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패션브랜드를 10년 간 운영하는 것의 의미
<마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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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내돈내산 옷덕질의 결정체..브랜드 공부와 패션 비즈니스 공부의 중간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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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는 입장에서 난감해지는 인터뷰가 있다. 상대방이 전하는 메시지는 확고하고 선명한데, 말을 지극히 삼가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면, 그것을 미루어 짐작해서 해상도를 끌어 올려야한다. 이번 인터뷰가 그랬다.
마침 패션 브랜드도 열마디 말보다 하나의 시각적인 요소가 더 중요한 편인데, 그런점에서 패션 브랜드라는 것은 구구절절 설명하면 멋대가리가 없어지는 욘나뤼 심오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
특히 브랜드가 지닌 개성이나 진정성을 말로 드러내는 것은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스토리를 담아 표현하기 위해서 '진정성'의 'ㅈ'도 표현해서는 안될 때가 있다. 취재원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증폭시키면서도, 주어 목적어가 이따금 생략된 다이얼로그를 어떤 방식으로 해상도를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인터뷰였다.
하고나면 진이 빠지는 작업이지만, 취재원이 가진 아우라를 드러내야 하는 콘텐츠라면 인터뷰 이후 추가대화 보강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취재원과 함께 대화 맥락을 가다듬는 작업을 거치며 인사이트 해상도를 높여갔던 인터뷰. 만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스트로그 이동기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인터뷰 문답 발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패션산업에 뛰어들 때 참고할 본보기가 많아졌어요. 잘하는 브랜드도 많아요. 제가 이스트로그를 시작할 때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직접 수주회에 참가하고, 거기서 사업의 폭을 넓히는 식의 레퍼런스는 많지 않았어요. 제품의 만듦새만큼의 평가와, 현장에서의 반응을 피부로 느끼며 시야를 더 넓게 틀 수 있던 거 같아요.
패션 브랜드가 추구하는 만듦새란 무엇일까요? 「‘잘 만든 옷’을 ‘잘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쭙고 싶어집니다.
옷이라는 제품은 원단이나 부자재가 훌륭해야겠죠. 그런데 옷을 만드는 과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메이킹 과정이 패션 브랜드로서 차별화를 만드는 거죠. 다른 브랜드 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저희가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승부처라 판단하는 부분은 ‘패턴’입니다. 원단을 옷 모양에 맞춰 자르기 위한 종이도면을 신경 쓰고, 실로 꿰매 봉제했을 때의 결과나 체형에 따른 핏을 조금씩 조정하는 거죠. 샘플 단계에서 계속 조정에 나서고요.
이런 게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옷의 완성도나 만듦새가 좋아지는 거죠. 개인 체형에 따른 호불호나 유행에 따라서 패턴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자체적으로 세운 패턴의 기준이 있고 거기에 맞춰 컬렉션 메이킹을 진행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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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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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수가 되게 촘촘하니까 얘는 좋은 옷이야!” “땀수가 헐겁네? 안 좋은 옷인가 봐!” 이런 평가의 기준도 중요하지만, 그 외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니 땀수가 얼마나 새겨졌는지를 강조하는 건 일반적인 패션 제품 상세 페이지에 많이 등장하는 마케팅 요소긴 합니다.
‘땀수가 촘촘하다’는 건 옷이 만들어진 목적에 따라 장단점이 갈려요. 그래서 옷을 둘러싼 디자인 맥락이 중요한 거죠. 일반 소비자는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도 분명 있고, 옷을 만드는 사람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좋은 옷의 기준은 다 다를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건 바로 ‘기준’이죠. 자기만의 기준을 촘촘하게 갖고 제작에 나서는 사람은 분명 결과도 다르게 내거든요.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준의 같고 다름은 전혀 상관없죠. 저마다 생각의 차이점이 있을 수 있어요. 핵심은 좋은 옷을 가늠하는 기준에 대해, ‘인지’를 한 상태에서 옷을 만드는 것이죠.
‘잘 만든 옷’이란 「기준을 명확히 갖고 제작된 옷」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저희도 ‘잘 만든 옷’에 대한 기준은 나름대로 가져가지만, 완벽할 순 없어요. 그냥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게끔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