드릴테니 맛 좀 보고 가시란다. 이러니 단골이 되지 않을 까닭이 있겠나.


음악은 책 읽고, 그림 그리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의 팝송이다. 물론 가사는 들리지 않는다. 가사가 들리면 책 읽기에 방해가 되므로 안 들리는게 오히려 좋다. 어떤 날은 카페사장님도 일은 안 하시고 자리에서 책을 보거나 쉬고 있고, 카페에 우리만 남겨두고 옆가게로 마실도 다녀오시기도 한다. 내 책을 선물했더니 3박4일 열심히 읽고 나서 카페입구에 이렇게 ‘상설전시’도 해 주신다.

이런 작은 카페들이 동네의 한 구석에서 작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기 좋다. 주중엔 손님들로 와글거리고, 주말엔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지속되기를 하는 이기적인 바람도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동네카페 칭찬을 하는 나를 보고 우리집 홍여사 기어이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말을 한다. 뜨끔하다.


“ 무슨, 카페 사장님이 예뻐서 가는 거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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