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계획
50대 중반을 넘어 6자를 바라보고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가지고 있는 자산을 정리해 보고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게 신년계획이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엑셀로 만들어둔 현황표를 보고 있었다. 홍여사, 지나가면서 한마디.
“은퇴하고 싶구나? 하고 싶으면 해”
그래도 되려나? 기왕에 펼쳐놓은 엑셀파일에 쉬트를 하나 더 만들어 은퇴플랜을 진지하게 짜 본다.
목표는 2025년 12월 은퇴.
2028년부터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들,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뭔지도 모르고 들었던 변액보험이 꽤 된다. 납입하는 동안 홍여사한테 엄청 잔소리를 들었다. 원금이 아까워서 기어코 완납을 하고 꾹 참고 묵혀두었다. 동화였다면 이것이 효자노릇을 해 주어야 하는 건데, 그냥 똥 되었다. 원금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이것들을 모아 2028년부터 20년을 받는 조건으로 만들어 맨 윗줄부터 다섯 번째 줄까지 배치한다. 똥덩어리가 다섯 개라니, 홍여사가 한심해할 만하다. 변액의 ‘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다음은 퇴직연금.
한 회사를 열심히 오래 다닌 덕에 (내 기준으로는) 꽤 많은 돈이 모아져 있다. DC에 넣어두고 안정적으로 만지작거린 것이 주효했나 보다. 퇴직한 년도부터 10년간 나누어 받는 것으로 여섯 번째 줄에 배치한다.
2028년부터는 퇴직+변액을 합친 예상액이 우리 가족이 생존을 넘어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기특하고 다행이네. 퇴직연금이 끝나게 되면 그 자리는 국민연금이 차지하게 되면서 2047년까지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오래 사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아무튼 계산은 그렇다.
문제는 2026년과 2027년이다. 퇴직연금만으론 조금 부족하다. 비장의 카드.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이 그 자리를 딱 메꾸어준다. 홍여사가 이 부분을 몹시 아까워하는 듯하다. 넌지시 2025년을 2027년으로 미루는 것은 어떠냐고 묻길래.
“낙.장.불.입”
재정문제는 해결했다.
이제 회사를 맡아 줄 매니저만 구하면 된다. 근데 어쩐지 데자뷔 같은 느낌이 든다. (매니저 감으로 뽑아 놓았던 직원이 작년 8월에 사직) 나를 구해 줄 미래의 매니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구인공고
매니저 하고 싶으신 분, 연락 주세요.
매년 2-3회 이탈리아에 있는 본사 출장 가실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조건들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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