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25년이 넘은 대단지 아파트로, 살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족은 이사를 가고 싶었다.
코로나 이후 요리에 취미를 붙인 동생은 '넓고 예쁜 주방'을 갖고싶어 했고, 나는 마음 편히 화상회의가 가능한 '깔끔한 홈 오피스'를 원했기 때문.(재택근무의 유일한 단점은 화상회의 때 집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 온갖 살림살이가 노출되는 게 싫어 회의 전 빈 벽을 찾아 이리저리 이동해야했다.)
하지만 이사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에, 우리는 엄마의 의견대로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업체 선정, 상담, 견적
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 우리 가족은 엄마가 평소 눈여겨봤던 한샘 리하우스에 리모델링 상담을 받으러 갔다. 디자이너를 따라 전시장을 구경하며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다, 자리를 잡고 본격 상담을 시작했다.
우리 집 주소를 알려주면디자이너가 모니터에 집 평면도를띄운다. 거실, 부엌, 방 순서대로 원하는 디자인을 정하는 시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디자이너가 짚어주면 우리가 결정한다. 예를 들어, 바닥재는 마루와 장판 중 뭘로 할 건지?조명은 어떻게 할 건지? 원하는샷시 브랜드는?화장실 타일 색깔은? 등등.
상담후엔디자이너가 우리 집을 방문해 집안 곳곳의 치수를 잰다. 그 후 2일 내로 견적서를 받게 되는데, 우리 집은 딱 5천만원. 인테리어 수요 증가,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올해 2차례 가격이 인상되었다고 한다. (평당 150-200만 원 수준)
며칠 뒤. 우리 가족은 디자이너 사무실을 방문해 3D 도면을 보면서 세부 디자인을 논의했고, 드디어 계약금을 지불했다. 우리는 한 군데에서만 견적을 받고 계약을 진행했는데, 업체 여러 곳을 비교해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는 1) 인테리어에 대한 경험/지식이 부족하기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원했음, 2) 체력 부담과 시간 제약으로 여러 업체를 알아보고 만날자신이 없었음, 3) 제일 중요한 이유, 우리가 만난 디자이너가 마음에 들었음. (우리 가족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꼼꼼히 반영하고, 무엇보다 엄마와 의사소통이 잘됨).
이사, 짐 보관, 공사기간 숙소
공사 날짜가 정해졌다. 전체 리모델링 기간은 4주.
나와 동생이 출퇴근하기 좋은 동네를 골라 공사기간 동안 머무를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그 사이, 엄마는 이사업체를 알아보았다. 공사 전후 이사비용 2번에 4주 짐 보관료까지 총 210 만원. '다방' 이사를 처음 이용했는데 친절해서 만족.
이 기회에 15년, 20년씩 된 가구와 냉장고를 싹 버리기로 결정했다. '신박한 정리' 수준으로 옷가지, 책, 생활용품도 비워냈다. 비우기의 쾌감을 느꼈다. (정리의 고수 우리 엄마, 수고했어요)
이웃집 인사
인테리어 공사를 결정하면서 슬며시 든 걱정. 다들 외출을 조심하는 이 코로나 시국에 온갖 소음을 일으킬 공사라니. 우리 가족에게는 기대되고 신나는 일이지만 이웃들은 고역일 거다. 나도사다리차 소리, 드릴소음에 예민한 편이라, 이웃집들에게 어떻게 양해를 구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후기를 찾아보니 편지와 함께 손소독제, 종량제 봉투, 쿠키나 롤케이크 등을 돌린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피해가 클 옆집과 위/아래층, 그리고 이삿날 도움을 주실 경비아저씨에게 마트 상품권을 드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