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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사람을 빛나게 하자.

빛을 비추어 주는 사람

그림:이*현 어린이


기사를 쓸 요량으로 고령 출장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날 행사는 고령 지역 VIP들을 위한 음식 관광 콘텐츠 [대가야를 품은 도시락]을  VIP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고령관광두레 팀의 멘토를 맡은 한국식문화디자인협회 회장은 나를 뭐라고 소개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잠시 1, 2초 살짝 고민이 됐다. 사실 고민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다음 스치듯 "워낙 하는 일이 많으셔서..."한 말이 내 고민을 대변하는 듯했다. 결국 브런치 작가로 소개한다고 했다.     


짧은 일화지만 나를 지칭하는 말이 참 많다. 브런치 작가, 요리작가, 요리강사, 글쓰기 강사, 경제강사, 자녀양육 강사, 식생활 강사, 사진작가 등등. 주변 지인들조차도 헷갈려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워낙 하는 일이 많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그만큼 부 캐릭터가 많다.     


내 직업은 요리와 글을 가르치는 일이다. 하지만 브런치를 시작하고, 다음 메인에 여러 글이 피드 되면서 사람들은 나를 브런치 작가라고 부른다.     


나 또한 나의 명칭에 대해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요리하면 요리일이 즐겁고, 글쓰기를 가르치면 글쓰기가 재밌다. 자녀와의 양육 에피소드가 많아서 이 또한 입을 열었다 하면 상대방의 입을 쩍! 벌리게 하고, 결국 우리 집에 당신의 자녀를 데려다 놓고 싶다는 말을 듣고야 만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개인의 성향을 알아주는 대화를 나누니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더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까지 먹게 하니 금상첨화다.     


진짜 내가 잘하는 것은 뭘까?

빛을 비추면 / 김윤정, 최덕규 그림책 / 윤 에디션

김윤정, 최덕규 그림책 '빛을 비추면'이라는 책은 평범한 그림이지만 책장 뒤쪽에서 불빛을 비추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그림이 조명되어 나타나는 그림책이다. 윤 에디션이라는 독립출판 책이라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가 없다. 직접 출판사를 찾아 주문을 해야 하는 데 책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한껏 담은 것이 어린이들도, 어른도 그 매력에 푹 빠진다. 나는 이 책을 소개하는 동화 수업을 하다가 무릎을 탁!! 칠만큼 적절한 나의 역할을 발견했다.


결국 나는 책에 보이는 아름다운 그림도 아니고,

이야기도 아니고

빛을 비추어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짠! 하고 나타나도록, 세상에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임을 말이다.


나는 이름도 빛도 없는 사람에게 빛을 비추어 그를, 그녀를 빛이 나게 하고 싶다.

아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많은 이들을 빛나게 했음을 인정한다.


많은 일 가운데서도 사람을 혹은 사물을,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사진 찍고 글을 쓰는 일이 내겐 참으로 잘 맞다. 누군가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무대 위에 올리고 나면 내 일처럼 세상 뿌듯하다. 흙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고 그 진주를 깨끗이 닦아 선보일 때의 그 기쁨을 안다. 담장에 비집고 나온 잡초라도 내 눈엔 아름다운 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원석을 다듬어 보석이 되게 하는 재주가 내게 있음을 알고 나니 일이 더 재밌어졌다. 


방구석 브런치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더 많은 이들이 글로 위로를 받으며, 

더 많은 이들을 글로 빛나게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이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다.

당신을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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