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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ta Driven Marketer Jul 28. 2021

어떻게 광고가 변하니?

광고의 변심은 무죄

오랜만에 정말 작심하고 쓴 지난 번 글에 생각지도 않았던 많은 반응들이 있었다. 내 눈에는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보였지만, 여러 사람들을 통해 공유된 내 글을 읽고 상당히 기분 나쁘거나,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셨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특히 오늘도 광고 산업의 현장에서 매일같이 광고주와 벼랑끝을 오가며 극한의 딜을 하고 있을 AE(account exectutive)들, 제한된 시간과 자료를 가지고 판세를 뒤집을만한 전략적 인사이트를 요구받고 있을 AP(account planner)들, 매번 앞에서 시간 다 쓰고 PT 날짜가 임박해서야 전달되는 전략 방향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며칠 안에 아이디어 내랴 시안 만들랴 날밤을 지새우고 있는 제작팀(Creative Director, Copy Writer, Art Director, PD)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끊임없이 반복되는 제안의 늪에서 담당 분야에 할당된 내용을 준비하느라 허덕이고 있을 여러 지원부서 담당자들... 솔직히 그들이 잠시 모든 부담을 내려 놓고, 자신들이 하는 일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유를 가져보란 이야기는 사치스런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알던 광고가 죽니 사니 하는 이야기는 한낱 실무감각 떨어진 꼰대 광고인의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게 느껴졌으리라... 감히 여러분들에게 지적질 하려는 글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래본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존재하지만, 광고라는 일은 뭐랄까 다소 독특하고 색다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광고 일이 누군가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를 직업으로 삼아 '사서 고생'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광고인의 대부분은 고된 일임을 알면서도 '광고'가 좋아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외부적 시각에서는 광고를 매우 화려하고 재미있는 직업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위에 기술한 AE, AP, 제작과 여러 부서들에 대한 표현은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과장이라기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광고인은 새로운 광고주를 만날 때 마다 항상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며, 늘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도전을 받는다. 그리고 특유의 한국인의 정서상 '빨리빨리' 모드는 여지없이 광고라는 일에도 적용된다. 보통 경쟁 PT 참여 요청을 받으면 OT를 받고 2주 정도의 준비 시간을 부여받는게 일반적이다. OT가 오후에라도 이루어진다면 Working day 기준으로 10일도 채 안되는 일정이다. 이 기간에 광고주로부터 부여받은 과제를 이해하고 시장 및 소비사 조사를 통해 전략 인사이트를 얻어 낸 뒤, 이를 근거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낸 후 제작물을 만들며, 미디어 플랜과 기타 세세한 실행 플랜까지 깨알같이 준비해야 한다. 제안 기간 막판으로 갈 수록 시간이 부족하고, 마지막 날까지 밤을 새워가며 수정에 수정을 더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 facebook 채널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

광고인들이 입버릇처럼 하게 되는 이야기들 중, 경쟁 PT를 준비할 때 항상 '딱' 하루가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안을 준비하는 기간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앞단에서 전략 인사이트를 빨리 뽑아내지 못하면, 제작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 시안을 만들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럼 전략 인사이트를 빨리 정리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실런지 모르겠으나 그게 어디 도깨비 방망이 뚝딱 하면 나오는 것이랴. 속타는 건 AP, AE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PT 과제가 쉬우면 좋겠지만, 복잡한 경쟁환경 속에 있거나 제품 자체의 특성이나 포지셔닝이 애매한 경우,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어낼 근거가 부족한 경우 등등 과제가 난해하면 전략 인사이트와 방향을 잡아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 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략을 위한 고민의 시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고, 마냥 전략이 나오길 기다릴 수 없는 제작팀은 따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나중에 양쪽의 방향이 잘 맞아 떨어지면 정말 감사한 일이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른바 기획과 제작의 방향성 공방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시간적 압박이 있기에 결국엔 서둘러 이견을 봉합하고 도출된 아이디어 중 가장 똘똘한 아이디어를 선택하게 되며 기획은 결정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전략 방향을 역으로 맞추어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이와 함께 마지막 남은 하루 혹은 이틀(이 정도의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다)간 여러 관련 부서에서 각각 준비한 내용에 대한 정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PT 당일 아침까지 제안서를 취합해야 하는 AE들 역시 다시 시간의 압박에 쫒기게 되는 것이다.

