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ude
교복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고
땅만 보며 걸을 때는
단어조차 어색하고 간질거렸다
고백이라니
사랑이라니
아침 9시에 철학을 논하며
리포트 쓰는 멋에 심취해 있을 때
사랑은 진취적이었다
당당한 요구였고 권리였다
안고 싶다고
안아 달라고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의자놀이에 열을 올릴 때는
사랑도 무료했다
그게 뭐라고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때 되면 알아서 되겠지
아니면 말고
큰 역경으로
당장 내일의 안녕을 확신할 수 없을 때
사랑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너라서 다행이야
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더 힘을 내볼게
높은 파도가 지나간 뒤
잔잔함이 남은 바다에서
사랑은 온전함이었다
웃음 그 자체
안락 그 자체
행복 그 자체
너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
물음표로 시작해서
말줄임표로 머뭇거리다
느낌표로 방황하고
마침표로 완성되는
내 사랑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