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Feb 12. 2024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야?

아이와 함께 경제공부-4

https://brunch.co.kr/@jinho8426/343


- 전편에 이어서 -


이렇게 시작된 주식탐방은 몇 군데의 회사를 더 거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나오는 숫자와 정보들을 가지고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 판단해야 해.

예를 들어 보자. EPS라고 하는 게 있어. Earning per share, 주당 순이익이라고 하지. 이건 크면 클수록 좋은 거지. PER, ROE 같은 지표들도 있어. (멍한 표정) 이건 조금 더 생각해야 되고 복잡하니까 네가 직접 찾아봐도 좋을 거 같다. 아빠가 준 책을 보면 개략적인 설명이 나와 있어"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주식을 살 수 있을까?"

"...... 또 뭐가 필요한데"

" 아까 친구가 왜 투자를 한다고 했었지? 아이디어가 좋다고 했잖아. 이 회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기발하고 괜찮은 일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지.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 있어? 똘끼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

"일론 머스크. 똘끼 하면 이 놈이지. 이거 하다가 돈 벌어서, 저거 하다가 폭망하고 ㅋㅋㅋ"


"그래. 숫자만으로는 좋은 회사인데,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는 모르는 거잖아. 경영자가 똘끼를 부릴 때마다 투자자들은 뜨악 할거구. ㅎㅎㅎ.

주식은 미래에 투자하는 거다 라는 말이 있어. 앞으로 회사가 성장을 해서 몇 년 후에 정말 좋은 회사가 된다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분이 어떨까. 아빠가 일전에 읽은 책에서 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경영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님인데, 미국의 IPO, 주식을 시장에 상장하는 걸 IPO라고 해. 잘 못 되면 주식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까다롭게 심사를 하거든. 그러니까 이 IPO의 방법과 절차를 설명하려고 자료를 찾다가 구글이란 회사의 IPO자료를 찾은 거야. 그걸로 열심히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공부를 한 거지. 안타까운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 놓고 정작 구글 주식은 단 한 주도 사지 않았다는 거야."

"으으. 내가 다 아깝네."

"그니깐, 숫자와 정보만으로는 안 되는 거야. 세상을 보는 눈이 그리고 미래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런 혜안을 가지기 위해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써보고 하는 거야."

......

"너 게임 좋아하지?"

"이제 네가 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면 게임을 하는 대신 뭘 해야 할 것 같아?"

"게임 주식을 살 까?"

"아니지, 게임을 사기 전에 그 회사 재무제표를 보고 이런저런 계산도 해보고, 이 게임 말고 다른 게임도 만들고 있는지, 이 게임을 너만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는지 등 많은 것을 검토한 후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지"

"어렵네. 어려워"

"어려워. 나도 어려워서 주식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앞으로도 하지 않으려고 해"

"엥, 그럼 하지도 않을 거면 뭐 하러 이런 공부를 하라고 하는 거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 말고도, 다른 여러 투자방법이 있으니까. 주식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더라도, 경제와 금융지식이 없으면 곤란하겠지. 그래서 공부는 계속해야 하는 거야. 아까 그 교수님처럼 되지 않으려면 다른 분야의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해. 세상의 모든 지식이 유튜브에 있긴 하지만, 책이야말로 읽고 멈추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매체야.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지식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지 않아"

......

"아빠가 은퇴를 한다고 했잖아. 지금 후회하고 있는게 뭔지 알아?"

......

"왜 공부를 하지 않고 꼬박꼬박 돈을 은행에서 보험회사에서 모았을까 하는 거야."

"모았으면 된 거 아니야."

"아니지, 같은 돈을 모으더라도 어떻게 모으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야. 보험회사에 가면 변액보험이라고 있어. 나중에 가면 좋다는 말만 듣고 여기에 돈을 모았는데, 결과는 겨우 원금에서 조금 나은 정도야. 20년이 넘도록 모았는데 겨우 원금이라니. 차라리 은행에서 적금으로 모았어도 이것보다는 훨씬 나았을 거야. 너도 나처럼 되지 않도록 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너 엑셀 할 줄 알아?"

"조금(자신 없는 목소리)"

"엑셀 열어봐. 전에 이야기하던 오천만 원 있잖아. 네가 학원에 가지 않아서 모아둔 돈. 그걸 어떻게 활용할 건 지 같이 만들어보자. 초기 투자금 5천만 원이라고 써봐. 아니지 글자로 쓰면 안 되고 숫자로 써야지. 옆에는 20이라고 쓰고. 오천은 어떻게 분배할 거냐 하면, 개인연금에 1800만 원, ISA에 2000만 원이라고 넣어 봐. 그리고 나머지는 CMA."

"이게 다 뭐야?"

"나라에서 허락해 주는 절세상품이야. 여기에 투자하면 세금혜택효과가 있어. 아빠는 여태껏 이런 걸 모르고 그냥 살았어. 엄청 후회가 된다니깐. ㅎㅎ."

"내가 이게 뭔지 찾아봐야 하는 거지?"

"당연하지. 아빠가 준 책을 잘 찾아보면 이게 뭔지 다 나와있어. 먼저 목표를 세워야 해. 20세가 되면 한 달에 60. 일 년에 720은 모으겠다 뭐 이런 목표. 그리고 평균수익률은 9%가 되도록 공부를 열심히 해보겠다. 할 수 있겠지"


대답을 시원하게 하지 않는다. 한 달에 60을 모으라는 말이 달갑지 않은 눈치이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플랜을 완성.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정말 이렇게 큰 숫자가 나온다고"

"아니지, 좀 더 큰 숫자가 될 수도 있지. 네가 30살이 되는 해에 만약 네가 열심히 매년 720을 꾸준히 모았다면, 내가 오천을 더 투자해 줄 수 있어. 이때 역시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30세에 되는 해에 오천만 원 추가해 봐.(이건 네가 대학을 가지 않아서 굳은 돈- 마음의 소리) 어때, 숫자가 아까와는 또 달라졌지. 복리가 이렇게 굉장한 거야. 이걸 복리의 마법이라고 해"

"우와. 정말 이렇게 된다면 좋겠는 걸"

"아니지, 숫자는 거짓말 안 해. 이렇게 되면 은퇴하고 나서 사회봉사도 하고 기부도 하면서 정말 근사한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왜냐하면 네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산다면, 네가 쓰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이 계좌에 착실하게 들어올테니 말이지. 네가 할 일은 1년에 720만 원 모아서 열심히 투자하는거. 그리고 그 때가 될때까지 꾹 참고 관리하는 거. 어때 대단하지?”

......


슬쩍 엑셀을 보더니 720만 원이라고 되어 있는 셀이름을 '유흥을 포기함'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아. 이제 이 녀석 책 좀 읽으려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