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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Nov 07. 2024

부정할 수 있는 용기

< 자유학년제 문제 > 조가람



제목 : 부정할 수 있는 용기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 1학년 복도는 매우매우 쌀쌀하고 조용해졌다. 침묵만이 흐르는 복도가 너무도 어색했고 과거의 복도의 시끄러움이 그리워질 지경이였다. 옛날 같으면 많이 놀아두라는 말에 시험 걱정 하나 없으며 웃고 떠들어야할 1학년들인데, 이제는 더이상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1학년 이면 놀아도 되지 않나? 라는 친한 언니의 순수한 질문에 내 서있던 1학년 후배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자유학년제가 자유 학기제로 바뀐다는 그 소식이 별로 불안하거나 깊은 감정을 느껴보지는 못했는데, 교육세계의 큰 변화가 찾아오고 나니, 그래도 자유학기제 라는 큰 돌뿌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과거까지만 해도 시행되고 있던 자유학년제가, 자유학기제라는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바뀌었다. 얼핏 이름만 들어보면 다를게 없지 않나 싶지만, 그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며 아무런 영감과 감동없이 외우기만 해야하는 학기제와는 다르게, 학년제는 직접 피부와 손끝의 감각으로 즉, 책에서만 보던 과학실험의 식용유와 물의 분리를 직접 자기 자신이 실험을 해보며 영감을 얻고 감각을 느끼며 암기보다 더욱 더 기억에 선명히 남는 실험과 과학탐구 학습을 제공해주는 교육이다. 이 학년제와 학기제의 뚜렷한 차이는 아까 계속 언급했던 감각과 영감이다. 학기제는 시험이다. 말그대로 학기마다 시험을 보는 것이기에, 이게 왜 답인지 몰라도 외워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가지의 선택이기에 그저 암기가 답이라는 말을 해줄 수 밖에 없지만, 학년제는 실험을 통해 내가 직접 이 상황에서 ‘ 아 식용유와 물을 분리할때 식용유가 물 위로 뜨는 이유는 잘 섞이지 않고 밀도가 달라서 이구나 ’ 라는 이 사실을 책에서 주어진 구절을 통으로 외우는 것과는 다르게 실질적인 과학탐구로 나의 머릿속에 더욱 더 깊이 선명하게 남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학기제가 아닌, 더욱 더 많은 것은 배우고 학기제 보다 더욱 더 쉽게 공부에 다가갈 수 있는 학년제를 교육 방식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학부모들에게는 절대 용납 불가능한 의견이다. 과학 학원에서 시험과 관련된 수업이 아니라면 자제해 달라 그러고, 영어 학원에서 이번에 시험에 나오는 단어 아닌데 외우고 있다면 시험 단어를 외우겠금 시키라고 하며 반발이 빗발친다. 실제로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시던 한 교사도 독특한 미술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입시가 미래이고 입시가 우선인 학부모들에게는 정작 아이들이 미술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을 표출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도전을 시도해보려다가 중간에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이 초등 교사들의 현실이자, 돌뿌리인 것이다. 그저 학생들에게 만화로 공부를 알으켜주듯, 만화책으로 역사를 공부하듯 공부와 거리를 두는 아이들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여도 불구하고 시험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당장 그만두라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에 많은 초등 교사들은 혼란을 겪는다.


허나, 이런 학부모들의 항의가 계속해서 표출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학년제를 교육 방식으로 두어야한다. 생기없는 아이들의 혼을 더욱 쪽쪽 빨아먹는 듯한 학기제 라는 시험은 항상 아이들에게 영감 없는 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위한 수단 이라는 것밖에 안되는 것으로 인식을 하게 만든다. 마치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속, 우리나라 학생들이 생각하는 수학의 용도처럼 말이다. 교육은 우리에게 단지 지식을 제공하려는 일종의 프로그램일 뿐인데, 우리는 전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실험이라는 기회를 자꾸만 놓치게 만든다.


 “ 북한에서 수학은 무기를 만드는데 쓰이고, 남한에서는 그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쓰이는 수단이다. “

수학은 우리에게 증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고, 교육은 우리에게 상식과 지식, 교양을 쌓게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허나, 우리는 이런 교육의 본질을 학기제라는 검은 페인트로 지우고 있다. 우리는 다시 이 페인트를 벗겨내서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자신들의 개성을 살리며 교육 과정을 해쳐나갈 기회를 제공해주어야하며 암기가 다라는 어른들의 말에 부정할 수 있는 용기를 주어야한다. 이런 학생들의 천재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이 실험을 교과서 대로 행동하는 짜여진 실험이 아닌, 학생들의 순수한 추리력과 배경 지식으로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는 시스템들을 마련해야한다. 암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낙인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진정한 본질이 잊혀져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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