3D 업종으로까지 불리게 된 광고인들의 고충을 풀어내다보니 또 주제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흩어지는 정신머리를 부여잡고 이야기하려고 했던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실상 위에서 언급했던 경쟁PT의 프로세스와 '딱 하루'가 부족한 현상은 반복되면 될 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제는 '딱 하루'가 아니라 '딱 일주일'이 더 있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 다난한 과제들이 주어지고 있다.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는 '딱 하루'가 아쉽던 상황조차 행복한 고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복잡한 시대 속으로 진입해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복잡해진 환경은 경쟁PT 상황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이 모든 걸 준비해야 하기에 항상 부족한 '딱 하루'라는 '시간'의 문제에서, 과연 이게 광고가 해결해야 하는 일인가 반문하게 되는 '영역'과 '전문성'의 문제가 되어 광고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렇기에 요즘 광고주들의 RFP(requirement for proposal)를 받아들고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정체성 혼란의 자문을 하게 되는 광고인들이 많을 것이다. 도대체 광고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름 디지털로 인한 미디어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광고계 혁신을 외쳐왔던 사람으로서 몇 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그 현상을 짚어보려고 한다.


첫째, 차별적 인사이트 도출 근거에 대한 도전


광고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일은 일련의 연속된 직능별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된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전략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뒷받침 할 근거도 없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가 나오기는 어렵다. 때론 OT에서 광고 목표도 배경도 없이 그냥 '새로운 거'를 요구하는 광고주들도 있지만, 그 '새로운 거' 또한 전략 인사이트없이 갑자기 두둥 하고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히뜩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냥 아이디어일 뿐, 광고 캠페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목표에 부합하는 아이디어가 나올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충분한 시장 조사와 소비자 분석을 통해 해당 브랜드가 당면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적 문제점들과 함께 타깃 타겟 소비자들의 특성에 부합하는 전략 포인트를 잡아내는 일은 필수적인 과정이며, 대행사가 제안하는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의 차별적 근거가 된다.

내가 광고기획 실무를 담당하던 시절의 경우만 하더라도 제안 과제는 대부분 매우 상위 단의 비교적 큰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신규 브랜드 런칭을 하는 데 있어서 인지도 제고 및 브랜드 이미지 형성을 목표로 한다던가,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가 노후되어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의 탈바꿈을 원한다던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돌아선 소비자들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던가 이런 식의 '거대하고 거룩한' 목표가 많았다. 이런 과제에 대한 전략 인사이트는 사실 각종 기사나 업계 리포트 등 2차 자료와 필요시 신속하게 진행하는 FGI(focus group interview)와 소수 전문가 인터뷰 또는 소비자 서베이(100~200명 샘플 조사) 등을 통해 도출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 과정이 예전의 선형적인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 다난해졌다. 이런 복잡성 속에서 소비자들과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일은 더 어려운 과정이 되었으며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질적 조사를 위해 애용되어왔던 FGI. 그러나 때로 소비자들이 처음보는 타참석자를 의식해서 진실과는 거리가 먼, 포장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평균적으로 2주, Working day 기준으로 10여일 동안 시장 분석과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해 핵심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크리에이티브 시안과 제안서까지 마무리 해야한다. 아이디에이션이 최소 3일, 시안제작에 최소 3일, 최종 기획서 취합 및 수정을 무리해서 1일 준다고 해도 3일 안에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의 근거가 되는 인사이트를 찾아내야 한다는 소리다(물론 대부분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하게 되지만, 앞에서 전략 방향을 빨리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진짜 3일 이상 고민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솔직히 아무리 경험이 많은 AP나 AE라고 하더라도 과제 자체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졌으며,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까지 더 없이 난해해진 상황에서 3일 안에 차별적인 전략적 인사이트를 도출해 낸다는 건 솔직히 말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핵심은 시간의 촉박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략 인사이트를 얻어낼 시간의 제약은 다름이 없지만, 그 일을 둘러싼 조건과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고, 광고주들을 설득할 만한 근거, 경쟁사와 비교될만한 차별적 인사이트를 얻어낼 근거를 얻어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시장이 변하며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다이내믹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전략적 근거를 찾아내는 일은 우리가 익숙했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광고대행사보다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수집하고 있는 1st party 소비자 데이터에는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게다가 3rd party DMP(data management platform) 데이터와 연동할 경우 자신들의 타깃 소비자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어떤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며, 어떤 사이트에서 얼마나 자주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는지, 어느 지역에 거주하며, 근무지는 어디인지,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예측이 아닌) 및 분석할 수 있다. 이 뿐인가? 내가 근무하는 IGAWorks의 MobileIndex Insight의 DMP 정보를 이용하면 위의 내용과 함께 우리 브랜드에서 경쟁 브랜드로 이동한 소비자들은 누구이고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인지, 우리 브랜드와 경쟁 브랜드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이용 패턴을 파악할 수 있으며, 연결된 커머스 데이터를 통해 구매 활동에 대한 다양한 정보까지 파악하고 소비자 집단간, 경쟁 브랜드간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다. 또한 TradingWorks와 같은 ATD(Agency Trading Desk)를 이용한다면 실 데이터에서 캠페인 목적에 따라 그루핑해둔 다양한 소비자 페르소나 집단에게 차별화된 메시지를 광고에 담아 직접 노출시킬 수 있으며, 그 반응 포스트백 데이터와 인사이트는 다음 캠페인에 적용해 최적화 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아직도 기존의 방식대로 시장과 소비자를 조사하고, 전략과 아이디어를 도출하면서 광고 전문가로서의 경쟁력과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둘째, 마케팅 영역의 세분화 / 전문화


