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시간-
백은서
오늘날 교육 제도는 여전히 시험과 성적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학생들은 종종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분야를 탐색하거나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는 기회를 놓친다.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에서 주인공이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갇혀 괴로워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종종 그들만의 고유한 꿈과 열정을 찾기보다는 규격화된 시험 문제와 점수에 갇혀 살아간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학년제라는 새로운 제도는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자유학년제는 학생들에게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 창의력과 호기심을 되살리고, 그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에 찬 눈빛을 보였다. "이제 시험이 아닌 진정한 배움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존재했다.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의 기회를 준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학습 습관은 어떻게 될까? 자유학년제가 진정으로 학습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은 1984의 조지 오웰이 묘사한 ‘감시사회’에서처럼, 입시 경쟁에 대한 불안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유학년제를 통해 공부를 등한시하거나, 입시에 필요한 기본기를 놓칠까 걱정했다. 그들의 두려움은 마치 시험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유일한 성공 기준인 사회에서 커져만 갔다. 실제로 한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왜 교과서에 없는 것을 배우는지 모르겠어요. 진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 습관은 잃지 않아야죠. 그게 결국 대학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사실 이러한 학부모들의 걱정은 교육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적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으며 자라난다.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려면 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주인공이 마법을 배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그 자신이 결정해야만 하는 현실처럼, 학생들도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하지만, 입시 경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결국 그 벽을 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 벽을 넘지 않으면, 그 길은 막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자유학년제의 본래 취지는 바로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학이나 과학에서 '정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어떤 사고의 흐름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알렉스 구즈민의 실험을 다룬 고등학교 물리학 교과서를 다시 펼쳐본다면, 그 속에 담긴 수많은 물리 법칙과 공식들은 단순히 정답을 맞추는 기계적인 도구가 아니라, 자연 세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지식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직접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학이 그저 교과서에 적힌 이론이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춤처럼 실제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살아있는 학문임을 깨닫게 된다.자유학년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화학 실험을 설계하고, 생명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문제를 탐구하면서, 그들만의 해답을 찾기 위한 창의적 접근을 배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지식이 실생활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기르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히 성적을 쌓는 것과는 다른 궤도를 그린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병원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자 했던 노력처럼, 학생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종종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동반한다. 그러나 그 실패 속에서 배운 교훈은 결국 더 큰 성공을 이끌어낸다. 자유학년제는 학생들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운 자기 주도적 학습이 앞으로의 인생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즉각적인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그들이 시험에 맞춰 공부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를 탐색하며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되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시각을 얻고, 평생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학습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있어 창의성과 기초 지식의 균형을 맞추고, 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교과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며, 실험과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을 강화해 학생들이 학문을 즐기고, 실생활에서 이를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할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더 이상 시험을 위한 학습이 아닌, 진정으로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점수를 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