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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서가 Jun 30. 2024

시대를 담은 자수와의 만남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展

  평소 자수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형형색색 화려한 색과 장식을 선호하지 않는 취향 때문이다. 자수를 놓기 위해 자리에 앉아 한 땀 한 땀 노동집약적으로 수를 놓아야 하는 모습도 힘겨워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자수 관련 공예전시가 있어도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자수 전시, 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자수를 전시할까? 현대미술관에서 해석한 자수는 어떠한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보통 자수는 ‘규방공예’나, 이를 전승한 ‘전통공예’로서의 자수가 떠오르곤 한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잘 손상되는 직물이라는 물성 때문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고대와 중세 유물의 수가 지극히 적고, 우리가 전통 자수라 불리는 유물은 대부분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고 미술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자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는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었다. 제1전시실이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로 19세기말부터 제작된 자수를 중심으로 일상용품을 장식하는 생활자수, 의복을 장식하는 복식자수, 수불, 감상자수(병풍 등)를 선보인다. 제2전시실의 주제는 ‘그림 갓흔 자수’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교육과 전시를 통해 ‘미술공예’로 거듭난 자수의 변화를 살펴본다. 제3전시실의 주제는 ‘우주를 수건 삼아’로 광복 후 국가의 재건과 조국 근대화가 화두가 된 시기의 자수가 아카데미 안팎에서 진행된 이른바 창작공예(또는 현대공예)로서 자수의 면모를 전시한다. 마지막 제4전시실의 주제는 ‘전통미의 현대화’로 한국전쟁 이후 아카데미 밖에서 자수의 위상이 줄어든 것과 달리 근대화·산업화 시대에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산업공예로, 보존·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의 공예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흥미로웠던 점은 자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모되었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근대 생활 속에 밀접했던 생활자수·감상자수에서 전통으로 계승해야 할 전통공예와 작품으로서의 현대 자수까지 120여 년의 자수의 역사가 압축해 담겨 있었다. 그 역사 속에는 자수를 만든 주체인 ‘여성’의 신분과 역할의 변화와 산업 변화의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사적인 영역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에 의해 전수되던 자수는 19세기말~20세기 초 ‘수예(手藝)’ 중 하나이자 여성교육의 핵심으로 부각되었다. 여성 교육의 목적이 “여자에게 적당한 ‘우미(優美)’의 예술을 가르쳐서 안으로는 현모양처가 되고 밖으로는 문명을 보완하는 기술자 및 교육자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성에게 공식적으로 허가된 ‘예술’과 ‘교육’ 영역이었던 자수가 기술의 발전과 서구식 생활방식의 일반화로 사양길로 접어들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일례로 1945년 이화여자대학교 내 자수과가 설치되었다가, 1981년 섬유예술과로 통합되기의 과정은 변화하는 자수의 위상을 반영한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전시를 관람했는데, 전시실을 한 곳씩 관람하고 나올 때마다 자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먼저 자수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시 설명을 보다 나중에는 전시실 안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자수 작품을 보았다. 멀리서 보니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린 것같이 실로 자연스럽게 색을 표현하고 있었다. 다시 가까이 보니 가지런하고 때론 자유분방하게 놓인 자수에서 바탕천을 수없이 바늘과 실을 오가는 손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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