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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Sep 05. 2024

10년 전을 회상하며

PA 법제화


 PA를 법제화하고 업무범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는데 사뭇 궁금하다. 병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임상에 있는 사람들이 법안에 참여하길 바란다. 의사가 오더를 내고 간호사가 수행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PA는 전공의와 인턴의 역할을 맡게 된다. 담당 교수님이 처방과 오더를 지시하고 동의서와 검사나 시술 설명을 포함한 일체의 업무는 전공의가 해왔다.


 10년 전에도 PA는 있었고 그전에도 있었다. 내가 병동에서 일할 때엔 흉부외과 PA가 있었다. 수술에 참여하진 않는 병동 업무를 보는 간호사였다. 간호부가 아닌 진료부 소속이 되고 간호사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꺼려했던 기억이 난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부족하여(그래도 그때는 부족했지 지금처럼 아예 없진 않았다.) 추가로 지원자를 받았는데 호흡기 내과와 흉부외과 병동 간호사들이 우선 지원 대상자가 된 것이다. 연차가 있는 간호사들은 지원하지 않았고 그 업무 자체가 명확하지도 않았던지라 대부분 신규나 저연차 간호사들이 업무를 맡아서 수행했다. 그들이 원해서 했는지 차출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병원의 입장에선 PA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했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공의가 부족했던 과에선 수술, 입원환자, 외래진료, 강의, 논문 등 교수 혼자서 그 많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 의국에서 자체적으로 월급 이외에 수당을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만약 내가 PA를 했다면 계속 그곳에서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초창기에는 간호사들도 PA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PA의 오더를 수행해야 하는데 병동 간호사 보다 아는 것도 부족하고 오더 실수도 많았으니까. 그 당시엔 PA도 병동 간호사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곤 했다. 20년 가까이 병동에서 일하던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PA애들 너무 나무라지 마라. 그 애들 며칠 전까지 병동에서 우리랑 같이 일했던 애들이야. 이제 1, 2년 한 게 전분데 너희들도 그냥 노티 했다고 나 몰라라 하면 되겠니? 자기가 어떻게 판단해서 오더 내릴 거야? 그냥 교수님 수술 끝나고 나면 한 번에 노티하고 안되면 우리 선생님들에게 노티 하고 부탁해야지.]


 예를 들어 흉관에서 배액 되는 양이 일정 기준치를 넘거나 air lealage가 있고 bloody 하거나 삼출액의 양상이 변화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기엔 PA들에겐 부담이 컸다. 지금이야 PA수도 많고 시행착오를 겪어서 정착되었지만 당시엔 가이드라인도 부족했고 증상마다 해야 하는 처치에도 차이가 있었다. 그런 환자도 본 적이 없는 간호사가 PA를 했기 때문에 병동 간호사인 나도 안타깝긴 했다. 사실 병동 널스인 우리는 어떻게 하고 조치를 취하는지, 특정 교수의 방법이 무엇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긴 했지만 임의로 해결할 순 없었다. 법으로 걸려면 걸리는 게 의료행위기도 했고 언제 환자가 나빠질지도 모르니까. 호흡기 내과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묻거나 당직의 에게 노티를 하고 해결을 했던 것 같다. 간호사가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우리를 보호할 근거가 필요했다. PA선생님들에게 같은 증상의 환자는 이러이러했다며 귀띔으로 알려주곤 했는데 고마워하던 PA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잘 될 순 없겠지만 잘 해결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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