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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비드 Jun 06. 2024

브런치엔 사연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럴 수도 있구나


 브런치엔 사연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은 아주 하찮다고 여겨질 만큼. 가족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파산, 건강이상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의 굴곡들을 풀어 나간다. 영화처럼 한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십 수 편의 글들을 읽다 보면 감정적으로 수렁에 빠진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렇게 자신의 삶을 여기고 있구나.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구나.


  

 글을 보면서 내 삶을 돌이켜 본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들이 겪은 상실과 학대 속에서 초연하게 이야기하고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 나는 자기만족, 정신승리, 순간의 행복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복에 겨운 삶을 살고 있어서다. 나에겐 학대와 방임, 상실에 대한 고통은 없었다. 있었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과거의 것일 뿐. 그들은 과거의 기억과 평생을 싸운다. 지금 이 모습은 내가 쌓아 올린 경험의 집합체라지만,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순간들을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들의 글을 읽는 게 불편하고 답답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읽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내 몫이다.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부딪치게 된다. 읽다가 포기한 적도 많고 화가 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이 겪은 삶을 살아낸 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가 자신들의 삶을 만들었던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버린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응원할 뿐이다. 굳이 화를 내고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기를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나이가 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다. 싸울 기력이 쇠한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하며 살아온 그들의 답답한 생각들을 보면서 ’ 그럴 수도 있구나 ‘ 라며 넘길 뿐이다. 남을 설득하는 것보다 내 가치관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다. 초면에 욕을 하고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무섭고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애처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살아온 삶 속에선, 지금의 행동이 삶을 지탱해 준 방법 중의 하나였을 테니까. 그러니 나도 그들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그들의 삶이 궁금해질 뿐.


p.s - 자다 깨서 새벽에 넋두리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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