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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우리는 매 순간마다 궁금증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아무리 주입식 교육을 받은 세대라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나는 궁금증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글을 쓸 때 이야기 거리가 없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는 것도 무척 중요한 글쓰기 비법이 된다.


그런데 나에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그림이 말을 해 준다니... 과연 그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지만 그림을 보며 작가가 그림을 통해 들려주고자 했던 통찰을 꿰뚫으며 그림에게 배운 삶의 지혜를 전하는 책이 있다.


'유랑선생'이라는 작가명을 쓰는 태지원 작가의 <그림의 말들>이 2022년 9월에 출간되었다. 태지원 작가는 2021년  '제8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책을 출간한 글재주가 남다르다. 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더 놀랄 일일 테다. 그녀의 문장력과 글이 좋아 구독을 하며 더 많은 관심이 갔고, 멋진 그녀의 글에 댓글을 달면 언제나 정성 가득한 답글을 달아주는 진심 가득한 작가다. 작년 출간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에 이어 올해 <그림의 말들>이 출간되어 혹자는 작가가 미술교사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일찌감치 경제와 관련된 청소년 책도 다수 출간되어 있으니 그녀의 사유하는 글은 어디까지일지 내심 기대가 된다.

제주도에서 강의와 여행 중 작가의 책을 벗 삼아~


9월 유랑선생의 브런치에 출간 기념 서평 이벤트 글이 올라왔다. 그 당시 책을 편집하고 있었기에 사실 시간이 녹록지 않았는데,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번쩍 손을 들고야 말았다. 이후 만들고 있던 책의 방향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그만 서평 이벤트 시기를 놓쳤다ㅜㅜ. 그리고는 스스로 얼마나 자책을 했던지... 내가 손을 들지 않았더라면 기회가 다른 이에게 갔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냥 천천히 읽고 시간 될 때 마음을 전하면 될 텐데 왜 그랬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후회하면 늦는 법.

유랑선생 작가의 친필 사인


편집 작업하던 <더 빛날 너에게> 책도 출간되어 서점에 잘 안착하는 것을 보고 난 후 정신 차리고 보니 <그림의 말들>이 생각났다. 책을 펼쳐 들고 천천히 한 문장씩 읽어가는 중에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어쩜 제목에서 처럼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삶의 역경마다 들려오는 자책의 소리를 그림에서 풀어내며 스스로 위로받고, 독자를 위로하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프롤로그에서 적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누구나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작이 마음속 상처와 고민을 꺼내어 보듬 어가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책 <그림의 말들> 은 좀 더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이야기,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나가는 이야기를 많이 다룹니다. 매거진에 글을 올렸던 시기는 제 마음이 많이 흔들리던 때와 맞물려 있었어요. 그만큼 관계, 행복, 삶의 태도 등 인생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고, 그 순간마다 저는 그림 속에서 답을 찾아보았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책은 크게 네 부분,

1장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알아야 할 것들'

2장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다면'

3장 '적당한 거리가 관계를 아름답게 만든다'

4장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법'으로 나누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고,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늘 자기 자신과 투닥투닥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관계 속에서 늘 넘어지는 나를 볼 때면 더 힘들어 지칠 때가 있다.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고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그림에서 하는 말에 귀 기울여보자. 당신의 삶에 지혜가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이야기를 옮겨보자.


작가가 초등학생 시절, 전철을 타며 등하교를 한 적이 있는데 출근길 북적대는 전철 안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고 한다. 당연지사 머릿속으로 그 등하굣길을 '싫음'내지는 '별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넣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전철역을 오르내리는 일은 익숙해졌고, 점점 썩 괜찮은 일과로 자리 잡았다.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나는 그 일을 '싫음'의 카테고리에서 꺼내'좋음'으로 분류해 넣었다고 한다. 되돌아보면 그 기묘한 등하굣길은 그녀에게 좋은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스스로의 분류작업으로 결과가 바뀌는 일이 있다. 결국 '좋음과 나쁨'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면 보이는 것이 많은데, 밀레의 <봄>에서도 이런 역설을 찾아낸다. 밀레의 봄은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의 눈부심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봄기운의 생명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역설적이게도 어두운 하늘 아래 퍼붓던 소나기가 불러온 결과이다. 자연의 역설은 인간의 삶에도 종종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림의 말들> 책 속으로...


만약 당신이 지금 인생의 세찬 비를 맞고 있다면, 비를 맞는 것 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비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훗날 썩 괜찮은 일로 해석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생에 새로운 봄이 찾아올 징조일 수도 있다. 42쪽.


생각의 분류 이야기는 조태호 작가의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에서도 깊이 깨달은 바가 있다. 인간은 생각이 가져다주는 것으로 행동을 한다. 결국 좋고, 싫음은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인데 대부분 싫은 감정으로 가져가며 삶을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본질을 바라보기보다 현상에 치우칠 때가 많은데, 현재 나는 어떤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이렇듯 인간 내면에서 겪는 고민을 그림으로 해석하며 풀어내는 <그림의 말들>을 읽고 있노라니 청소년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고등학생인 큰 아이가 모의고사를 보고 와서는 모르는 지문이 나오니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의 말들> 낭독의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그림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질뿐더러,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를 들으며 청소년인 아이들에게 인생 내공이 쌓일 것을 기대한다.


사람은 늘 외로움을 느낀다. 연말연시 마음의 구멍에서는 바람이 휭휭 불어 들 것이다. 마음의 구멍을 방치하지 말고 그림이 전해주는 말을 읽으며 마음의 구멍도 채우고, 고독의 시간을 즐기는 여유가 있기를 바란다. 

마음의 구멍을 채운다는 것.
외로움의 순간이 당신을 늘 허약하게 만들거나 망가뜨리는 건 아니다. 고립감이나 소외감으로 가득 찬 시간을, 자발적으로 즐기는 고독의 시간으로 전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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