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중학교 사교육 "내신"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서술되지요. 사교육을 공부하면서 제가 얼마나 무지하고 우매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공부를 적게 했다고도 생각이 들고, 단아한 시간의 결과물로만 저를 바라보면서 만족하기에 이르른 저는 이제 "일본"이라는 결과물에 가까워질거라는 택도 없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많은 과정 끝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성적 미달자"라는 제목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변 환경이나 모든 것들을 탓하지 않고 일본 해협을 헤엄쳐서라도 건너갈 자신이 있지만, 저는 그 전에 제 자신을 조금 더 어필하고 싶습니다.
싱그러운 겨울이 지나가고 이제 12월 중순이 무르익을 때, 파멸의 성적표가 찾아온 뒤로 거의 피폐해진 채로 살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항상 혼나고, 죽을 각오로 가망 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죠. 무엇이든 효과가 있든 간에, 사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면 개인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이 이분법적으로 공존하듯 저도 두 가지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긍정의 관점과 부정의 관점. 부정의 관점이 그때는 저를 잠식했었지만, 잘못을 참회하며 당연하다는 듯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저는 서술형에서 잔혹하게 깎여버린 할 말없는 순회자이자, 모든 순간을 오로지 저만으로 탓하려 했습니다. 내일 할 매트리스 수업에서도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세상을 잠식한 매개체에서 그들을 구해줄 "그"라는 인물을 찾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인상깊었던 쿵후 훈련 중 한 말은, "싸우지 말고, 인식해라"라는 뜻이었습니다. 왜 저는 항상 저항하려고만 하고, 말도 안되는 점수에 실망하고, 모든 세상을 탓하며 죽으려 했던 것이었을까요? 한 마디 위로에 말에 다시 돌아오는 처참한 짓을 반복하면서까지 저 자신의 회로를 측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2023학년도 수능을 한 번 더 치면서 4개를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는 제가 정말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과거에 투자하는, 현실에 투자하는 비트코인 주주자들을 봤습니다.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에서도 어떠한 개인이 사회에서의 무언가를 추구하거나 실현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라는 뜻인 것 처럼,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라는 유추"를 통해 달려나가려는 목적으로 그것을 실행시키게 된 것입니다.
내신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제가 서술형을 풀때 "너무 꼬아서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도 노력해보았으나, 이 가치관을 바꾸는데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수능 1개를 틀려서 재수했는데 다음 수능 때 또 비슷한 문제를 1개 틀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처럼, 우리 몸은 학습된 본능을 통해 사람들에게 아픔과 기쁨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비록 "사회 부적응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도, 비록 "성적 미달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도, 미래에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이대로 내치신다는 대단히 잘못된 판단은 하시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90점이라는 점수라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잘 때마다 악몽이 되어 저에게 다가오지만, 성적의 뒷면에는 여러 오류도 있고 선생님이 알지 못하시는 내신 담당 선생님의 한탄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저는 그 조각의 파편이 동탄과 부산이라는 모든 회로를 잇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전국적 천리안이 아닌 이상 이 모든 걸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죠. 우리 모두는 신이 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야말로 언제나 성공한 적은 없지 않습니다. 죽을 듯이 맞고도 밥을 안준다는 말에 정신없이 공부해서 전교 2등을 차지하는 대담함을 저는 아직 키우지 못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일본이라는 목표를 향해 성적 대신 "책 1권"을 읽겠다는 꾸준함을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성적을 잘 맞는 것밖에 모르는 엄마들을, 선생님은 계속 한탄하셨죠. 비록 지금 한 번의 성장의 실패라 하더라도, 선생님은 예전의 저에게 모멘텀 수업과 필사를 제안하며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예전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루틴을 만들라면서 하루에 책을 10분 만이라도 읽어보라 말씀해주신 선생님. 저의 재림예수이자 저에게 즈려밟을 기회를 주신 선생님. 저는 비록 지금은 실패자이지만,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여 모두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려 합니다.
성적 미달자에게 한 번의 자비를 한 번 베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은, 미래로 향하고 있고, 한 방울 떨어진 촉촉한 빗방울은 땅에 떨어져 나무를 만드는 이 덧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냉정하다고만 판단하는 선생님에게 더 많은 걸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매트릭스처럼 형용화할 수 없는 무언가의 압도적인 공포감을 간파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면, 우리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도 이번 참회의 기회로 진정한 인간의 탈을 써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