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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un 08. 2024

매버릭

박재영


-매버릭-


석양이 화려하게 지고 있을 때 USS 엔터프라이즈가 파도를 가르며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F-14 톰켓 한 대가 날아와서 착륙했고, 캐노피가 열리고 피트 미첼 대위가 내렸다. 영화 ‘탑건’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다. 그러나 얼어붙은 북해에서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에서 SU-33 전투기가 착륙하면서 두꺼운 곰털 비행복을 입은 조종사가 내리는 장면이나 동중국해의 산호초 사이에서 구소련제 항공모함을 개조한 랴오닝호에서 러시아제 전투기를 복제한 J-15가 착륙해서 동양인 조종사가 내리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어색하지 않을까?


소프트 파워는 쉽게 말해서 ‘당근과 채찍’에서 당근과 같은 것이다. 상대방을 회유하는 회유책이며 오랜 시간에 걸쳐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 수단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욘세나 마돈나, 그리고 투팍 같은 유명한 문화들로 미국의 힘과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미국에 대한 호감도, 미국하면 이라크나 아프간 같은 나라들을 침공하는 나라가 아니라 “어? 힙합의 나라? 영화의 나라? 실리콘 밸리? 멋있는 나라지!” 같은 인식을 심어주게 하는 것이 소프트 파워다.


하드 파워는 ‘당근과 채찍’ 중에서 채찍을 의미한다. 탑건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항공모함에서 착륙한 F-14에서 매버릭이 내리면서 선글라스를 벗고, 관객들을 향해 윙크를 해주는 것이 소프트 파워라면, 그런 매버릭이 탄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항공기들이 전술폭격과 근접항공지원을 실시하는 것이 ‘하드파워’ 인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얀마와 버마, 운남성 주면에는 울창한 열대우림, 티베트에는 히말라야 산맥, 위구르와 몽골 지방에는 고비 사막,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까지 천해의 요새들로 둘러싸여 있어 상대적으로 상대방이 문을 열 때 까지 기다릴 시간이 충분해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과연 중국 하면 ‘멋있는 나라.’ ‘좋은 친구 같은 나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을 까? 모두가 중국을 짝퉁의 나라, 동북공정, 일대일로,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 분쟁, 국경 분쟁, 짱꼴라, 짱깨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러나 중국의 소프트 파워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며, 관광객들로 하여금 상품을 쓸어담게 해 상인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준다거나 인프라를 개통해 주는 등,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모두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에게는 커다란 리스크가 있다.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의 들판으르 돌파 해내기만 성공한다면 크렘린까지 진군하는데는 격파할 러시아군이 없다면 하루도 채 걸리지 않고 돌파당한다. 실제 2023 바그너 그룹 반란 사건 당시 프리고진은 M4 고속도로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진군했으며, 이를 방어할 산맥 같은 것들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먼 옛날 몽골족들의 대침입부터,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1941년 히틀러의 바르바로사 작전 등등 러시아를 침공한 외세는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을 격퇴한 것은 물론 러시아인들의 강력한 의지도 있겠지만 ‘동장군’. 즉 기후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그 기후는 반대로 러시아에게 비수가 되어 모든 항구가 얼어붙어 진출할 길이 막히게 되었으며, 부동항을 찾지 못하면 이들은 커다란 위협에 처하게 되어 소프트 파워고 뭐고 일단 저들을 죽이거나 불태우거나 몰아내지 않으면 당장 나라가 망하게 생기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고, 전통적으로 러시아인들이 강력한 지도자, ‘강철의 대원수’ 라 불리는 이오시프 스탈린이라든가 ‘위대하고 강력한 러시아’를 외치는 푸틴을 찾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에게 소프트 파워를 찾게 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저들을 기다리다가는 우리가 죽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망설임 없이 가스 밸브를 잠그고, 부동항을 얻기 위해서는 1853년 크림 전쟁부터 2014년 크림반도 병합, 2014 돈바스 전쟁, 마침내 2022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까지 하드 파워를 가장 잘 이용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미소는 강자만의 전유물이다. 강자는 여유롭게 미소지을 동안 약자들은 치열히 경쟁하고 강자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부동항을 찾을 수 없었던 러시아는 한 순간도 여유 없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했고, 강자 미국은 그를 바라보며 견제하며 미소지었다. 아무리 멋있는 소프트파워라도 ‘하드파워’ 가 없으면 소용 없다고 생각한다. 석양을 보이는 항공모함에 착륙한 전투기에서 내리는 매버릭이란 ‘소프트 파워’ 도 미국의 강력한 항공모함과 전투기 같은 ‘하드 파워’ 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아무것도 없이 “우리는 문화국이다! 평화주의 국가다!” 라고 주장하는 국가는 바로 이웃국가에게 점령당하기 마련인 것이다. 결국 소프트 파워도 하드파워라는 단단한 벽이 있기에 가능한 강자의 전유물이며, 하드 파워라는 것은 약자가 최소한으로라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거나, 강자가 소프트 파워를 만들기 위한 벽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드 파워 없는 소프트 파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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