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많이 본 뉴스 데이터 수집 결과 #2
네이버에서 어떻게 하면 뉴스를 잘 노출시킬까?
많은 언론사가 매일처럼 저 고민을 합니다. 네이버를 통한 영향력 유지가 중요한 언론사일수록 이런 수치에 목매는 경우는 더욱 많습니다. 특히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인터넷 언론은 자기소개를 '우리는 00사입니다' 대신 '우리 네이버에 검색됩니다'로 하기도 하니까요.
네이버 뉴스와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은 매체는 약 70여 곳. 네이버 뉴스는 제휴사만 기사를 인링크로 서비스할 수 있으니 무한 경쟁에 가까운 유튜브나 블로그 생태계와는 다릅니다. 아무래도 전체 방문자나 조회수 변화가 크지 않죠. 또한 네이버에서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 스타일의 차별화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한 만큼, 담당자들은 마이크로한 접근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중 많은 언론사가 신경 쓰는 요소가 바로 '시간'입니다. 언제 기사를 보내야 누리꾼들에게 가장 잘 노출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오전 2시 보다는 오후 2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통상 PC 시대에는 '일과 시간'으로 불리는 오전 9시~오후 6시가 프라임타임이었다고 하고, 모바일 시대에는 출퇴근 시간대에 많은 뉴스 소비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렇다 치고, 언론사 기준에서 '출고 시간'별 많이 본 뉴스 실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네이버의 많이 본 뉴스를 출고 시간대별, 섹션별로 살펴봤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많이 본 뉴스에서 한 자리 차지한 기사들이 출고된 시간대는 오전 11시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은 오후 5시, 오전 5시 순입니다. 방송뉴스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20시 이후는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마도 뉴스 소비자들이 오후 6시 이후 적극적으로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저는 이러한 경향은 각 언론사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데이터를 보시면 각 시간대별로 두드러진 언론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오전 0시, 오전 3시를 보시면 조선일보의 실적이 월등합니다. 이는 신문사들의 지면 기사 출고 관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기성 주요 언론사들은 지면에 들어간 기사들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종 지면 강판이 끝난 뒤에야 포털에 뉴스를 전송합니다. 이 시간이 바로 오전 1시, 오전 3시인 것이죠.
(이건 사족인데, 가끔 뉴스 댓글에 '이런 중요한 기사를 은폐하려고 새벽 3시에 송고했구나! 참 치졸한 00일보!'같은 내용이 보이던데,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가 바보는 아니에요.)
오전 5시는 '중앙일보의 시간'이라 할만합니다. 중앙일보는 오전 5시부터 각 언론사의 주요 기사를 '우라까이'하거나 반 발자국 디벨롭한 기사를 쏟아내고 이를 통해 많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이러한 정책이 '오전 6시부터 뉴스 소비가 늘기 시작해서'인지, '중앙일보가 오전 5시부터 본격적으로 좋은 기사를 쏘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중앙일보의 '오전 5시 전략'은 매우 유효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오전 11시는 중앙-조선-연합 삼두마차가 삼끌이로 조회수를 견인하는 시간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오전 11시에 기사를 쏴야 잘 팔리겠군'이라고 하신다면 조금 섣부른 결론일 수 있습니다. 오전 11시는 오전 취재가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기 전 기사를 송고하는 마지노선일 뿐이니까요.
즉 오전 10시나 낮 12시에 비해 출고량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많고, 그 결과 많이 본 뉴스에 오를 확률이 높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좀 예전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기사 공급량이 월등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아래 링크 참조)
이는 소비자의 습관이라기보다는 공급자의 습관에 가깝습니다. 결국 '오전 취재 결과 반영' + '월등한 출고량' + '점심 본능'이 겹쳐진 결과물로 보는 편이 합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아까 말씀드린 '오전 3시' 뿐만 아니라 오전 시간대 기사 집중의 이유로 '엠바고'를 드는 경우도 있는데요(아래 링크).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섹션별로는 어떨까요? 보시다시피 경제 섹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오전 11시 출고 기사의 인기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경제섹션은 왜 저런 모양이 나면, 주요 경제지들이 오후 5시에 가판 기사를 출고하기 시작해서입니다.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등 주요 경제지는 내일 나갈 기사 중 중요하지 않은 기사를 오후 5시부터 내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섹션과는 조금 다른 모양의 그래프가 되는 것이죠.
사회 섹션의 경우 하루 종일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오전 11시가 월등하긴 하지만 오후에도 꾸준히 기사가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사성이 강한 정치, 사회, 국제 기사는 출고 시간대별로 실적의 차이가 뚜렷하지만 IT/과학 섹션은 시간대별로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상대적으로 일과 시간에 뉴스가 소비되는 패턴인데, 오전 8시에 출고된 기사들이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여기에서 'IT나 과학 섹션 기사는 빨리 보다는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 정도로 정리한다면 비약이 될지, 궁금합니다.
이 적은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까요? 다양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머리를 맴돌지만, 저는 무엇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 공급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뉴스가 소비자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면, 오전 3시나 오후 5시의 성과가 생각보다 낮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낮 시간대 출고를 강화한 언론사들이 월등히 실적이 좋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턴만 놓고 보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곳은 중앙일보 정도입니다. 한국경제나 조선일보는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뉴스가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들이 요즘 너도 나도 말하는 대로 '소비자 중심 정책'을 폈다면 아마도 연합뉴스 같은 소비 패턴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어쭙잖은 분석 능력으로는 이게 한계입니다.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기대합니다. 그런 의견을 듣고 싶어 애써 모은 데이터를 보여드리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미리 감사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