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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필년 Aug 04. 2023

매거진 피처 에디터는 뭐하는 사람들인가

경계를 허물고 직접 발품팔아서 읽을거리를 만드는 재미

Q. 정년이 가진 직업있잖아. 피처 에디터...무슨 일을 해?


종이잡지 기준으로 설명을 할게. 우리는 읽을 거리를 만들어. 직접 발품 팔고 취재해서 긁어모은 정보로 읽을 거리를 만들지. 그거 기자 아니냐고? 좀 다를거야. 우리는 정론직필같은 건 관심 없거든. 물론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길 바라지만, 그건 일단 출입처를 갖고 있는 언론사 공채기자양반에게 맡깁시다.


주제는 조직의 뜻을 배신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뭐든 가능한 거 같아. 만약 우리 잡지가 대학도서관에 깔리는 잡지라면, 거기에 머무르는 분들이 솔깃할 이야기를 정리해 놔야겠지. 졸업한지 10년이 넘었어도 요즘 젊은 친구들 좋아하는 떡밥을 찾아 계속 호기심을 가져야겠지. 여하튼 호기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인 건 맞다.

Q. 그 직업 하면서 뭐가 제일 좋아? '이거 때문에 피처 에디터하는 구나!' 싶은 거...

내가 만나는 대상의 진짜를 경험한다는 거? 경험보다는 경유가 맞을 거야. 취재라는 명분은 경계를 허물거든. 사람을 만난다면 우린 대체로 취재대상이 편안해하는 공간을 찾아가 그 곳에서 대화를 나눠. 그 사람들이 진술하는 게 반드시 진짜라곤 말할 순 없어. 기대를 웃도는 경우도 있지만, 딱히 우리 대화가 쓸모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좋은 인식을 대화에 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그 대화 한복판에 있던 나는 상대방의 ‘진짜’라고 짐작되는 성격이나 태도를 느껴. 이건 좀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거야.


취재대상의 심연이라고 해도 좋을텐데.. 이 사람의 복잡하고도 깊은 내면이 본인이 진술하는 말과 일관성을 가진다고 느낀다면 최상급 인터뷰 다이얼로그를 재현할 수 있어. 거기엔 쓸모있는 문답도 많고, 사람들이 읽었을 때 정보와 감동을 동시에 느껴.


반면 진술의 일관성이 없거나, 자기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그럴싸한 말만 잔뜩 늘어놓는 경우가 있어.


Q. 그럴싸한 말은 어떻게 구분하는데?

"예시를 드는 걸 지켜보면 돼. 내가 옛날에 장정일 작가 독서일기였나? 거기서 봤던 내용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아.


장정일 아저씨는 앎과 모름에 대해서 의견을 덧댔지만...나는 예시를 드는 패턴을 눈여겨 보는 것이야 말로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을 분별하는 지혜라고 봐. 사람은 절대 완벽하지 않아. 특히 지식에 있어서는 허술해. 다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것도 사실 느슨하게 알고 있을 수도 있어. 전문가도 가끔 잘못된 정보를 진술할 수도 있지. 중요한 건 자기가 아는 걸 얼마나 타인에게 성실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느냐. 이게 핵심이야.


이건 얼마든지 우리 삶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봐. 나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어땠는지 떠올려봐. 자기가 아는 것과 거기에 달라붙는 예시를 어떻게 진술하려는지를 느낀적 있어? 앞으로 한 번 지켜보라고. 자기가 느낀 것, 아는 것, 같이 느끼고 싶은 것, 같이 알고 싶은 것, 그런 걸 어떻게 전하려 노력하는지. 잘 봐. 그거 잘 맞는다고 느낀 사람이 우리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 될거야.


Q. 정년은 어떤 인터뷰를 좋아해?

서면인터뷰보다 현장인터뷰를 선호해. 현장인터뷰를 끝내고 서면인터뷰로 추가대화를 덧대면 BEST. 글이 말을 보완해주기도 하니까. 취재원이 대꾸하는 말이나 몸짓, 태도가 가끔은 모든 걸 압도해. 아무리 그럴싸한 말을 꾸며내도 티가 나. 서너시간 쯤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만의 것을 감지할 수 있거든. 나는 그것을 언어로 느낀만큼 정직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 그리고 그런 대화들이 보면 가장 유익했어. 다이얼로그 브로커인 나에게나 그것을 끝까지 읽어주시는 독자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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