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티 Jun 17. 2024

착한아이

김서윤


착한 아이는 자신이 착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안볼 떄도 조용히 다가가 쓰레받이로 바닥을 쓸어주고 굳이 마니또가 아니더라도 모두를 위해 미처 하지 못했던 잡일 들을 처리하는게 착한 아이이다. 그에 반해 가짜 착한 아이는 자신은 안 착하다고 말한다. 꼭 누군가가 나를 지켜볼 때에만 일을 하고 매일매일 칭찬받고자 하는 갈증에 시달린다. 제 풀에 못이겨 쓰러져 버리는 사람 그게 나이다.

5학년 때는 허리가 아파올 때까지 청소를 했었다. 빗자루를 쥘 떄에는 손에 부드럽게 반동을 주어먼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 빗자루는 최대한 뒤도 젖혀 지우개가루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했고 계단을 쓸 때에는 계단과 계단 사이의 모서리를 공략해 빗자루에 흙이 묻도록 닦아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냐면 선생님께 보여야 했기 떄문이다. 그래서 쓰레기도 청소가 끝날 때까지 일부러 버리지 않았던 것 같다. 마스크 밑에서 무표정해 보이겠지만 선생님이 "잘했다. 착하다."라는 말에 정작 나는 속에서 웃고 있었다. 마스크 속에서 웃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나의 웃음이 착한 아이가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의 모순은 바로 내가 마시고 싶은 것은 딸기라떼이지만 마치 자몽에이드와 초코라떼 사이에서 고민하는 척 하는 것이다

인정 받는 것은 이리도 쉬운데 정작 인정하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진진이의 이모두 가끔 그런 물음을 던지지 않았을까 이모의 인생은 분명 행복해야만 하는 인생이었다. 이모가 그렇게 믿었고 계속해서 현실을 향해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왔다. 하지만 쌓아오던 벽돌집이 무너져 내리자 이모는 더욱 기괴하게 변해버려서 같이 따라왔던 여행업체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게되고 재가 되어 진짜로 무덤 안으로 들어가 영원한 안식을 가진다. 나도 어쩌면 이모와 같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순을 끝내 부정하다 사라지고야 마는 그런 것 말이다. 나도 현실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끝내 남는 것이 너무나 커져버린 나의 그릇된 이미지 일까 두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음료수를 마셔도 못 이긴척 슬그머니 다가가 제일 비싼 음료수를 주문하고 별거 아닌 백점이라며 말하다가도 속으로는 기뻐 날뛰고 있다. 한편으로는 두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은 모순을 반복하는 존재라는 것에 대해 안심한다. 나는 산다. 신이아닌 무언가를 믿으며 산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알 도리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