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시작되었다. 소음이 심한 철거 작업이 무사히 끝났다. 우리 집의 민낯을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이 공간에 뭐가 있었더라? 장마 시작 전에 샷시 시공이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화이트톤 하우스로 본격 변신을 앞두고, 우리 가족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흡연 금지와 마스크 착용 문구가 마음에 든다
에피소드 #1. 침대 구입기
공사 시작 전, 우리 가족은 1)임시 숙소로 가져갈 짐, 2)이삿짐 센터에 보관할 짐, 3)아예 버릴 짐 3가지로 구분해 정리했다. 그동안 '몇 년 더 쓰고 버리자', '나중에 찾을지 모르니 일단 창고에 넣어두자' 했던 가구/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기로 결정.
인테리어 계약금을 지불한 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우리는 곧바로 가구점을 찾았다. 앞으로 10~20년을 함께할 새로운 가구들을 직접 보고 공들여 고르고 싶었다. 때마침 인터넷으로 봐 둔 침대가 있어서, 실물이 괜찮다면 구매할 생각이었다.
30분 후. 나는 매장 한가운데에 누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쩐지 매장 매니저가 자꾸 누워보라고 권하더라. 침대를 보러 온 건데 매니저는 100~200만원대 매트리스를 소개하며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매트리스는 기본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어차피 안 살 거지만 누워나 보자'. 그런데!
베스트셀러라는 90만원짜리 매트리스에 머리를 대고 눕는 순간, 절로 눈이 감긴다. 확실히 다르다. 잠들지 못해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뒤척이던 버릇이, 이 침대에서는 사라질 것 같다. 나란히 옆에 누운 가족들 모두가 잠시 말이 없어졌다. 다들 '와, 침대란 이런 거구나', '호캉스가 필요 없겠구나' 싶었단다. 나는 재빨리 매트리스 3개 가격을 계산했다. 그리고 호기롭게 말했다.
"매트리스 3개 다 이걸로 할게요. 대신 침대 프레임은 저렴한 걸로 볼 수 있을까요?'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거실 수납장과 식탁 의자를 골랐다. 배송일 지정 및 결제를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혹시나 후회할까봐 결제 전에 한번 더 누워 보았다.) 5개월 무이자 할부지만 나의 새 매트리스와 함께라면 5년, 10년이 편안할 테니까. 요즘 광고에도 나오지 않는가. 매일 쓰는 것은 제일 좋은 것으로 사용하라고.
에피소드 #2. 장판 vs. 강마루
처음 디자인 상담 시 받은 당황스러운 질문.
'바닥재는 뭘로 하실 생각이세요?"
나는 "뭐뭐 중에 고를 수 있어요?" 되물었다. 바닥재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이기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주로 강마루나 장판을 많이 보시는데요, 아무래도 강마루를 추천드려요. 장판은 가구 눌린 자국도 생기고, 오래 쓰면 들뜰 수가 있거든요"
엄마는 지금 우리가 장판을 쓰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는 말에, 별 고민 없이 장판을 선택했다.
그런데 며칠 후, 실측을 위해 담당 디자이너가 우리 집을 찾은 날. 그는 바닥을 보더니 '이거 마루인데요?'라고 했다. 지난 몇 년 간 장판이라 믿고 있던 엄마는 혼란에 빠졌다.
알고 보니 우리 집 바닥은 강화마루였다. 마루긴 한데, 강마루보다 저렴하고 철거가 상대적으로 쉬운 (요즘은 잘 안 한다는) 강화마루. 우리는 다시 대책회의를 열었다. 장판이냐, 강마루냐. 그것이 문제였다.
장판의 경우, 저렴하고 푹신하다는 장점이 있다. 강마루는 고급스럽고 튼튼하다. 그러나 찍힘 자국이 잘 생긴다고 한다.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서도 장판과 강마루 사이에서 고민하는 글이 많았다.
큰 맘먹고 하는 인생 첫 리모델링. 여태 장판인 줄 알았지만 우리 집 바닥 느낌이 좋았던 동생과 나. 그리고 디자이너의 추천까지. 결국 강마루로 최종 결정했다. 단, 130만원 추가 비용 발생.
우리가족이 최종 선택을 두고 고민한 구정마루 스웨디쉬화이트, KCC강마루 로맨틱화이트 (출처: 각 사 홈페이지)
에피소드 #3. 타일, 벽지, 조명... 선택의 연속
최근 주변에 인테리어를 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1)공사 현장에 자주 가서 봐라, 2)선택할 것이 많을테니 미리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놔라 였다. 맞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지나친 고민 끝에 이상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니까.
우리가 방문할 타일 가게 홈페이지를 미리 둘러보았다. 다행히 가족들의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엄마는 요즘 나오는 무광 타일들이 세련되었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현관, 부엌, 욕실, 베란다 타일 선택 완료.
'유송타일' 방문. 종류가 많기에 홈페이지를 미리 보고가는 걸 추천한다. 우리 가족이 선택한 타일들.
하지만 타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벽지, 천장지: 거실/주방은 화이트, 내 방은 베이지, 천장은 무펄 화이트 (화이트 벽지만 해도 10가지 종류가 넘는다. 샘플만 봐서는 감이 오지 않을테니, 미리 벽지 브랜드를 알아두고 원하는 느낌을 찾아둘 것. 결정이 어렵다면 인테리어 카페에서 많이들 선택하는 벽지+필름지+걸레받이 색상 조합을 찾아보자)
조명: 집 전체에 매립등을 기본으로 깔고, 주방과 베란다에 포인트 조명을 골랐다. 조명 책 두께가 백과사전 급이라 막막했다. 나는 라탄 조명도 예뻐보였는데, 주렁주렁한 건 싫다는 엄마. 결국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가족들 모두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조명 색깔도 정해야 한다. 주광색 (흰색), 주백색 (아이보리빛), 전구색 (노란빛) 중 선택
식탁 및 주방 상판: 요리 전담인 엄마와 동생에게 믿고 맡겼다. 화이트 대리석 느낌으로 결정!
방문 & 현관문: 깔끔한 9미리 문선에, 웜그레이 색상 선택 (벽지가 화이트라 문도 화이트로 통일할까 싶었는데,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디자이너 의견을 따르기로 함)
그밖에 욕실 도기, 싱크대 수전 (ㄱ자 vs. 거위목?) 붙박이장 내부 디자인 및 폴딩도어 색상 등등
(좌) 3D 도면 보면서 디자인 의논하기, (우) 조명 선택 (무려 769페이지)
나는 집순이지만 평소 무심한 편이라 집 구석구석에 관심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벽지 무늬나 싱크대 수전 등을 고를 때 '지금 우리가 뭘 쓰고 있었지?' 떠오르지 않더라.
하지만 이제는 내 돈을 들여 직접 골라야 한다니 작은 것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순간의 선택이 10-20년의 일상을 좌우할 테니까.
이래서 평소에 좋은 것 많이 보고, 내 취향을 가꿔놓아야 한다.
선택을 모두 끝내고 왔는데, 잘 고른 건가 싶어 전보다 더 열심히 인테리어 사진/글을 찾아보고 있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리모델링 공사 1주 차 끝.
*이미지 출처: 한샘몰 (유로 505 클라우드 매트리스 상세정보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