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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호 Oct 10. 2020

바쁜데 적응기간 꼭 해야 하나요?

“회사를 빠질 수가 없고 바쁜데 적응기간을 꼭 해야 하나요? 저희 아이는 예민하지 않아 적응 잘할 것 같은데요.”

요즘 맞벌이로 아빠도 엄마도 매우 바쁘시기 때문에 입학 상담을 하고 적응기간 안내를 하면 이런 문의를 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적응기간에 주 양육자가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벌이로 바쁘시다면 할머님이 적응기간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새롭고 낯선 공간인 어린이집에 처음 와서 불안함을 느낄 때 내편,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든든함으로 아이가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간이기 때문에 굳이 부모님이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친구들도 낯설고 선생님도 낯선데 와서 말을 시키고 함께 놀자고 하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 나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말도 안 통하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공항에 내려 게이트 출구를 빠져나왔을 때 마중 나온 가족을 보면 너무 반갑고 든든하지요. 우리 아이가 지금 그 상황인 것입니다. 낯선 어린이집은 외국의 공항이고 엄마는 마중을 나온 가족입니다. 엄마가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그래서 아이들이 놀이를 하다가도 엄마에게 돌아오거나 엄마가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입원아 적응 프로그램은 5일 이상하도록 지침이 되어 있습니다. 영아는 안정적인 적응을 위해 좀 더 길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마다 차이가 좀 있습니다. 


첫날은 엄마와 함께 교실로 와서 1시간 정도 놀이를 하게 됩니다. 2일 엄마와 2시간 놀이를 합니다. 3일 엄마와 문 앞에서 헤어지고 점심을 먹기 전 하원 합니다. 4일 점심 식사까지 하고 하원을 합니다. 5일 낮잠을 자고 하원을 합니다. 이 때는 낮잠 후 바로 하원 하기도 하고 오후 간식까지 먹고 하원을 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시간은 이렇게 진행되지만 아이마다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2주가 걸릴 수도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적응은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담임 선생님께서 부모님과 상의를 하며 진행됩니다. 


첫날부터 너무 잘 지내 주는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가 왜 왔는지 무색할 정도로 친구와도 잘 지내고 처음 온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교실을 이곳저곳 누비며 놀이를 잘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적응을 잘하는데 꼭 적응이 필요할까? 싶지만 처음에 잘 놀이하던 친구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던 새로운 놀잇감들과 친구들에 대한 호기심이 떨어지고 엄마 없이 혼자 지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내가 이제는 엄마 없이 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구나’ 인지하면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엄마와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거부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울며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는 상황이 옵니다. 


입학하면서 아이들은 엄마와 헤어져 혼자 어린이집에서 지내야 한다는 상황이 불안하고 싫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을 잘하는 듯 보였으나 이때부터 울며 등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적응기간에 울며 등원을 하면 엄마는 ‘많이 울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시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으십니다. 그런데 초반에 잘 다니던 친구들이 나중에 등원 거부를 하게 되면 어머님의 불안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초반에 잘 지내던 아이가 울며 안 간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나? 더욱 걱정스러워지는 것입니다. 적응기간 초반에 울지 않고 잘 다니는 친구의 부모님께 

“며칠 지나면 안 가다고 울며 등원 거부를 할 수 있어요.”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믿지 않으십니다. 웃으며 잘 헤어지고 재미있게 잘 다니는데 선생님은 왜 이런 말씀을 하시지? 우리 아이는 너무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할 거야! 이해를 못하시다가 선생님의 이야기대로 아이가 울며 등원을 거부하게 되면 “선생님 말씀이 어떤 건지 알겠어요. 이런 거군요.” 이해를 하시게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입니다. 이런 등원 거부는 반드시 한 번은 찾아옵니다. 아이에 따라 3일 만에 오기도 하고 일주일 뒤에 오기도 하고 한 달 뒤에 오기도 합니다. 오는 시기는 다르지만 한 번은 거쳐야 할 부분입니다. 9년 교사 시절 동안 울지 않고 적응을 잘 한 친구는 한 명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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