마케팅은 광고의 상위 개념이다. 자 이쪽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 쯤 수강해보았을, '마케팅 원론'의 추억을 떠올려보자. 거의 모든 마케팅 원론의 첫 번째 챕터 두번째 장 쯤에 기술되었을 Marketing의 4P를 기억하는가?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광고는 그 중에서도 Promotion의 일부 요소로 정리되어 있다. 물론 관점을 마케팅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으로 돌려보면 광고는 보다 크고 독립적인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 어찌되었건 제품부터 가격, 유통을 아우르는 마케팅 전반의 주도권 역할은 주로 광고주의 몫이었고, 대행사는 그중 일부의 전문 영역인 광고와 프로모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자 역할 분담이었다. 그런데, 그 동안 나름 명확했었던 마케팅과 광고 관련 영역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 되고 있다. 내가 광고를 공부를 하던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에, 광고산업의 3대 요소란 광고주, 대행사, 매체사 이렇게 3개라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광고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영역인 Display 광고 산업만 보더라도, 세분화된 영역에서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회사들이 생겨났고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아래 그림은 Marketing Tech 부문의 player들을 보여주는 Landscape인데 2011년 150여개 회사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영역별로 더욱 세분화 되며 8천여 개의 회사가 관련 산업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보이지도 않음 -_-;).

Marketing Technology Landscape 2020 : 출처 chiefmartech.com

마케팅 및 광고와 관련된 여러 관련 영역들의 분명했던 경계가 모호해지고, 세분화/전문화 되고있는 현상은 바로 광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광고시장에서의 경쟁PT는 TV 광고 중심의 브랜딩 캠페인 대행사를 선정하는 PT였고, 디지털 대행사 선정은 별도의 PT로 구분되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점점 종합광고대행사가 독립 디지털 대행사가 같은 PT에서 미디어와 상관없이 전략과 아이디어로 경쟁해야 하는 PT 판이 깔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요즘들어서는 브랜딩 과제와 함께 광고의 ROI를 증명해야 하는 Performance 과제가 한데 묶여서 주어지는 경쟁 PT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Performance 마케팅은 단지 DA(display ad) / SA(search ad)의 효율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미디어 운영의 결과는 광고주가 원하는 marketing 지표로 연결된다. 그것은 단순히 광고에 대한 click일 수도, click을 통한 destination page landing일 수도, 광고주가 원하는 특정 행동 즉, event 참여나, 구독, 회원가입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App install이거나 ecommerce를 통한 제품의 구매에 까지도 연결된다. 광고주 관점에서의 Performance 마케팅은 단순히 미디어 효율성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CEJ(customer experience journey) 과정 전체에 적용되는 아주 중요한 활동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소비자들의 구매의사 결정 과정은 과거에 우리가 배웠던 AIDA(attention-interest-desire-action)과 같이 단순하고 선형적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여러 터치 포인트를 거치고 앞뒤로 오가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원 출처를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 Customer Experience로 구글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이미지입니다. ^^

과연 이렇게 복잡한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어야 하는 광고. 우리가 알던 그 '광고'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 복잡하고 반복적인 과정 중에서 '광고'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우리가 속해있는 '광고회사'는 여기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담당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너무 비관적으로 속단하지 말자. 우리가 알던 그 '광고'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같이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광고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미래의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고대행사에 새롭게 요구되는 확장 분야에 광고를 모르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실무 경험이 많은 광고인들을 진출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소비자들에게 감추어진 인식과 태도, 행동에 주목하며 그 안에서 숨은 인사이트를 발굴하는데 누구보다도 전문가인 광고인들에겐 그 능력치를 크게 높여줄 신규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변화를 위해 약간의 도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광고의 역할이 확장되고 미래의 광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새롭게 주어질 수 있다는데 굳이 '광고인'인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셋째, 광고 대행사에 요구되는 새로운 전문성


