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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과 어리바리

2021. 5. 5. - 2021. 5. 8.

by 바람




어제 몰타대학교 근처의 집을 보고 그냥 계약하기로 했다.

가계약금을 200유로 지불하고 왔는데 몇 군데 더 깨끗하고 아늑해 보이는 집들의 에이전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미 준 돈을 잃더라도 더 깨끗한 곳으로 다시 계약할까 하다가 집주인이 대청소를 해줄 거라며 걱정 말라는 에이전트의 말에 그냥 원래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방이 두 개인 cozy 한 스튜디오인데 가스통을 집안에 놓고 쓰는 곳이라 약간 걱정된다.

폭발은 안 하겠지.

오븐은 너무 지저분해서 그걸로 요리는 못하겠다. 욕실은 샤워실과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는데 쓸만하고 침대는 좁은 1인용 붙박이다.

이불들은 내 청결 강박 상 새 걸로 사야 할 것 같다. 거실의 넓은 소파베드는 나중에 리클라이너 소파로 바꾼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연결된 큰 TV가 벽걸이로 걸려있고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공동관리비를 포함한 월세가 600 유로.

두 개의 방에 각각 침대와 책상이 있고,

거실과 안방의 큰 창문으로 빛이 많이 들어오고 도로변으로 창이 나 있어 사생활 보호가 된다는 것, 바로 옆에 많은 나무가 있는 몰타대학교가 있다는 것 등이 좋은 점들이다.

spring cleaning(대청소)을 해 준다고 했으니 오케이.


새벽에 꿈을 꾸었다.

집의 문을 잠글 수 없고 옆 방에 다른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했다.

겁 많고 콩알만 한 간을 가진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꿈이었다.

사람이 걱정하면 진짜 꿈으로 연결이 되는구나.. 프로이트의 꿈 분석 책을 읽어봐야겠다.





Popeye Village(뽀빠이 마을)에 가려고 했었는데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핸드폰 충전(top up)이 오늘까지 유효인 건지 매장에 가서 물어보니 젊은 직원이 장황하게 설명을 해준다.

몰타어와 영어가 섞인 발음과 빠른 말로 해서 반도 못 알아들었다.

나도 내 할 말만 했다.

한 달 충전을 했으니 valid가 6.8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오늘까지의 충전 credit이 보이는 거고 내일 확인하면 다시 28일분 충전된 게 보일 거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핸드폰 관련해서 대리점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3외국어 같았는데 여기서 이 정도 알아들은 거면 선방한 거다.

어제는 계약하기로 한 집의 소유주가 계약서랑

집 내부 사진들 첨부해서 메일을 보내왔다.

수업시간 내내 5장 정도 되는 계약서 내용을 옆에 놓고 수업하랴 계약서 해석하랴 바빴다.

돈과 관련된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 올여름에 가족들이 올 경우를 생각해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지 꼼꼼히 읽어봤다.

Immediate Family(직계 가족)와 임차인인 나를 제외하고 타인은 머무를 수 없다(5시간 이내 가능)고 되어 있어서 가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이 부분은 말해야겠다 싶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메일을 보냈다.

‘신축(brand new)을 찾다가 방 2개인 당신의 lovely(라고 해줘야 좋아할 것 같아서리)한 studio(원룸 형태의 작은 집)를 선택한 이유는 나중에 혹시 내 가족이 올 지도 몰라서이다.’ 등 가족방문이 괜찮은 지 확인 바란다는 내 메일에 저녁쯤 답변이 왔다.

가족은 괜찮지만 오기 전에 기간과 인원수를 알려달라는 것,

스튜디오의 작은 면적 특성상 붐비며 살면 이웃에 민폐라는 것 등을 쓴 메일을 보고 이 주인도 참 꼼꼼한 사람이구나 했다.

계약하기로 마음먹고 현금 인출을 하는데 계속 실패다. 뭐지?

다시 확인해 보니 1회 인출한도가 100만 원이다. 어리바리한 내 모습에 혼자 썩소 한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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