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알아야 제대로 할 텐데 상상으로 대충 끓인.
요새 미국 주부들 사이에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코스코 왕갈비.
확 치솟아버린 식료품 비용 때문에 전처럼 맘 놓고 소고기를 사 먹을 수 없는 이때에, 보암직도 먹음직도 한 왕갈비 세트가 저렴한 20불 대에 팔리고 있는데, 갈비탕 끓여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것이다. 저녁은커녕 한식도 잘 먹지 않는 우리 집 식탁이고 보니 갈비탕 글이 연일 올라와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는데 마침 구역모임을 할 때가 되었다. 옳다거니. 그러면 사진으로도 꽤 구미가 당기던 갈비탕을 나도 한번 끓여볼까.
사실 갈비탕 거리는, 푸짐한 살 구 할에 얇은 립본이 일할로 붙어 있는 아주 실한 고기 덩어리가 '갈비탕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따로 판매된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뒤져보면 다들 그 부위를 사다가 탕을 끓인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운드에 $5.99 했던 그 고기가 이제 두배 넘게 뛰어 버려서, 세 식구 정도 먹을 분량의 고기 팩을 사려면 사오십 불 가량을 줘야 한다. 이대로 몇 년 지내다 보면 아마 그 가격도 익숙해져서 사 먹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왕갈비는 바로 이때를 겨냥한 효자 상품인 셈이다.
'beef back rib'이라고 해서,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며 붙어 있는 틈새살들인데 앞뒤 두께가 꽤나 실해서 갈비를 한 대씩 잘라 놓아도 살이 제법 되니 갈비탕, 갈비찜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아이 팔뚝만 한 백본들이다 보니 그릇에 내어 놓을 때 원래 탕거리용 고기에 비해 그 모양새가 조금 우악스럽기는 하다.
소 한 마리도 끓일 수 있을 것 같은 우리 집 '업소용 솥단지'에 반나절 푹 끓여서 살짝 힘만 주면 뼈에서 스윽 발라지는 고기는 간장 양념에 따로 졸여 간이 충분히 배도록 했다. 초벌 두 번의 끓어 넘친 물든 모두 버리고 세 번째부터 육수를 내었으니 하룻밤을 식혀도 기름이 많이 잡히지 않았다. 달콤 새콤한 양파 겉절이는 심심한 고기 요리와는 언제나 잘 어울린다. 약간의 와사비도 준비해 보았다.
식료품 가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도통 관심이 없다 보니 나도 이 왕갈비의 미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당분간 이 갈비탕으로 대부분의 행사를 치러볼 마음이 생겼다. 진심으로 기쁘게 갈비탕을 드시는 구역 식구들의 모습에 어깨가 조금 솟아오른 것이다.
계절도 스산한 초가을, 마음과 몸을 따뜻하게 덥혀줄 갈비탕 한 그릇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이웃들의 환심을 사 보려는 것이다.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있노라고. 나를 따돌리지 말아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