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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이맘 Apr 18. 2020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꿈꾸다

현실과 이상, 그 중간쯤?

(※스포 주의)


요새 매주 목요일이면 내가 무슨 일이던 다 제쳐두고 빠져드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제는 모두 대학병원의 교수가 된 5명의 의사 친구들의 병원 생활과 연애,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의사들은 의학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했는지, 의학적 오류는 없는지 꼬집어 낼 심산으로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익숙한 것에서 오는 친근함, 혹은 드라마에만 있는 판타지를 그저 즐기고 싶은 소박한 부류도 있다. 내 주변에는 후자가 조금 더 많은 것 같긴 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경이 대학병원이고 또 안정원(유연석, 소아외과)과 김준완(정경호, 소아심장과)의 전공이 소아 관련이라 그런지 무릎 탁~ 치게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다.


중 담도폐쇄증으로 치료 중인 아이가 당장 간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기증 간이 없어 안정원(유연석)이 속상해하는 모습과 장기간의 간병생활로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본인의 신발 조차 챙겨 신을 여력이 없어 보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현재 우리 병원의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여러 아이들과 엄마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 우리 병원에 뇌사자 기증 간이 떴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간이식 후보로 나이 또래가 비슷한 2명의 아이가 거론되었다. 환아 중증도나 기증자의 간 사이즈 등 고려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간이식 팀이 최종 대상자를 결정할 때까지 꽤나 시간이 소요되었고 우리는 두 아이들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간이식 준비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 모두 수술을 위한 피검사도 하고 금식도 하고 약물도 준비했다. 그리고 수술 2시간 전, 간이식 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증자 간이 생각보다 커서 조금 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이 수술을 받기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나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아이의 병실 사이에서 그 전화를 받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느 부모에게 먼저 사실을 알려야 할까. 이내 나는 간이식 대상자가 된 아이의 병실을 먼저 찾았다. "축하드려요. 우리 아이가 간이식을 받게 되었습니다."

감사하다면서 아이의 엄마는 그동안의 걱정과 고단함이 다 씻겨 내려가는 듯한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건너편 병실을 찾았다.

"죄송합니다."

몇 마디 안 했지만 이미 모든 걸 이해한 엄마는 애써 태연한 척 엷게 미소 지으며,

"이제 그럼 먹여도 되나요? 너무 배고파해서'

라고 을 뿐이었다.

드라마는 현실을 참 그럴싸하게 잘 그려내었지만 그러면서 또 실제와는 다르다. 엄마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를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울 수 없다. 그만큼 강한 존재다.


물론 드라마를 보면서 이처럼 슬픈 것만 떠오르는 건 아니다. 나도 학생 시절 틈을 내서 밴드 동아리를 했던 적이 있었다. 내 키만큼 큰 베이스를 연주하는 베이시스트였다. 무려 정규 공연을 2번이나 했었다(뿌듯). 하지만 극 중 다섯 친구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악기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사는 데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공연이라는 목표 하에 즐거움은 잠시 내려놓고 스파르타식 연습에 몰두했던,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 질려 떨어져 나가 지금까지도 방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는 내 베이스를 떠올리며 말이다. 내  학교 동기들도 많이 생각난다. 해부실에서도 졸고 실습 돌면서 선생님들께 참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어느새 다들 성장해서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의사생활하고 있는 걸 보면, 대견하다. 아기들 잘 키우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우리도 다시 뭉칠 수 있을까.


우리 남편은 극 중 익준(조정석)이 본인의 꿈이었다고 한다. 놀 거 다 놀면서 할 꺼 다 하면서 친화력 갑에 능력 있는 의사. 나도 송화(전미도)가 참 부럽다. 부드러운 리더십과 따뜻한 마음씨, 침착함까지. 참 멋진 의사들이다. 현실과 이상 그 중간쯤, 우리 부부에겐 아직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에 나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한 번 꿈꿔본다.

(근데 그거 워킹맘도 가능하겠.... 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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