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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경 May 24. 2020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

-자기중심적 사고, 스포트라이트 효과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숨바꼭질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하나, 둘, 셋! 찾는다.” 하고 시작된 숨바꼭질에서 우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방으로 들어간 순간 술래가 된 나는 분명 그 친구가 어디에 숨었는지 몰라야하는데 커튼 사이로 나온 몸이 떡하니 보인다. 커튼 속에 얼굴을 파묻은 아이는 꺄르르 터진 웃음을 더 이상 참지못해 나에게 발각된다. 


 “까꿍!” 자신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이모가 신기한지 자꾸 숨바꼭질 게임에 나를 초대한다. ‘너가 웃어서 이모가 찾은게 아니야’라고 설명하고 싶어도 숨기위해 벌써 저만치 사라진지 오래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시선과 상대방의 시선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튼으로 얼굴을 가려 앞이 보이지 않으면 상대에게도 내가 안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몸은 커튼밖에 삐져나와 있으면서도 말이다.      


“어린 아이에게 세상은 자기 중심적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가 낳은 온라인 수업 때문에 10대 게시판에 이러한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Zoom으로 화상 수업을 하게 되면 선생님 얼굴뿐만 아니라 학생 얼굴도 나오게 된다. 그런데 화상으로 수업을 받을 때 얼굴이 못생겨보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이었다. 남녀공학이라 남자 아이들도 자신을 보는게 신경쓰이고 특히 콧구멍이 크게 보이는게 고민이라고 했다. 그 글에 공감해서 얼굴에 테이핑을 해서 콧구멍을 들어올리는게 어떻냐며 예쁘게 보이는 꿀팁을 전수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반대로 공부하는데 누가 남의 얼굴에 신경쓰냐고 쓸데없는 걱정말라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누구에게는 사소해보이는 고민이 나에게는 전혀 사소하지않다.

 나 또한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랜드로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갔던 때가 떠오른다. 현장체험학습일만은 교복대신 사복을 입었기 때문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할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엄마는 그냥 입던 옷 입고 가면 되지 뭔 새옷을 사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귓등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며칠을 졸라 용돈 5만원을 타고 친구와 같이 이대를 다녀왔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대에서 쇼핑할 때 본 광경과 그때 입었던 옷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쇼핑하면 이대앞이었다. 이대앞에는 오밀조밀하게 옷 상점이 몰려있었고, 그 상점들은 누구나할 것 없이 형형색색의 옷들을 밖으로 전시했었다. 그 많은 옷들 중 내 눈에 들어온 건 남색배경에 빨간 글씨가 프린팅된 티셔츠에 검정색 치마였다. 새옷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옷을 입고 당당해진 나는 서울랜드에서 여러 놀이기구도 타고 간식도 먹으며 마음껏 놀았다. 


 하지만, 이대에서 같이 옷을 사고, 같이 놀이공원에서 놀았던 친구의 옷매무새는 지금에서도 전혀 기억이나지 않는다. 내 옷, 내 머리, 내 화장품, 내 핸드폰 등에만 신경쓰느라 남은 정작 어땠는지 모르는 것이다. 내 얼굴의 모공은 나에게만 제일 크게 보이고, 내 얼굴의 여드름은 내 눈에만 제일 빨갛고 크다. 하지만 나의 이런 허점을 남들이 알아볼까봐 전전긍긍하고 스스로 엄청 작아지곤 한다. 하지만생각보다 남들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왜냐면 나조차도 내 자신에 몰두해 다른사람들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다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청소년기의 자기 중심적인 성향은 남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점 사라져 남을 덜 의식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오늘 입은 원피스 아랫단의 튀어나온 솔기가 하루종일 신경쓰인다. 일에 집중하는 동안은 잘 모르지만 의자에 일어서는 순간 내 시선은 온통 그곳에 향한다. 서둘러 옷핀을 찾아 임시로라도 고정을 시켜본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이 혹여나 내 원피스의 튀어난 솔기를보고 칠칠치 못한 사람이라 생각할까봐 걱정한다. 그 누구도 나를 유심히 보지 않는데도 말이다. 나 또한 같이 일하는 동료의 옷에 개털이 가득 묻어있는지, 오늘 다림질하지 않아 구겨져있는 셔츠를 입고 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어른들 또한 유아기, 청소년기와 다름없이 자기 중심적 사고에 갇혀있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자기 자신으로밖에 살아보지 못하므로 자기 중심적 사고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므로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살기 편하다. 자기 중심적 사고는 색이 바래 옅어지면 옅어지지 결코 없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만드는 드라마의 주연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 중앙에 배치한다. 무대 중앙에 섰으니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질거라는 착각도 같이 탑재한다. 오늘 무심코 던진 이 한마디가 나를 보는 관중에게 큰 실수가 되지는 않았나,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이 관중에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는 않았나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람석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 혼자로 채워져있다. 나 혼자 연기하고 나 혼자 관람하며 일희일비하고 있는거다. 나는 그저 우주 전체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태양계 속 지구라는 별에 살고있는 먼지같은 스쳐가는 존재일 뿐인데 그것을 인정하기까지가 매우 어렵다. 나의 실수라든지 나의 허점은 나만 안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설사 보고 들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니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같은 모임사람들과 함께 모였는데 어떤 날은 너무 재미있고 어떤 날은 너무 따분하지 않는가? 그날 모임이 재미있었다는 뜻은 남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더 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재미있게 들었는가와 상관없이 남에게 내 이야기를 할 때 더 재미를 느낀다. 또, 나에게 쓰는 네일아트의 오만원은 괜찮지만, 축의금 오만원은 부담스럽다. 그리고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내 생일은 머릿속에 또렷하지만 달력에 표시하지 않으면 부모님 생신은 까먹어버리기 일쑤다. 부모님 생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내 생일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다 챙길 리가 있겠는가.

 내가 산 주식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둥 내가 하면 무슨일이라든지 술술 풀린다는 둥 자신을 너무 특별한 존재로 가두지 않아야 한다. 내가 특별한 존재인건 나 자신, 연인, 가족, 부모님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제 무대의 화려한 조명을 벗어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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