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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nect Sep 17. 2021

나의 스물아홉 모퉁이 이야기

아홉수 그리고 카페

여전히 불안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른 채 매일을 어떻게든 걸어가던 20대의 , 나는 서울 동쪽 이자 8호선의 종점이기도  암사동 골목  모퉁이에 heenect(히넥트)란 이름을 가진 작은 카페를 차렸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쩌다 카페를 차렸는지 도무지   지만 인생은 가끔 정말 의외의 곳으로 우릴 데려간다. 아무도  떠밀지 않았지만 뭔가에 떠밀리듯 나는 공간을 꾸리고 차렸다. 정신 차려보니  암사동 골목  모퉁이의 주인이 되어 있었고, 손님들은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때  나이는 불과 또는 무려 스물아홉이었다.


내 인생 계획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예상외의 장소였던 그곳에서  많이 웃었고, 다정하고 따뜻한 날들을 보냈다. 물론 이따금씩 울었고 외로웠고 힘든 나날들도 있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작은 공간은 내게 좋은 추억과 그렇지 못한 기억을 함께 안겨주었다. 당시엔 그랬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모두 좋은 기억인 듯싶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니까. 그만큼 내가 그곳,  시절에서 멀어졌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이따금씩 다시 카페를 차릴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아니. 절대"

절대란 말은 절대 쓰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절대'란 말에 내 마음의 단호함을 담아 거절의 의사를 표한다.


단호한 대답을 하면서도 점점 좋은 기억들만 남아 가는 상황에서 나는 언젠가 카페 또는  공간을 지키고 있을 수도 있겠 생각한다.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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