우리가 평소에 '광고대행사'란 용어는 들어봤어도 '마케팅대행사'라는 이름은 조금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물론 기업의 마케팅 업무를 대행해주는 회사도 있기는 하지만 상위 단의 마케팅 전략 컨설팅이나 조사를 담당하거나 극히 일부 실행 영역을 대행해주는 회사들 외에 기업 마케팅을 모두 대행해주는 회사는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실상 기업의 마케팅 업무의 대부분은 광고주가 주도하되 주로 프로모션과 관련된 상당 부분을 광고대행사가 대행해왔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광고주가 광고대행사에 자신들이 담당해왔던 일을 추가적으로 넘기려고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광고대행사가 대행해왔던 다양한 영역의 업무 방식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바꾸어 달라는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날 마케팅의 화두인 Growth Hacking이란 용어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사실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 특히 기획이나 디지털 부문에 계신 분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 들어봤거나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광고주들에게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며 Performance Marketing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아래 링크된 컬럼에서 퍼옴

그로스 해킹의 정의와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Growth Hacking이란 용어의 창시자인 Sean Ellis의 컬럼을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거라 생각된다(궁금한 분은 여기를 Click). 그로스 해킹의 개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의 결과로 접점이 확보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각 단계별로 최적화하고 각 단계에 있는 소비자들을 다음 단계로 이끌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문제점을 재빠르게 발견하고 개선함으로써 마케팅 전과정의 효율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활동 정도로 보면 되겠다. 현재 이 영역의 업무는 대부분 광고주의 퍼포먼스 혹은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들의 몫으로 할당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광고주 담당자는 끊임없는 그로스 해킹의 과정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소비자에 대해서 점점 더 깊이있는 이해를 하게 되며, 소비자가 어떤 부분에 반응하고 어떤 액션에 반응하지 않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그야말로 조사를 통한 소비자 인사이트가 아니라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가지고 그들을 분석하고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소비자들이 직접 남긴 Behavioral Data를 통해 인사이트를 찾는 일, 이런 중요한 일을 광고주들만의 일이라 생각한다면 광고대행사는 Thought Leadership을 가져가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광고인들이 그로스 해킹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본 Marketing Tech의 Landscape를 되돌려보자. Marketing Tech라고 해서 갑자기 없던 마케팅 대행사들이 업무 영역을 확장해왔겠는가? 결국 광고대행사와 미디어 관련 회사들 중 선도적인 기업들이 발빠르게 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면서 세부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경험을 쌓은 뒤 Spin Off 해서 만든 회사들이 점차 늘어 났고, 그 결과 하나의 거대한 Marketing Technology Industry Echo System이 형성되어온 것이다. 즉, 광고주 마케팅 부서가 확장되어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졌다거나, 갑자기 없던 분야의 회사들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광고 산업의 영역에서 파생되어 만들어진 회사이며, 그 구성원들 역시 광고와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슬슬 광고계에서 뒷방으로 물러나야할 나도(선배님들 죄송합니다 -_-;) 지금 데이터 테크 회사에서 데이터와 플랫포옴에 대해 공부하며 근무하고 있지 않은가? 광고를 사랑하는 동료, 그리고 후배님들이여. 여러분들의 기존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사랑해마지않는 광고일이 더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기에 여러분들의 기회는 더 넓고 크게 열려 있다.


