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주는 행복과 소중함은 나를 변화시켰으니까.
둘째 지우는 8시가 되면 마지막 수유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첫째 시우는 보통 9시가 넘으면 잘 준비를 하고 10시 전후로 잠이 든다. 피곤하면 더 일찍 자기도 하고 마냥 잠투정을 하며 늦게 잘 때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우리 부부에겐 자유가 찾아온다.
육퇴 시간이 온 것이다.
우리 둘은 거실에 나와서 보통 과자를 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런닝맨이나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을 보면서 함께 웃는다. 평소에는 잘 시켜 먹지 않지만 오늘은 주말이기도 하고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타코야끼와 오꼬노미야끼를 시켰다. 배달음식이 오면 당사자인 아내보다 내가 더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결혼 전에 비해 살이 찐 걸까? 1인분을 먹다가 1.5인분을 먹게 되니까.
아이들보다 먼저 곯아떨어져서 나오지 않을 때도 많지만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 부부에겐 중요한 일과다. 힘겹게 아들을 재우고 거실에 나와서도 우리의 대화 주제는 아이들이다.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학을 때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아들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둘째 지우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사를 오지 않았을 거고 차도 바꾸지 않았을 거다. 지금보다 빚도 작았을 테고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달랐을 거다. 언제가 더 행복하냐고 묻는 다면? 그때보다 몸은 더 힘든데 지금이 더 행복하다. 육아를 해본 경험이 쌓여선지, 아내와 아들의 소중함이 느껴져선지 모르겠지만 내 몸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피곤하고 지치고 짜증 나더라도 가족은 곁에 있다. 아이가 둘이 되고 나서는 개인 시간과 나를 위한 것들이 현저하게 줄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불행하거나 답답하진 않다.
혼자였다면 이룰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해 낼 수 있었다. 나를 믿는 이들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기쁨을 준다. 주말에 어디를 가야 되는지, 휴가 때 어디로 놀러 갈지, 무엇을 먹을지 이 모든 것들은 아들들에게 맞춰져 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삶은 아내와 아들이 채워 가기 때문이다. 혼자 있으면 몰랐을 행복들.
내 삶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잠든 아들을 본다. 내가 보고 싶다고 전화로 이야기하고 퇴근하자마자 안아 주는 사람. 아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나는 이제 결혼 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이 주는 행복과 소중함은 나를 변화시켰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