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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Dec 21. 2024

행복은 행복이 아닌가봐

<나의 소소한 이야기>



-행복은 행복이 아닌가봐


백은서



친구와 화해했어. 우리가 멀어졌던 시간, 그 싸움의 끝자락에서 화해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차갑고 거친 바다에서 홀로 떠돌던 배가 마침내 따뜻한 항구를 찾은 듯한 안도감을 느꼈어. 그동안 움켜잡고 있던 긴장이 풀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요한 평화가 퍼져 나갔어. 하지만 그 평화는 예상보다 더 빨리 그 자리를 떠났어. 나는 오래된 상처가 가만히 숨겨져 있다가, 상처를 싸매고 나면 더 아픈 통증이 찾아오는 것처럼 그 행복이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어.


친구와의 화해는 분명 기쁜 일이었고, 나는 진심으로 이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기쁨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어. 행복이란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불안이 손을 내미는 것을 느꼈어. 행복은 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갈 것만 같은 덧없는 물처럼 느껴졌어. 혹시나 다시 싸움이 터지지 않을까, 아니면 관계가 이전처럼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마음 속에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어.


화해를 하고 나니 나는 내 자신이 행복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어. 일상이 불행하기만 했던 내가 갑자기 아무 일 없어지니까 너무 불안한거야. 우리가 싸운 그 시간 동안 쌓였던 갈등의 무게가 이제는 온전한 행복의 무게로 전환될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어. 그 행복이 고요한 바다처럼 평온한 것 같지만, 그 바다 밑에는 언제든지 거센 파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어. 그저 평온해지기를 바랐지만 행복 속에 숨겨진 불안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어 나를 흔들었어.


행복을 맛본 후에 다가오는 불안은, 그간 느꼈던 고통의 그림자처럼 더 선명하게 다가왔어. 나는 친구와의 관계 회복이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불안이 내 마음을 계속해서 어지럽혔어. 그 불안은 이제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지 뭐야. 나는 그 불안을 부정하지 않으려 했어. 갈등을 풀고 나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그 뒤에 숨어 있는 불안을 마주하는 것도 모두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어.


행복은 행복이 아닌가봐. 친구와 싸웠을 때보다 더 불행한거 있지.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나를 지배해. 그리고 앞날이 너무 그려져.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자꾸만 내 신념이 흔들려. 그래서 더 불안해.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복된 좋은 운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게 맞나 싶어. 오히려 불안의 원인이라 해야 맞는 것 같아.


아무리 오래된 상처라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흉터처럼, 나는 그 불안이 내 삶에서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어. 나는 행복을 느끼며 불안을 떨쳐버리려 하지 않고, 그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로 했어. 왜냐고? 갈등을 풀고 다시 행복을 찾았다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새로운 출발이자, 그 속에 잠재된 불안과 마주하는 과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나는 이제 그 불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과거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불안은 나를 계속해서 성장시킬 것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평화를 찾는 데 필요한 과정일 뿐이거든.


불안 속에서 찾아오는 행복, 그리고 행복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은 결국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인도했어.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는 다시 내 자신을 이해하고, 나만의 평화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행복과 불안은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반영하는 거울처럼 존재해. 나는 그 두 감정이 서로 얽히고, 교차하는 그 복잡한 삶을 살아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더 차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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