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들은 보거라
'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퇴사했어요 ㅋㅋㅋㅋ'라는 카톡 한 통을 받았다.
저 웃음 뒤에는 얼마나 큰 결심과 얼마나 많은 '참음'이 숨어 있었을까?
우리 디자이너들은 학생 시절, 자신이 클라이언트가 되어 자기를 고용하고 작업물을 만든다.
(필자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최고의 클라이언트이자 최고의 제작자로서 수년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우리는 사회에 던져진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가 아닌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회사에 존재하는 '팀장'이나 '사장'.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방식의 작업 속도, 방식, 그리고 의견. 몇 년간 갈고 닦은 나의 뾰족함들은 뭉뚱그려지고 부족한 부분은 체워지며 대표적인 모양의 형태들이 된다. 그 도형들은 보통 정육면체, 피라미드, 구 등등의 좋은 형태로 거듭난다.
가끔 이 과정에서 본인의 본연의 형태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변해가는 스스로를 거부하고 본인의 모습을 잃기 싫어하는... 수많은 고민과 다짐, 그리고 용기가 모여 '퇴사'라는 개념의 퍼즐을 맞춘다.
그렇게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기간을 거치며 본연의 모습에 다시 가까워진다.
몇 년 전 퇴사할 때 그렸던 그림이 있는데, 벌써 퇴사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다.
아직 그렇게 원하던 별이 되기까지는 한참 남은 것 같지만, 내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정말로 기쁘고 다행이다. 회사에 다닐 때처럼 돈은 못 벌지만 뼈를 깎는 고통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
사회생활을 나와 같은 시기에 시작한 친구들은 벌써 연봉도 많이 오르고 직급도 많이 올랐다. 몇몇 친구들은 벌써부터 연봉이 1억이 넘어간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당연히 너무 부럽지만 애초에 내가 갈 수 있는 길로 가야 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하다.
꿈을 꿀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 꿈을 포기하면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게끔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나는 하늘의 별을 보며 계속 꿈을 꾸는 나 자신을 잃을 자신이 없다. 별처럼 보이는 반짝이는 보석과 은화들을 계속 주워담다 보면 별을 보는 법을 까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이다, 정말로 꼭 철저하게 자신의 모습을 지켜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