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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떠난 그곳!!

별들의 잔치 '안반데기'

지난 설날,

시댁에서의 맛있는 시간들을 마무리하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어요. 기상 목표시간은 1시!!

저는 엄마로서 역시 챙겨야 할 짐들이 많기에 늦게 잠이 들었지만, 맞춰 놓은 알람에 반응하며 1시 기상한 아이들은 각자 짐을 챙겼고 약속한 2시에 집을 나설 수 있었죠.


새벽 2시 출발을 서두르며 우리가 향한 곳은 강원특별자치도에 있는 안반데기!!

작년 추석 아들을 통해 알게 된 별맛동네예요.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화성으로 이사 왔을 때 가장 행복해했던 것은 잠들기 전 밤하늘을 보는 것이었어요. 도심에 비해 시골이었던 이곳에서는 제법 밤하늘 별이 총총했거든요. 엄마와 나란히 누워 저 별은 어느 별일까? 무슨 일로 저리 반짝일까? 생각하고 중얼거리다 잠이 들곤 했어요. 시골에서의 생활이 외롭지 않았던 까닭이기도 하죠.


그렇게 아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별이 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새 훌쩍 자라 청춘이지만 마음만은 아련하게 별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틈틈이 자료를 찾아보며 안반데기라는 곳을 언젠가 꼭 가보리라 마음에 꽁꽁 묻어 두었던 것 같아요.


2023년 추석에서야 아들의 머릿속에 저장된 안반데기 운해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해가 떠오르는 6시 즈음 도착하여 산허리에 걸친 운해를 보기 위해 바들바들 떨며(강원도 오지라 정말 추워요~) 산 정상에 자리 잡은 풍경들을 접하며 감탄을 했던 곳이에요. 산속에 차들이 빼곡한 것에 놀라 이제야 안반데기를 알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했죠. 곧 관광객들로 넘쳐나 그곳이 쑥대밭이 되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날 정도였어요.


그리고 다시 찾은 안반데기의 겨울.

뉴스 정보를 찾아보니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30cm 폭설로 길이 폐쇄되기도 했다는데 우리가 갔을 당시는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어서 가드레일 높이까지 쌓인 눈길을 달리며 마치 봅슬레이 자동차를 타고 가는 느낌이랄까??? 아무쪼록 새로운 기분으로 산길을 달려 도착했어요.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깜깜한 산속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차들이 보였고, 플래시 불빛에 의지해 조용조용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혹 보였어요. 차 계기판에는 바깥 온도가 -13도 임을 알려줬고, 날씨를 찾아보니 -11도~-8도를 왔다 갔다 하는 강추위였지만 이곳까지 와서 포기할 우리가 아니죠.


차에서 내리자마자 올려다본 하늘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친정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도 50 평생 살면서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별들의 잔치라고 해야 할까? 별천지 라고 해야 할까? 저마다의 별이 반짝반짝 뽐내고 있는 그 모습이 카메라에는 다 담기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고, 마음에 저장해 둘 수밖에 없는 쏟아지는 별을 보며 아들이 한마디 외쳤어요.


"와~ 내가 이런 광경을 보게 되다니..."

겨울철 밤하늘에는 유난히 빛나고 밝은 별이 많이 떠 있습니다. 육안으로도 선명한 별자리 몇 개는 거뜬히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풍경에 스스로도 무척 자랑스러웠는지 열심히 카메라에 별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어요. 10여분 지났을까? 남편과 딸은 춥기도 하고 새벽부터 운전하느라 피로했던지 이내 차에 들어가 버렸고 나는 아들의 곁을 지키며 별들이 쏟아지는 광경을 열심히 담아내고자 하는 그 열정을 지켜 주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발은 꽁꽁, 손은 덜덜덜... 담요까지 챙겨 왔지만 역시 대관령 끝자락이라 추위가 대단하더라고요.


나중에 사진을 확인하며 사실지만 사진에서 별똥별이 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

사진을 돌려보다 보니 정말 인생샷 건졌다며 무척 즐거워했고, -13도에서 바들바들 떨었던 강추위는 오히려 더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던 최상의 날씨였음을 알게 되었어요.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 포착!!

안반데기는 봄에는 눈 꽃(꽃 위에 내린 눈)을 볼 수 있는 곳이고, 여름에는 경사진 밭을 가득 메운 배추밭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가을에는 산속 단풍이 멋있고, 겨울에는 특히 별과 은하수로 유명한 곳이더라고요. 앞에서 언급한 운해를 보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 각각 목적에 따라 날씨를 잘 파악하고 가야 합니다. 운해는 땅에서 올라 간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기 딱 좋은 상태로 두산백과에 의하면 [구름 위에 솟은 산꼭대기가 바다의 섬처럼 보일 때의 구름 상태를 말한다. 대기 아래층의 온도가 높고, 상공 2km 부근에 역전층이 존재할 때 발생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구름바다라고 하네요.

작년 가을에 본 안반데기 운해

별 사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산 저편 바다 쪽에서 어스름 붉은빛이 올라오는 게 보였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6시 10분, 해돋이 시간은 7시 20분이었어요. 혹시라도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싶어 내비게이션을 켰더니 1시간 10분이 걸린다고 나오길래 다시금 차를 달리기 시작했어요. 숨 가쁘게 달려온 안반데기를 뒤로 하고 또다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려가는 남편은 아들의 바람인 해돋이를 보기 위해 운전대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지요.


우린 해돋이를 바다에서 볼 수 있었을까요???

경포 앞바다 해돋이

이른 새벽, 사람들이 잠든 깜깜한 밤에 출발해야만 볼 수 있는 별들의 잔치...

안반데기는 꽁꽁 숨겨놓고 나만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해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데, 오지의 아름다움과 별들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잘 보전되길 바라봅니다. 혹시 이 포스팅을 보고 안반데기를 가게 된다면 내복과 담요는 필수고요, 군데군데 별 촬영하는 사람들이 숨어 있으니 갑자기 빛을 비추는 행동은 별지기들에게 민폐가 되니 빛은 땅을 향하게 비추도록 해요. 의외로 차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쓰레기는 꼭꼭 되가져 오길 바랄게요.


다음 안반데기 여정은 봄을 기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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