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성공하기?
잊고 있던 SNS 계정에 들어갔다가 10년 전 쓴 글을 발견했다. 1년도 2년도 아니고 무려 10년이라니! 10년 전, 나는 학생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 해보는 것이 많았다. 부과대를 맡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학과에 관련된 공지를 전달해야했고,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대화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기숙사에서 살아야했다. 가끔 학교 운동장 잔디에 모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고, 스케이트보드 동아리에 가입하여 굴러가는 바퀴 위에 몸을 실어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셋이서 편의점에서 술을 마셨던 것이다. 자취생 세명이 주머니에서 끌어 모은 돈은 겨우 만원이었다. 우린 투명한 비닐천막이 씌워진 편의점 테라스에서 소주 3병과 몇 가지 안주거리들을 샀다. 그때도 눈이 제법 오던 날이었고 안주는 금방 바닥을 보여서, 우동 국물 하나를 돌려 마시며 추운 몸을 녹였다. 우리 졸업 후 5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연애는? 이런 것들이 대화의 주된 주제였다.
지금 10년이나 훌쩍 지나버렸지만 아직 나는 내가 어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5년 뒤의 삶은 여전히 가늠할 수 없고, 고민들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죽음에 대하여 두렵고, 살아가고 버틴다는 것은 치열하여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때에는 사회에 나가면 더욱 단단해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우울을 달고 불안한 삶을 계속 유지하게 될 줄 몰랐다. 30대의 나는 조금 더 성공한 모습일 줄 알았다.
대학 교양수업 마지막 날, 교수님이 ‘성공’의 정의에 대해 물었다. 그때 나의 대답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제 이름으로 된 책 한권 내는 거요”
결혼을 하는 것, 비싼 차를 끄는 것, 내 명의로 된 집을 사는 것 등. 여러 대답을 할 수 있었지만 왜 나는 책이라고 말했을까? 전공이 글과 연관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중요한 것은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10년간 써왔다는 것이다. 일기든, 편지든, 메모든, 그 무엇이든지 말이다. ‘성공’의 정의에 조금 많이 어긋나 버렸지만 나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떻게 해서든 쓰는 사람. 펜을 놓지 않는 사람. 가끔 멍하니 사색을 즐겨하고 도로 위 하수구에 핀 꽃을 발견하고 자주 웃고 자주 우는 사람. 계절에도 이름을 붙여 가슴 한편에 품고 다니는 그런 사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때가 있었다. 죽음만 마주하는 것이 나의 남은 일이라 생각했고 죽음 바로 그 앞에서 펜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가장 무기력할 때 유일하게 자의적으로 한 일이 글을 쓰는 것이라는 걸. 그러니 어쩌면 나처럼 당신도 모르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재능을 숨겨두고 있진 않을까? 온갖 이유를 붙여서, 혹은 타의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 말고 진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해보지 않아 방법을 모르는 것일 뿐.
나는 당신의 성공보다 당신의 잠재력을 믿는다.
조금 덜 성공하더라도, 조금 늦게 성공하더라도 당신이 당신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안다. 나는 타인들이 말하는 ‘성공’과는 다른 궤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금 삐뚤어진 축을 가진 채 오늘도 ‘자전‘하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