넷째, 광고대행사 경쟁구도의 변화


광고회사 비즈니스의 운명은 근본적으로 경쟁에 달려 있다. 우리가 흔히 경쟁PT라고 부르는 Pitch는 광고주에게 대행사가 준비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제시함으로써 여러 대행사 중에서 선택받는 과정이다. 경쟁 PT 참여를 고려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현재 대행중인 대행사와 Pitch에 참여하는 경쟁사들은 어디인가이다. 그도 그렇 것이 현 대행사 정보를 통해 이번 Pitch가 어떠한 이유에서 진행되는 것인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며, Pitch에 참여하는 대행사를 파악하면서 우리가 참여해서 승산이 있는 경쟁자들이 참여하는가의 여부를 파악한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몇해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종합광고대행사와 디지털 독립 대행사가 같은 Pitch에서 만나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종대사입장에서는 체급이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살짝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텐데, 독립 디지털 광고대행사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성원의 능력과 경험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열악하고 불리한 환경속에서 승부해야한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다양한 시각에서의 전략과 아이디어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독립 디지털 광고대행사에게는 실력으로 종대사와 승부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Pitch들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시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돌려보자. 2019년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종합 순위에 Accenture, Deloitte, PWC, IBM 같은 컨설팅 회사의 이름이 10권 안으로 진입했다. 더욱이 2019년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디지털 부문'의 1~4등은 바로 이들 회사들이 차지했다. 컨설팅 회사가 광고회사 순위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명백한 사실이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들은 최근 몇 년간 소위 디지털 광고의 영역에 발빠르게 진출했고, 공격적인 M&A 등을 통해 입지를 넓히고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렇게 컨설팅 회사들은 광고계의 메인스트림에서 주요 대행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컨설팅 회사들이 디지털 부문에서 약진하고 있는 배경엔 디지털 광고 회사에 대한 M&A 외에도 데이터 및 테크 서비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큰 몫을 한다. 이들은 디지털 에이전시 인수를 통해 디지털 광고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적 자원과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함과 동시에 AD Tech, E-commerce. Customer Experience, Data, Digital Transformation 전문회사들을 적극 인수함으로써 데이터 테크 역량을 함께 배양했다. 사실 컨설팅 회사들의 급성장은 그동안 글로벌 광고/미디어 그룹들이 데이터 테크 분야의 M&A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예로부터 컨설팅 회사는 데이터와 친숙하고 데이터를 잘 활용해왔다. 컨설팅 서비스의 DNA 자체가 데이터와 계량적 분석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테크의 전문인력과 노하우를 흡수하는데 기존 멤버들의 거부감이 거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 광고대행사의 경우는 어떤가? 일부 AP와 미디어 담당자 등 제외하고는 데이터에 친숙하지 못하다. 더욱이 종합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 혹은 데이터 관련 업무는 '광고'가 아닌 지원부서의 역할로 치부되어 온 것이 사실이며 그나마도 외주 협력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근무했던 국내 최대의 종합광고대행사에서도 이미 십수년 전부터 테크 기업을 인수하고, 심지어 개발자까지도 채용해서 데이터 테크 역량을 품으려고 노력했지만, 소위 광고계 주류 역할을 차지하던 기성 광고인들이 그들을 품는데 인색했고 데이터 테크의 DNA를 가진 사람들과의 융합을 이루어내지 못한 결과, 데이터 테크 역량을 내재화 하는데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나 이제 데이터 테크는 광고, 마케팅 산업의 가장 핵심 요소이자 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종합 데이터 테크 기업이다. IGAWorks는 데이터 플랫포옴 사업을 통해 그간 엄청난 양의 소비자 빅데이터(누적 10억대 모바일 기기 분석, 약 4천만 Unique Audience Data 트래킹, 일평균 20억건 이상 신규 데이터 분석)를 쌓아왔고, Data Driven Marketing에 필요한 모든 영역의 솔루션들로 확장하면서 Full Stack Platform and Service Echo System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데이터 테크 플랫포옴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퍼포먼스 에이전시, 미디어 에이전시를 인수해왔고, 데이터 기반의 컨설팅 서비스를 런칭함으로써 본격적인 데이터 테크 글로벌 경쟁 구도에 진입하고 있다.

IGAWorks가 생각하는 경쟁사는 국내 종합광고대행사가 아니다. 이미 성장의 임계점에 다다른지 오래된 국내 전통 광고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테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및 글로벌 광고/미디어 그룹과 경쟁하는 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Marketing & Data Tech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으며 데이터 테크 기반의 플랫포옴 기업 vs. 글로벌 컨설팅 기업 vs. 글로벌 광고대행사 이렇게 크게 세 그룹이 미래의 광고, 마케팅을 포함한 데이터 테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오늘도 결국 쓸데없이 엄청 긴 글을 써버린 듯 하다. 평소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이 많기도 했지만, 이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기에 조금 더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이다. 첫번째 글에서는 내가 알던 광고는 죽었을지 모르나 광고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새로운 형태로 계속 변화, 발전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 글에서는 결국 광고는 변하지 않는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과 형태로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기존에 익숙했던 Safety Zone에서 벗어나 시장과 소비자 변화에 발맞춰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글을 마무리하려는 중에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미래학자 Daniel Bell이 이야기했다던 명언이 떠오른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명제 뿐이다." 광고도 이 명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떻게 광고가 변하냐구? 그런 의문을 갖는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새로워지고 있다. 이제 그 변화의 물결에 몸을 던지시라.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예고 : 다음 글은 아마도... 정말 관계없어 보이는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에 대해서 써볼까... 하는데. 납득이 되게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쉽지 않을 예정. 생각만 하다가는 못쓸 것 같아 일단 던져놓고 본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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