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리뷰/ 왓챠, 재즈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결말 해석]
개봉일 : 2012.01.15. (한국 기준)
감독 :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흘러간 시간과 사랑
독특한 그림체와 부드럽게 흘러가는 재즈 선율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
평소엔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 아기자기한 그림체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인 나에게 <치코와 리타>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영화는 통속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클럽에서 반짝이는 여성 리타를 보고 첫눈에 반한 치코. 이어지는 뜨거운 사랑과 오해, 엇나감. 여느 사람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와 다를 것 없이 흘러가지만, 그 사이에 들어찬 음악이 너무도 아름답고 감미롭다.
다양하고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 음악이 주는 향취, 주인공들의 목소리. 모든 것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치코와 리타>의 무드는 고소하고 씁쓸한 커피 한 잔을 떠올리게 한다. 1948년 짜릿한 첫 만남을 지나, 쿠바혁명이 일어난 격동의 시기였던 1953년 그리고 젊음이 시들어버린 현재의 시간까지. 쿠바의 역사와 함께 세월을 보낸 주인공 치코와 리타의 사랑이 이 안에 담겨있다.
기억할 거야, 우리가 함께 사랑을 노래한 그 순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가스까지, 사랑과 꿈을 쫓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영화는 현재, 시들어버린 노인 치코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며 화려한 노년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치코. 라디오에선 <치코와 리타>라는 제목의 곡이 흘러나오고, 치코는 노래와 함께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치코는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다. 친구 레이몬과 여러 여성들을 만나며 밤 시간을 즐기던 치코는 무대 위 리타에게 첫눈에 반한다. 치코의 마음을 사로잡은 목소리를 가진 리타는 평생을 기다려온 듯한 운명 같은 여자였다. 치코는 리타를 만나기 전까진 여러 여자들을 거치며 바람둥이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리타를 만나고 나선 다른 여자들을 만나지 않고 리타만 바라본다.
리타는 갑작스레 다가온 치코를 쉽게 믿지 못한다. 직업 특성상 자신의 목소리와 재능을 팔며 살아온 리타는 치코 또한 다른 남자들처럼 한두 번 웃음을 나누고 말겠지- 싶었던 것이다. 리타는 치코를 차갑게 쳐내지만, 레이몬의 중재 덕분에 리타는 치코가 만든 노래에 자신의 목소리를 섞게 되고, 둘은 사랑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치코는 사랑을 담아 리타를 바라보고, 그녀에 대한 감정을 노래로 풀어낸다. ‘리타’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름다운 선율이 치코와 리타의 주변을 감쌀 때. 둘의 사랑은 조금 더 진하게 익어간다.
일반 피아니스트가 아니에요. 치코는 치코예요.
리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치코뿐만이 아닌 투자자 ‘론’의 마음도 사로잡게 된다. 론은 리타에게 뉴욕행을 제안하지만, 리타는 치코 없이는 못 간다고 계약을 거절한다. 론과 리타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치코는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라 착각하게 되고, 둘의 오해가 시작된다.
오해를 한가득 쌓은 채 리타는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리타가 뉴욕행 배를 탈 때, 그녀를 배웅하러 나온 건 치코의 친구 레이몬뿐이었다. 레이몬은 ‘나라면 너를 보내지 않을 거야’라며 리타에 대한 미련을 표현한다. 리타는 꿈을 좇아 뉴욕으로 향했고 유명한 가수가 된다. 하지만 유명인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유색인종이라는 은근한 차별을 피할 순 없었다. 리타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유색인종과 미래를 약속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 아니냐며 무례한 말들을 내뱉는다. 리타는 당당하게 그들을 대적하지만, 그럴 때마다 리타의 마음속엔 새로운 상처가 생겨난다.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까지. 리타는 가수로서 승승장구한다. 그런 리타 앞에 나타난 치코는 비교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리타는 성공한 여성이다. 자신이 가진 노래에 대한 재능, 아름다운 목소리로 일궈낸 큰 성과는 작은 클럽 무대를 넘어 영화까지 진출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리타는 행복하지 않았다.
새장을 벗어나 되돌아갈 길을 찾는 것
리타는 론의 서포트로 스타가 되었지만, ‘누가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라는 질문엔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리타가 행복을 느끼는 건 치코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뿐 이었다. 리타는 결국 사랑을 선택하기로 결정한다. 치코는 그런 리타의 말에 가수의 삶과,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하냐며 걱정하고, 리타는 화려한 현재가 아닌, ‘모든 희망을 과거에서 찾고 있다’고 얘기한다. 리타는 화려한 가수의 삶이 아닌, 치코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삶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톡톡한 투자 대상을 놓칠 수 없었던 투자자 론과 레이몬의 계획적인 훼방으로 치코는 마약 밀매 혐의를 받게 되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리타는 오지 않는 치코를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둘의 사랑은 47년의 시간을 지나 겨우 이뤄지게 된다. 47년의 시간 동안 쿠바는 사회혁명을 겪었고, 혁명의 파동으로 재즈가 외면 받게되자 치코는 일자리를 잃는다. 리타는 차별을 받으며 이어온, 행복하지 않은 가수 생활을 그만둔다.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루지 못한 치코와 리타의 사랑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드디어 제자리에 안착한다. 라스베가스에서 치코를 기다리던 젊고 아름다웠던 리타는 모텔을 청소하는 할머니가 되었고, 재능을 뽐내던 젊은 피아니스트 치코는 피아노가 어색해진 할아버지가 되었다. 나이가 들고, 빛나던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치코와 리타는 깨어지지 않을 사랑을 약속했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서로를 마주한다.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 게 아닌, 다른 이들보다 조금 먼 길을 돌아 만나게 된다.
영화에 흐르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과, 화려한 쿠바의 밤 전경이 아름다운 영화 <치코와 리타>. 선선한 여름밤, 시원한 맥주 또는 음료 한 잔과 정말 잘 어울리는 감성의 영화다. 재즈 연주 감상과 영화 내에 등장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캐릭터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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