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림
유한계급, 생산 활동에 증시하지 않으면서 소유한 재산으로 소비만 하는 집단으로, 재벌들이나 건물주, 혹은 부모님 품에서 떠나지 않은 아이들이 포함된다. SNS에서 내 나이만한 재벌집 유한계급 아이들이 명품백을 들고,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것을 볼 때면 나는 아니꼬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곤 하지만 그 시선 속엔 부정할 수 없는 부러움이 눅눅히 적셔져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 없이 겉만 뻔지르르한 유한계급들을 보며 고귀함을 느끼고,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반면에 오직 자신만의 능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높이 평가 하지 않는다.
만화가 기안84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기안84는 자신의 만화의 대성공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수수하고 평범한 삶을 산다고 해서 그는 그의 능력에 비해 매우 과소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우리는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유한계급들을 기안84같이 자신의 능력으로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보다 훨씬 높이 평가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이것이 유한계급론의 가장 큰 모순이다. 사회적 약탈자인 유한계급들을, 우리는 그들의 의식주조차 사랑하고 있다.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예시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항상 똑같은 검은색 목티에 똑같은 청바지를 입고 생활했으며,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크버그는 옷을 고르는 시간 마저 아깝다고 말했다. 자신의 할 일도 너무 많을뿐더러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와 능력으로 내면이 꽉꽉 차있는 이들과 달리, 유한계급들은 내면의 공허함에 굶주리며 자신의 외모를 더 화려하게, 아름답게 치장하고 몇천, 몇억짜리 드레스들을 걸친다. 하지만 사람은 첫인상과 외모가 그 사람을 가장 크게 평가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껍데기가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유한계급들을 목이 꺾여라 칭송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가 학부모총회에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팔찌를 차고, 우아한 옷을 입으며 한껏 힘을 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있는 학부모총회에서는 나를 드러낼 것이 외모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한계급들은 아름답고 고귀한 외모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사랑과 부러움을 받는다. 반면에 자신의 능력을 쌓고쌓아 훌륭한 결과를 만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 자수성가한 사람들보다 유한계급을 부러워하고 사랑하는 사회의 모습은 옳지 않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대화와,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말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귀아프도록 들어왔던 말이지만, 사실 외모보다 내면을 더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유한계급론>이라는 어려운 책을 읽어보고, <진보와빈곤>을 읽으면서 유한계급들의 실체를 깨닫고 배우면서 우리의 생각은 더 깊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질 수 있다. 부모님의 돈으로, 또는 조부모의 돈으로 생산없이 살아가는 유한계급들의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련과 고통을 거쳐 끝끝내 성공을 스스로 이뤄낸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인지하며, 사람을 내면으로 판단하는 가치관은 더욱더 뚜렷해질 것이다. 나부터의 인식이 바뀌고, 스스로 이뤄낸 성과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자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유한계급을 사랑하지 않고 유한계급의 모순을 깨트리며 더 이상 그들이 치장해둔 거짓의 삶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